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그대로 죽여준다. 60대 킬러로 변신한 배우 이혜영이 스크린 가득 강렬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모든 '조각'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영화 '파과'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영화는 1975년 '조각'(이혜영 분)의 과거로부터 시작한다. 추위와 배고픔에 쓰러진 거리에서 스승 '류'(김무열 분)를 만난 뒤 인생이 바뀌게 된다. 이후 40여년간 감정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온 60대 킬러 '조각'은 '대모님'이라 불리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지만 오랜 시간 몸담은 회사 '신성방역'에서도 한물간 퇴물 취급을 받는다.
평생 '조각'을 쫓은 젊고 혈기 왕성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는 '신성방역'의 새로운 일원이 되고 '조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스승 '류'와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약속했던 '조각'이지만,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은 그날 밤, 자신을 치료해 준 수의사 '강선생'(연우진 분)과 그의 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투우'는 지켜야 할 것이 생겨 낯설어진 '조각'의 모습에 분노가 폭발하고, 평생을 걸쳐 완성된 목숨을 건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흠집이 난 과실'을 뜻하는 '파과'는 60대 킬러 '조각'의 인생을 그려내는 만큼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혜영이 있다. 짐승 발톱을 뜻하는 '조각' 시절이 무색하게 하얗게 센 머리와 자꾸만 고장 나는 몸까지. 태연하게 "밥벌레 소리 듣기 전에 떠난다"고 말하는 '조각'이지만, 전설로 추앙받던 실력은 쉽게 녹슬지 않는다.
이혜영은 킬러에 걸맞은 서늘한 얼굴부터 회한과 연민, 분노의 복합적인 감정 연기로 극을 장악한다. 이혜영 특유의 톤과 독보적인 아우라와 섬세한 감정 연기가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현실을 곱씹게 한다. 눈빛 하나로 저절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은 이혜영이 가진 힘이다. 여기에 날카로운 비녀부터 칼과 삽, 총까지 모든 것은 이혜영의 무기가 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파과'의 미덕을 채운다.
이혜영이 '파과'의 시작점에서 종착점까지 끌고 가는 과정에서 이 세계관을 가득 채우는 인물들도 있다. 김성철은 20년간 한 사람을 쫓아온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로 또 한 번 스크린을 장악한다. '조각'에 집착하고,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쉽사리 정의되지 않던 '투우'다. 그러나 그의 심연의 감정과 두 사람의 지독하게 얽힌 운명이 드러나는 순간, 김성철의 선악을 넘나드는 연기가 빛을 발한다. 또한 '조각'과는 사뭇 다른 거칠고 과시적인 액션 연기는 두말할 것 없다.
'강선생' 역의 연우진, '류' 역의 김무열, 어린 '조각'인 '손톱' 역의 신시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며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다만, 숱하게 교차하는 과거와 현재 시점, 각 인물의 서사와 감정 곳곳에 존재하는 빈칸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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