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효린이 오랜만에 가장 쿨하고 당당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1인 기획사 대표로서 홀로서기를 이어가며 겪었던 내면의 압박감을 벗어던진 그는, 이제 스스로를 칭찬하며 오롯이 무대를 즐길 준비를 마쳤다.
눈길을 끄는 후배 아이돌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부터 대중이 애타게 기다리는 씨스타 재결합 비하인드, 그리고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그저 '원조' 그 자체로 남고 싶다는 17년 차 아티스트 효린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효린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네 번째 미니앨범 '오리지널린(OriginaLyn)'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리지널린'은 'Original'(오리지널)과 효린의 이름 'Lyn'(린)을 결합한 타이틀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효린만의 음악과 정체성을 담아낸 신보다. 효린이 무엇을 원했었는지, 어떤 모습이고 싶었는지, 자유롭고 솔직한 에너지, 그리고 오직 효린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색과 향기를 그려냈다. 가장 본질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효린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체크(ChecK)'는 자신을 향한 시선과 감정을 당당하게 확인하는 순간을 담아낸 트랙이다. 상대의 마음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의 매력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게임의 주도권을 쥔 채 관계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효린만의 쿨하고 세련된 감성으로 표현했다. 또한 효린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 효린 "나를 옭아매던 걱정과 압박감..스스로 칭찬하며 벗어던졌죠"

4년 만에 피지컬 앨범으로 돌아온 효린. 그간 꾸준히 싱글을 발매하며 대중과 만나왔지만, 실물 앨범으로는 오랜만의 컴백이다. 통상적인 긴 공백기 뒤에 따르는 걱정이나 불안함 대신, 지금 효린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효린은 새 앨범 발매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1인 소속사를 운영하다 보니 작업실에서 몇 달씩 곡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간이 부족하다고 대충 만들어서 내는 것은 싫었다. 기왕 앨범을 내는 거라면 상황에 쫓기지 않고 잘 준비해서 내고 싶었는데, 마침 그 시기가 지금이었던 것 같다"며 완성도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내비쳤다.
이번 컴백을 앞두고 걱정보다 설렘이 앞서는 이유는 내면의 변화 덕분이다. 효린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스스로 깨닫고 변한 것들이 있다. 이 노래가 주는 메시지 자체가 내게 큰 위로가 됐다. 단순한 '잘했어'가 아니라 '충분히 잘하고 있고,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해도 돼'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를 작업하고, 춤을 추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곡을 반복해 듣는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 자신감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효린은 "내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노래에 고마움을 느꼈다. 긍정적으로 채워지며 부정적인 생각들이 걸러지다 보니 설렘이 더 크게 와닿았다"고 미소 지었다.
대중이 기억하는 효린은 당당하고 건강미 넘치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것 같은 아티스트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생각보다 샤이한 스타일"이라고 고백했다. 효린은 "무대를 할 때만 당당함이 나오고, 다른 때는 (자신감이) 풀충전 정도까진 아니다. 스스로도 당당함을 되찾고 칭찬을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비로소 나 자신을 칭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이 바라보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그 역시 부정할 수 없는 나라고 생각한다"며 "빠르게 흘러가는 음악 트렌드 속에서 17년 차 가수로서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효린이라는 사람 자체를 더 이상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 가장 나다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불안감의 연속이기도 했다. 일어날지 않은 일까지 미리 걱정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는 그는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행복해야 할 일정들 앞에서 오히려 걱정과 압박감이 커져 감정을 잡아먹곤 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첫날 아프면 어쩌지?' 같은 걱정들이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달랐다. 자신을 향한 압박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효린은 "사랑하는 일을 왜 즐겁게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괴롭혔을까 생각했다. '바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를 괴롭혀왔던 생각들을 피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음가짐이 달라지자 과정도 달라졌다. 그간의 부담감을 벗어던진 효린은 "이번 앨범과 관련해서는 모든 일정들이 다 재밌다"며 진짜 자신감을 드러냈다.
