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팬덤의 순수한 사랑을 철저히 얄팍한 상술로 이용한 촌극이 벌어졌다.
주식회사 리매치가 당초 약속했던 KBS 2TV 드라마 OST 가창 리워드를 무책임하게 번복하며 이른바 '팬 투표 사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1위 아티스트로 선정된 보이 그룹 아홉(AHOF)을 위해 전 세계 팬들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었으나, 돌아온 것은 소속사 패싱 사실이 들통난 뒤 내놓은 껍데기뿐인 사과문과 납득할 수 없는 대체 보상이었다.
앞서 리매치 측은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 OST 가창자 선발을 명목으로 'OST 매치포인트' 팬 투표를 실시했다. 글로벌 팬들의 열띤 유료 결제 투표 끝에 아홉이 1위를 차지했고, 리매치 측은 "아홉이 공식 OST를 발매한다"고 대대적으로 공지했다. 하지만 이는 아홉 소속사 및 드라마 제작사 측과 어떠한 사전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리매치 측의 독단적인 유령 마케팅이었다.

사태가 커지자 6일 아홉의 소속사 F&F엔터테인먼트는 즉각 선을 긋고 나섰다. 소속사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당사는 해당 OST와 관련하여 사전에 어떠한 제안이나 협의도 받은 바 없다"며 "후보 선정 단계부터 당사와 어떠한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와 관계없이 아티스트의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리매치 측이 섭외 논의조차 없었던 허위 일정을 미끼로 전 세계 팬들의 지갑을 열게 한 셈이다.
궁지에 몰린 리매치 측은 부랴부랴 공식 SNS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리매치 측은 "해당 OST의 발매·제작 일정이 이미 확정 구간에 진입해 있어 양측 일정이 맞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투표 종료 이전에 제작 일정 확약을 확보해 두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리매치의 책임"이라며 아홉과 제작사 측에는 잘못이 없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과문과 사후 대처를 들여다보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리매치가 이른바 '재발 방지 대책'이라며 내놓은 '캠페인 오픈 전 제작사 일정 확약 선행'은 비즈니스의 기본 중의 기본이자 당연히 지켜졌어야 할 필수 전제 조건이다. 이를 이제서야 거창한 개선안인 양 포장해 내놓은 이 상황은 대중 기만을 넘어 기업의 기초적인 운영 능력과 윤리 의식마저 의심케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엎어진 OST 발매를 대신해 내놓은 '확정 리워드'다. 리매치 측은 강남역 일대 옥외 전광판 2일 송출을 제시하며, 리매치가 직접 매체 계약과 송출을 집행하거나 팬덤 자체 집행 시 '팬덤 공식 계좌'로 동일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 드라마 OST 발매라는 상징적인 커리어를 위해 유료 투표에 참여한 팬들에게 옥외 광고 2일 송출은 동문서답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에게 '팬덤 공식 계좌'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주최 측이 글로벌 팬덤이 십시일반 참여해 모인 막대한 유료 투표 금액 중 도대체 얼마를, 누구에게, 어떤 루트로 지급하겠다는 것인지 그 투명성은 전혀 담보되지 않았다. 적당히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무마를 시도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게 쏟아지는 이유다.

이토록 명백한 계약 불이행이자 소비자 기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리매치 측은 결제 취소 및 환불을 요구하는 팬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환불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본인들이 "전적으로 리매치의 책임"이라고 사과문에 명시했으면서도, 팬심을 담보로 한 부당 취득 금액은 그대로 쥐고 있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다.
아티스트를 향한 팬들의 맹목적이고 순수한 응원 심리는 기업의 무책임한 주머니 채우기 용도가 아니다. 현재 K팝 팬덤은 리매치 측의 기만적인 행태에 강력히 항의하며 집단적인 움직임까지 예고하고 있다.
리매치가 사과문에 적힌 대로 진정으로 모든 잘못을 통감하고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면, 출처 모를 대체 리워드나 실효성 없는 핑계로 빠져나갈 것이 아니다. 당장 모든 플랫폼의 유료 결제 내역을 전면 취소하고, 전 세계 아홉 팬들에게 피해 금액을 전액 환불 해주는 실질적이고 책임감 있는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K팝 시장의 근간인 팬덤을 우롱한 대가는 결코 가벼운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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