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한(피비, phoebe) 작가가 36년 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대중에 드러내며 그간 자신을 둘러싼 루머와 오해를 속시원히 풀었다.
임성한은 최근 코미디 유튜버 엄은향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엄은향'의 라이브 방송에 통화 인터뷰 게스트로 등장했다. 임성한은 작가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작품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노출하는 것은 극도로 꺼려 그의 게스트 출연 소식은 일찍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날 인터뷰는 임성한이 엄은향에게 먼저 연락해 출연을 자청한 것이어서 이례적인 일로도 화제가 됐다. 임성한은 1990년 KBS 드라마 스페셜 '미로에 서서'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드라마 '보고 또 보고', '온달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닥터신' 등을 집필해왔다. 그는 드라마에 '귀신', '저승', '토속신앙', 'AI' 등 독특한 세계관, 파격적인 장면을 다수 넣어 '막장극의 대모'라 불렸고, 작가 자체에 대한 궁금증과 뜬소문도 여럿 생겨났던 바다.
이날 임성한의 전화 인터뷰는 1시간 15분 정도 진행됐다.

◆ 오빠 이름을 필명으로 썼다? 사실 남자다?
사실 임성한의 프로필 사진은 온라인에 많이 퍼졌지만, 그가 직접 말하는 모습은 밝혀진 게 없기에 이날 임성한의 목소리, 말투 자체에 먼저 시선이 쏠렸다. 1960년생으로 만 65세인 임성한은 나이에 걸맞는,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젊은 활기차고 자신감 있으면서 우아한 느낌을 갖춘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임성한이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라고 하자 엄은향은 "목소리가 고져스하시다"라고 했고, 임성한은 "오늘 말을 별로 안 해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엄은향은 임성한 작품에 대한 문제를 냈는데, "'신기생뎐'에서 아수라 백작님이 눈빛을 쏜다. 무슨 레이저 눈빛 색이었냐"라고 묻자 임성한은 "그린, 초록색이다. 기사가 많이 나지 않았냐"라고 영어를 섞으며 말했다. 임성한은 전반적으로 그의 드라마 속 대사와 비슷한 말투를 보유하고 있었다.
엄은향이 "막내라서 귀여우신 거냐"라고 묻자 임성한은 "막내라서 그런 것 같다"라며 "오해가 있다. 우리 오빠 이름이 '임성안'이고 내가 '임성한'이다. 아무렴 내가 오빠 이름을 쓰겠냐. 우리 엄마가 내가 건강하라고 건강한 이름으로 남자 이름으로 '임영란'이라고 지어온 거다"라고 자신의 루머를 해명했다. 그는 "M본부에서 작품을 낼 때 감독님이 남자이름 같고 싫다고 했다. '향란'이란 필명도 있었다"라며 필명이 '임성한'이 된 과정을 밝혔다.
◆ "절필하라" 시청자 욕 가장 많이 들은 작가
임성한은 자신에게 악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제가 '인어아가씨'를 할 때 '절필 요구' 시위를 처음 받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인어아가씨 임성한 절필 요구' 글이 도배가 돼 있었다. MBC가 홈피를 막을까봐 그분들 노시라고 그냥 놔뒀다"라고 반전의 쿨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에 기자들이 전부 내 안티였고 다른 안티도 있었는데, 지금은 지인이 '나 힘들다'고 하면 내가 그런다. '대통령도 48% 정도는 안티가 있다'. 나도 점유율 78%가 내 드라마를 볼 때 대한민국 안티가 1만 2천 명 정도더라. 그런 건 상처 받을 게 아니다. 관심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안티들의 지적을 받고 더 잘 쓰려고 했다. 안티들과 기자들 덕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임성한은 "뒤에서 내가 있는 줄 모르고 내 욕을 하는 것도 봤다. M본부에 있을 때 잠을 못 자서 입원한 적이 있다. 잠 못 잔 건 정신 신경외과를 갔는데, 어디 열린 문을 통해 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걸 봤다. 제 얼굴 다 아시지 않냐. 사진과 똑같다. 얼마 전에도 저를 알아보는 분이 있었다. 약간 촌빨 날리게 생겼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임성한은 자신이 쓴 드라마에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내 드라마 5분 보고 내 드라마인 줄 안다고 하더라. 루이비통 가방, 샤넬 가방, 모네 그림, 고흐 그림을 바로 보면 알지 않냐.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작가의 독특함이 없어지는 거다. 드라마 5분 보고 '임성한 드라마인 줄 알았어'라는 건 욕이 아니고 칭찬이다"라고 했다.