◆ 효린 "아이돌 제작 욕심..코르티스 잘하더라, 나이 듣고 깜짝 놀라"

효린은 '체크'로 80~90년대 팝 감성을 소환했다. 스스로를 향한 의심을 걷어내고 당당함을 채운 효린은 자신이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절의 음악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타이틀곡 장르를 8090 팝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최근 내가 듣고 있는 음악에서부터 시작됐다. 평소엔 음악을 분석하며 듣다 보니 잘 안 듣게 됐는데, 어느 순간 내가 가장 열정적이고 열심히 배웠던 그때의 옛날 음악을 찾아 듣고 있더라"고 운을 뗐다. 멈출 수 없이 옛날 음악을 들으며 미소 짓는 스스로를 발견했다는 효린은 "이 향수를 나 혼자 느끼지 말고 대중과 나누고 싶었다. 내가 향수를 떠올린 것처럼 그런 음악을 들려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 장르를 정하고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앨범 전체가 복고 풍인 것은 아니다. 효린은 "앨범인 만큼 다양하게 들려드리고 싶었다. 트랙마다 장르도 다르고 목소리 톤과 무드, 이야기도 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타이틀곡 'ChecK'는 '나는 굉장히 쿨하고 당당하며 멋진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독특하게 마지막 알파벳 'K'를 대문자로 표기한 것에 대해서는 "일상에서 생각보다 '체크'라는 단어를 많이 쓰더라. 미관상 포인트를 주고 싶었는데, '쳌'으로 짧게 끝나는 느낌보다는 '체크'라는 단어 본연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 대문자 K를 썼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여름을 겨냥한 컴백이냐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비트가 주는 시원함이 있어서, 기왕이면 더울 때 시원한 무대를 보여드리면 기분이 좋지 않겠나 싶었어요."
매년 여름 소환되는 '서머퀸' 수식어에 대해서는 걸 그룹 씨스타에게 공을 돌렸다. 효린은 "서머퀸은 나 혼자 얻은 게 아니라 씨스타에게 붙은 수식어가 고맙게도 따라와 준 거다. 씨스타가 없었다면 그 수식어도 없었을 테니 너무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새롭게 깨달은 지점도 있다. 효린은 "예전엔 여름 댄스곡이면 파도 소리나 갈매기 소리처럼 대놓고 여름 느낌이 나는 사운드가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곡을 작업하며 굳이 대놓고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장인답게 무대 위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효린은 이번 신곡 안무에서 발등이 훤히 드러나는 오픈힐을 신고 무대를 꾸민다. 그는 힐을 신는 것을 "나 스스로를 향한 도장 깨기이자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운동화를 신으면 편하게 춤을 출 수 있지만, 힐을 신으면 춤추기가 훨씬 힘들어요. 그래서 더 힘든 걸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특히 발등이 보이는 오픈힐은 걷다 보면 쉽게 벗겨져서 보통 투명 끈을 감고 하는데 저는 그것조차 없이 어떻게든 해보자고 덤볐죠."
부상 위험에 대해서는 "내가 발목이 아주 튼튼해서 삐끗하지 않는다. 보라 언니가 삐끗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웃으며 "물론 엄마는 힐 좀 신지 말라고 걱정하시긴 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위태로운 오픈힐 위에서도 효린의 무대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효린은 "보통 한 곡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그 무드가 쭉 이어지는데, 이번 곡은 파워풀했다가 걸리시했다가, 또 새침해지는 등 표정과 안무의 변화가 다채롭다. 한 가지 표정이 아니라 계속 전환하는 과정이 저 스스로도 아주 재밌게 느껴졌다"며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무대 밖 효린은 1인 기획사를 이끄는 어엿한 대표이기도 하다. 소속사 운영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내가 계속 일을 해야 하고, 이제 흑자가 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동안 내게 투자되고 쓰인 돈들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와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것들이 부족해 필요하다면 내 돈을 더 써서라도 계속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물론 1인 기획사 대표로서의 고충도 적지 않다. 효린은 "가끔 너무 힘들어서 '그만할까?'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동시에 '만든 지 얼마나 됐다고 금방 접나. 금방 포기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게 너무 싫다'는 생각이 스친다. 기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잘 버티고 있다"고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자신의 앨범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쌓은 내공은 훗날 후배 양성에 대한 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인 기획사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신인 아이돌 제작에 대한 뜻을 내비쳤던 그는 "상황이 된다면 너무 하고 싶다"며 여전한 의지를 보였다.
