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관심은 많이 가졌죠. 그런데 입을 열면 다 이제 친구로 남는다던가... 뭐, 그런거죠. 하하." 배우 나인우(28)에게 학창 시절 인기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만나서 몇 마디 나눠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 입꼬리가 스윽~ 느긋한 말투 속에 그의 엉뚱한 매력이 배어 나왔다.
모름지기 반전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하면, 작품에서 보여준 것과 다른 매력이 있어야 하는 법. 요즘 주목받는 20대 배우 중에선 나인우가 딱 그렇다. 188cm의 훤칠한 키와 선 굵은 이목구비를 보면 뭇 여성들의 마음을 울리는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일 것 같지만 알고 보니 서글서글하고 엉뚱 생뚱한 허당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린다.
결코 빤하지 않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남자의 매력을 KBS 2TV 예능 '1박 2일' 제작진도 진즉 알아봤을까. KBS 2TV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하 '달뜨강')에 이어 '1박 2일'까지 구원투수로 합류한 라이징 스타, '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21 Asia Artist Awards, 이하 2021 AAA) 뉴웨이브상 배우 부문 수상자, 나인우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2021 AAA' 뉴웨이브상, '2021 KBS 연기대상' 신인상, 베스트 커플상... 작년에 상을 많이 받았더라고요. 데뷔하고 처음인가요?
▶인생을 살면서 처음이죠. 개근상도 못 받아봤거든요. 지각을 많이 해서...
-수상은 2013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로 데뷔 이후 8년 만이네요. 작년이 정말 특별하겠어요.
▶아니요. 저한텐 그냥 과정이니까요. 그 과정이 다른 것 뿐이지... 저는 그냥 똑같이 열심히 하고 살았는데, 상을 주시니까 감사한 거죠.
-'2021 AAA' 수상 때 떨리진 않았어요?
▶엄청 떨렸죠. 사람들이 막 있잖아요. 그러면 이제... 뭐라도 말을 해야 하고 안 그러면 큰일 나니까 순간순간 느껴지는 대로 말했어요.
-수상 후 가장 처음 떠올랐던 사람이 있어요?
▶그냥 하얬어요. 혼자 서 있으면 압박감이 있거든요. 왜냐면 얘기를 해야 하고, 다들 저를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게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도 발표하는 건 잘했어요. 제가 준비해간 걸 발표하는 거니까요. 점수도 받아야 하고...
-작년에 특별했던 걸 꼽아줄 수 있어요?
▶없어요. 저는 뭔가 행복한 거, 즐길 수 있는 거, 특별했던 순간, 슬펐던 순간 이런 질문이 왔을 때 대답을 잘 못하겠어요. 왜냐면 저는 다 똑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해서요. '이날은 이랬고, 저날은 저랬다'라며 계속 살았거든요.
-배우로서 과정에 있어서 어느 지점 정도 왔다고 생각해요? 육상에 비교한다면.
▶이제 '탕' 소리가 나서, 막 출발한 상황이요. 출발하고 0.00001초요.
-'달뜨강'으로 지상파 첫 주연을 했어요. 출발치곤 상당히 괜찮네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기회가 주어져서 한 거니까요. 그냥 맡은 것에 대해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역할이 크든 적든 옛날부터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첫 주연이라고 해서 달랐던 건 없어요. 아, 그래도 주인공을 할 때는 어쨌든 많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 칭찬을 해주면 '아,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구나' 생각은 들어요. 근데 그만큼 걱정이 생기는 거죠. 조금이라도 못하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그 순간뿐이었나'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각한 건 없어요.
-'달뜨강'은 칭찬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적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칭찬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 칭찬 안에 상황을 알고 보는 시청자들도 많았겠지만, 모르고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많았을 거예요. 모르고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보시고, 상황을 아시는 분들은 고생하면서 찍은 걸 아니까 더 돈독하게 보셨을 거예요. 어찌 됐든 그 캐릭터랑 매치가 잘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게 오히려 플러스가 돼서 시청자분들이 많이 칭찬해 주시고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중간에 합류한 만큼 부담감은 없었는지.
▶부담감은 나중에 생겼어요. 일단은 '이 드라마를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먼저였죠. 중후반부를 찍으면서 방송을 하는 상황이니까 시간이 없어서 모니터도 제대로 못했어요. 대본을 보고 찍고 보고 찍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나중에 생겼어요. 그전에는 그럴 틈도 없었어요.