◆ 신·건강 맹신자
임성한은 이날 자신의 게스트 출연이 '신'이 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살다 보니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이 딱 맞다. 오늘 엄은향 씨가 저와 통화가 된 것도 신이 도와준 것이다. 저도 노력을 많이 해서 신의 눈에 들어서 이렇게 된 거지, 어떤 분들도 성공하고 싶으면 착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신이 이뤄줄 거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리고 교만하면 안 된다. 내가 배우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내가 잘났다고 고개를 내미는 순간 칼날에 베인다. 절대 교만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야 롱런한다. 하나님일 수도, 부처님을 수도 있는데 신이 있다는 게 믿긴다. 그거 믿고 열심히 살면 된다. 그게 진실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나이까지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하늘이 돕는 것이다. 저도 지금 멀쩡하지만 갑자기 병에 걸릴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남한테 해 안 끼치고. 그래도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엄은향은 임성한에게 "자신만의 건강 철학이 있냐"라고 물었고, 임성한은 "코 옆에 도드라진 게 있더라. 골육종이 아닌가 해서 병원에 갔더니 피부과에서 '뭐가 있다'라며 조직검사를 하려고 했다. 뭐가 난다는 건 찬 성질이 있기 때문이구나 싶어서 검사 전에 주사기를 꽂았더니 이틀부터 돋아있던 게 줄어들더라. 조직검사는 안 했다. 식습관이 안 좋으면 그게 다시 생긴다"라고 말했다. 임성한은 "내가 병 고친 사람이 많다. (조카) 백옥담도 그렇고"라며 웃었다. 또 임성한은 엄은향에게 "찬 걸 먹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하며 틈틈이 자신의 건강 상식을 전도했다.

◆ 제작 무산된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엔딩은?
시즌3까지 방영되고 제작이 무산된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엔딩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도 나왔다. 임성한은 "동마(김경남 분)는 죽지 않는다. 아버지가 형(서반, 문성호 분)에게처럼 칩을 심는 거다. (동마가) 앞부분이 다 없어져서 박주미(사피영 역)를 못 알아본다"고 답했다.
'결사곡3'은 서동마(부배 분)가 무너진 백화점 천장의 패널에 맞고 피범벅이 된 채 응급차에 실려가며 끝났다. '결사곡3' 엔딩에선 저승사자, 아기동자 귀신 등이 등장하며 시즌4를 예고했지만, 이 드라마는 이후 시즌 제작이 성사되지 않아 '엔딩 없이 끝난 무책임한 드라마'로 혹평 받았다.
'결사곡' 후속작을 만들 생각은 없는지 묻자 임성한은 "작가로서 누구보다 안타까운데, 첫사랑은 엔딩이 없지 않느냐. 첫사랑으로 남겨 달라. 뭐든지 돈인데 딱 봐서 할 수 없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사곡'도 '아씨 두리안'도 후속 얘기를 내가 대본이라도 써서 올려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 등장인물 이름, 대사 결이 왜 이래?
임성한은 자신의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이름이 독특한 이유에 대해 "'결사곡' 주인공 이름이 '사피영'(박주미 분)이었다. 지적인 이름을 떠올렸다. 툭툭 나오는 거지 어떤 공식은 없다. '신유신'(지영산 분)이란 이름은 '귀신 신'자에 뇌를 바꾸는 뜻으로 지었다. 편하게 이름이 쭉쭉 나왔다"고 밝혔다.
임성한은 문장을 동사가 아니라 명사로 끝내는 '임성한 체'가 있는 이유에 대해 "내가 지인들에게 '내가 말할 때 이상해?'라고 물으면 지인들이 '안 이상해'라고 하더라. 제가 자존심이 센데, 내가 이런 지적을 듣다니 싶었다. 사람들이 말할 때 도치법이 장난 아니더라. 완전 말하는 식으로 쓰는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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