"제 것을 스스로 챙기다 보니 나중에 누군가가 제게 아이돌 제작을 맡긴다면 정말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저는 제 일에 다 개입하다 보니 가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못 볼 때가 있는데, 남의 것은 냉철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게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훗날 좋은 기회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여자니까 걸 그룹이 잘 맞을 것 같지만, 보이 그룹도 재밌을 것 같아요."
최근 눈여겨보는 후배로는 보이 그룹 코르티스를 꼽았다. 효린은 "코르티스가 너무 잘하더라.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나는 저 나이 때 무대에서 저렇게 날아다니지 못했을 것 같은데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노래도 정말 좋고 멤버들이 직접 참여하는 점도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효린, 씨스타 재결합에 드디어 입 열었다

효린은 올해 어느덧 데뷔 16주년을 맞이했다. 걸 그룹 씨스타(SISTAR)의 메인 보컬로 화려하게 데뷔해 독보적인 솔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결코 짧지 않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던 효린은 연습생 시절 뜻밖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연습생 때 처음 음악을 접하고 배우면서 '난 아이돌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R&B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이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서도 '아이돌 안 할 거다'라고 했는데 회사에서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누가 네 노래를 들어주겠냐. 일단 유명해지면 네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할 때 더 사랑받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효린은 "내가 인정이 빠른 편이라 '어? 그러네요. 그럼 이걸 먼저 하고 나면 이 노래를 할 수 있을까요?' 하고 시작하게 된 게 바로 씨스타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했던 시작이 씨스타였고, 씨스타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 시간들이 나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너무 큰 발판을 만들어줬다"며 "덕분에 솔로 활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수로서 활동해온 시간 중 어떤 한순간이라도 빠졌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깊은 애정과 감사를 표했다.
여전히 많은 팬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씨스타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아쉬우면서도 유쾌한 답변을 내놨다. 효린은 "아직 재결합 이야기는 없다. 최근에는 오래 못 보긴 했지만, 사실 우리는 꽤 자주 만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주 만나긴 하는데, 굳이 모였다고 뭘 찍어서 올리진 않는다. 만나도 누가 먼저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이 없고 수다 떨기 바빠서 매번 사진 찍는 걸 까먹는다. 그래서 자주 보는 것에 비해 대중분들은 잘 모르신다"며 웃었다. 그는 "그나마 다솜이를 최근에 봤고, 여전히 멤버들과 잘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고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효린은 지난 5월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이송되며 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기도 했다.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그는 "열심히 회복하고 있다.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서 무리를 하거나 예전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면 다시 아플 수 있다고 해 주의를 요하고 있다. 춤도 너무 세게 추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불규칙한 식습관과 누적된 피로였다. 효린은 "식사 시간도 일정치 않았고, 특히 노래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안 먹는 습관이 있었다. 안 좋은 생활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몸이 지쳐서 힘들다고 신호를 보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팠을 때 열흘 정도 금식을 해야 해서 살이 확 빠졌다가 지금은 다시 찐 상태다. 원래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것도 안 먹고 나갔는데 요즘엔 바나나 하나를 꼭 먹는다. 내겐 진짜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원조 서머퀸'인 그에게 새롭게 얻고 싶은 '원조' 수식어가 있는지 묻자, 효린은 특유의 당당하고 쿨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떤 키워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효린'과 '원조'라는 단어만 있어도 좋아요. 예를 들어 '효린은 OO의 원조'라기보다는, '원조는 효린이었다'. 이렇게만 남을 수 있어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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