'달뜨강'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나인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방송 초반 주인공 온달 역을 맡았던 배우가 학교폭력 논란으로 갑작스럽게 하차함에 따라, 서둘러 빈자리를 메울 대체 배우가 필요했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카카오TV '그녀의 버킷리스트' 촬영 중 급하게 대본을 건네받은 나인우는 불과 한 시간 만에 제안을 수락했고, 이틀 뒤 촬영에 들어갔다. 이질감이 있을 법했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나인우는 단번에 온달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잠시 삐걱대던 '달뜨강'은 나인우의 활약에 힘입어 흔들림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달뜨강' 섭외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처음에 제안왔을 때 고민하진 않았어요?
▶일단 대본을 좀 본다고 했어요. 그리고 본부장님께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1시간 대본 보고 '하, 쉽지 않은데...' 했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제작진이) 제안을 하셨으니까 분명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였어요.
-대본을 보고 끌리는 점이 있었나요?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있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겠구나' 생각은 했어요. 캐릭터 해석이 사람마다 다른데, 이 캐릭터는 내가 뭐든 할 수 있는 캐릭터였던 거 같아요.
-그래도 갑자기 덜컥 들어가야 한다니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당황스러웠죠. 대본은 쭉 나와있는 상태고, 저는 1부만 보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하니까요. 저는 그날 밤을 새우면서 대본을 보고 다음 날 바로 미팅을 가서 그 다음 날에 촬영을 했어요. 그리고 계속 밤을 새운거죠.
-이틀 만에 온달이 된 거네요.
▶네.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너무 찰떡이다' 해주셨는데,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갑자기 배우가 바뀌어서 시청자들에겐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꽤 잘 어울렸어요.
▶배우마다 색깔이 있고 장단점이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온달) 캐릭터와 좀 더 녹아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힘들었던 건 뭐가 있어요?
▶전부 다요. 왜냐면 다른 것도 하고 있었으니까요. 와... 아직도 아찔해요. 일단 '달뜨강'이 보통 아침 첫 콜이 오전 5시쯤 출발해야 오전 7시쯤에 도착해서 분장 다하고 슛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가서 찍고 밤 10~11시에 끝난다고 치면 그때 다른데 가서 또 찍고, 집에 가서 씻고 바로 또다시 나와고... 이게 맨날 반복이었요. 그리고 잠을 잘 수가 없는 게, 찍어야 할 게 산더미니까 계속 대본 보고 가고 보고 가고 했죠. 정말 꿈같았어요. 제 이성이 개입할 시간조차 없었거든요. 대사를 외워서만 되는 게 아니고 가서 현장 상황에도 맞춰야 했으니까요.
-짧은 시간에 대사는 어떻게 다 외웠어요?
▶모르겠어요. 모두가 저를 믿어주고 챙겨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실수해도 감싸줬고요. (촬영) 첫날부터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느낌이 들어서 믿고 같던 것 같아요. 물론 (김)소현씨도 있고, 선배 배우들도 있고요. 다 파이팅을 많이 불어넣어 줬어요. 그래서 정말 할 수 있었어요.
-애드리브도 많이 있었나요?
▶매 신마다 했어요. 갑자기 대사가 생각이 안 나면 애드리브가 튀어나오곤 했어요. 그게 잘 조화가 되면 신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감독님이 대부분 좋아하셨어요. 이 캐릭터로 보여드릴 게 정말 많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평강 역의 김소현 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첫날에 이미 끝났어요. 왜냐면 제가 연기를 어떻게 해도 소현씨는 정말 뭐든 받아주는 거예요. 제가 긴장해도 '이 친구는 여유가 있고 이끌어가는 힘이 있구나. 그래서 이 위치에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소현씨와는 구면이었어요. 예전에 만난 적이 있어서 그 얘기를 하면서 '소현아 너만 믿고 간다'고 했어요. 약간 전투적인 것도 있었어요. 다 힘든 상황이니까. 소현이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 모두 똑같은 걸 또 찍어야 하니까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김소현 씨와 어떤 작품에서 만났죠?
▶작품이 아니라 옛날에 헬스장에서 소현씨는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 관장님이 소개를 시켜줘서 인사를 했거든요. 소현씨가 그걸 기억하더고요.
-첫 촬영날 마지막에 소현 씨와 키스신을 찍었다고, 어색하지 않았어요?
▶어색하지 않았어요. 전투적이다 보니까.(웃음) 그래서 오히려 더 호흡이 좋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으니까요. 워낙 소현씨가 베테랑이고요.
-'달뜨강' 출연하면서 팬도 많이 늘었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팬들의 사랑은 이렇게 크잖아요. 팬들이 적든 많든 이만큼 큰데, 팬들이 많이 생겼다고 해서 이 큰 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고디바'(고구려 디게 바보), '준바'(준비된 바보) 등 별명도 많이 생겼던데요.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요?
▶'고디바'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서요. 제가 고구려 설화 속의 인물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참 감사한 거 같아요. 물론 다른 작품도 감사하지만... 특히나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온달 연기를 하면서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어요?
