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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이해 부족? 더욱 신중했어야 할 슈가 샘플링[윤상근의 맥락]

  • 윤상근 기자
  • 2020-06-01


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RM 진 지민 제이홉 슈가 뷔 정국) 멤버 슈가(27, 민윤기)의 믹스테이프 앨범 'D-2'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가 이른바 부적절한 샘플링 도용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해당 샘플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슈가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까지 재조명되면서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슈가는 지난 5월 22일 'D-2'를 전 세계에 발매했다. 'D-2'는 슈가의 또 다른 프로듀싱 닉네임인 어거스트 디(Agust D)로 완성된 2번째 믹스테이프. 슈가는 이 앨범으로 지난 5월 29일(현지 시각)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100 7위에 오르며 글로벌한 영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슈가가 기록한 7위는 역대 한국 솔로 가수 해당 차트 최고 순위 기록. 'D-2'는 이 기록과 함께 영국 오피셜 주요 세부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타이틀 곡 '대취타' 역시 K팝과 국악의 절묘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역시 영국 오피셜 주요 싱글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렇듯 해외에서의 영향력이 어마무시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논란이 발목을 잡은 격이 됐다.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 도입부에 사운드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샘플링 형태로 더해졌는데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미국 사이비 교주 짐 존스(Jim Jones)의 음성인 것. 이 음성에는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Though you are dead, yet you shall live, and he that liveth and believeth shall never die)라고 말하는 1977년 짐 존스의 연설 내용이 담겼다.

짐 존스는 1950년 미국에 인민사원을 세운 사이비 교주이자 일명 '존스타운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비극을 만든 범죄자로도 세상에 알려진 인물. 1931년생으로 미국 인디애나 출신이며 인종차별 반대를 주장하며 목회 활동을 병행,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았지만 1978년 인민 사원들에게 자살을 강요하고 신도들을 학살했으며 심지어 자살은 혁명이다라는 논리까지 내세우는 등 당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짐 존스는 1978년 가이아나로 신도들을 이주시킨 존스타운에서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실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신도들에게 스스로 독약을 먹고 목숨을 끊으라고 지시, 약 9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끔찍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이번 논란의 경우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트랙을 만든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가 없이 짐 존스의 연설을 인용했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논란은 거세게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도입부 연설 보컬 샘플은 해당 곡의 트랙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 없이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곡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 선정했다. 보컬 샘플 선정 이후 회사는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내용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라며 하지만 선정 및 검수 과정에서 내용상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곡에 포함하는 오류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빅히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검수하는 자체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 문화, 역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확인하고 있으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우에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상처 받으셨거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빅히트는 문제점을 확인한 이후 해당 부분을 즉각 삭제하여 다시 재발매 하였습니다. 아티스트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빅히트는 앞으로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모든 제작 과정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겠습니다.

주로 힙합 장르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인 샘플링은 곡의 일부를 따와서 원곡에 절묘하게 배치, 색다른 사운드를 완성하기 위해 사용돼왔다. 좀 더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을 찾기 위한 아티스트들의 여러 시도 중 하나이며 턴테이블에 올려진 LP를 반대 방향으로 반복해서 돌렸을 때 핀에 긁혀지는 소리를 활용하는 믹싱 기법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샘플링은 저작권에 있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음악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색다른 사운드를 찾기 위한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아예 다른 아티스트가 완성해놓은 사운드의 일부를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사운드에 활용하는 것을 과연 저작권 침해, 심지어 표절로도 봐야 하는 건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국내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일부 업계에서 (다른 원곡의 사운드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 오히려 멋으로 통하기도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였기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와 더불어 샘플링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해당 사운드를 통한 표현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역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D-2'가 아무리 비상업적 목적이 더해진 믹스테이프라는 형태로 발매됐다 하더라도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적절성의 선까지 넘어가며 활용해도 된다는 뜻으로 통용된다고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결국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으며 슈가 본인도 이에 대해 당혹스러워한다라고 밝혔다는 대목에서 이번 논란은 방탄소년단과 슈가의 음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팬들에게 더더욱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윤상근 기자 |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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