▶명확한 차이를 두려는 건 있었어요. 바보로 살기를 택한 거지 바보는 아니라고 해석했어요. 남자가 일할 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과 있을 때, 장군이 됐을 때, 궁에 들어갔을 때 매력을 다르게 하려고 했어요.
-연기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 꿨나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면서 배우를 꿈 꿨다던데?
▶그땐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마치 프로게이머가 멋있으니까 되고 싶다 생각하는 것처럼요. '우와~ 소지섭 멋있다, 임수정 예쁘다' 이러면서 봤었죠. 당시 12살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약간 덕후 기질이 있었거든요. '야인시대'에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 싸우면, 저도 혼자 침대에서 얼음 물고 싸우고 쓰러지고 그랬어요. 얼음을 물고 있으면 피처럼 흐르잖아요.(웃음)
-본격적인 연기는 언제부터 했어요?
▶19살, 한창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요. 큐브(현 소속사)에서 오라고 할 때였어요. 원래 JYP에 있었는데 그땐 시키는 대로만 하면 뭔가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죠. 제가 철이 없던 거죠. 하다가 잘 안 돼서 나오고 1년을 공부에 매진했어요.
나인우는 경일관광경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되게 기분 좋아지는 모습들을 보고 '아, 나는 서비스업, 호텔경영학을 해야겠다' 생각했다"며 "입시도 이미 호텔경영학과로 본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러다 덜컥 지인의 소개로 큐브엔터테인먼트 연기 파트에 지원했고, 막연히 꿈꾸던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보통 윗분들 보셔야 하니까 연기하는 영상을 찍어요. 오랜만에 제가 할 수 있는 신들을 골라서 2개 정도 준비를 하는데... 이게 재밌더라고요. 마음 속에 뭔가 확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스트레스 받는데 막 재미있어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접어뒀던 걸 오랜만에 하니까요. 일단은 그 마음으로 큐브에 가서 배움을 받고, 그 과정에서 확고한 마음이 생겼어요."
-차기작이 '징크스의 연인'인데, 이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맡은 배역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에요.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걸 극복하고 운명이 바뀌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부분에 가장 많은 중점을 뒀어요. 한 사람으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에서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어요. 그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하고 싶은 게 뭐가 있나요?
▶기타를 잘 치고 싶어요. 골프도 잘 치고 싶고요. 지금은 미뤄왔던 걸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예전엔 오기로 '내가 독학을 해야지' 하는 게 많았어요. 그림도 있었고, 조금씩은 할 줄 아는데 제 욕심에는 못 채워졌죠. 잘하고 싶은데, 제가 하고 싶은 건 요만큼인데 패기로 했던거죠. '아, 안되는 건 안되는거구나' 깨닫고 나서 다시 겸손한 자세로 배움의 미학을 느끼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우고 싶나요?
▶골프도 독학으로 하다가 레슨을 받고 있어요. 기타도 독학으로 하다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언더 쪽에 진짜 잘 치는 선생님에게 배울 거예요. 나중에 잘 치게 되면 콘서트도 하고 싶어요. 세션으로.
-'1박 2일' 멤버로 합류하게 됐는데 첫 촬영을 해보니 어땠나요?
▶첫 촬영은 긴장 반 설렘 반이었지만 막상 현장에 가니 다들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덕분에 꾸밈없이 편안한 제 모습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박 2일' 멤버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어떤 멤버가 많이 챙겨주던가요?
▶제가 부족한 면을 보여도 형들이 하나하나 다 채워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에요. 누구 한 분 뽑을 수 없이 형들 각자 스타일로 저를 챙겨주세요.
-가장 본인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은 멤버를 꼽아준다면.
▶종민이 형과 생각하는 게 비슷한 것 같아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닮고 싶은 사람 있나요?
▶맨 처음에는 닮고 싶은 사람이 없었는데, 하도 주변에서 물어보니까 찾아봤어요. 되게 멋있고 존경하는 사람을 생각해 봤는데, 김래원 선배가 있었어요. 그런데 한참 생각하다가 제가 저를 모르겠더라고요. 초창기 인터뷰에선 '저는 저를 닮고 싶다'는 대답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말씀드리면 닮고 싶은 사람이 없어요. 저를 좀 더 알아야 그런 게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과도기인 거 같아요. 좀 더 연구를 한 후에 나중에 또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끝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모름지기 반전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하면, 작품에서 보여준 것과 다른 매력이 있어야 하는 법. 요즘 주목받는 20대 배우 중에선 나인우가 딱 그렇다. 188cm의 훤칠한 키와 선 굵은 이목구비를 보면 뭇 여성들의 마음을 울리는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일 것 같지만 알고 보니 서글서글하고 엉뚱 생뚱한 허당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린다.
결코 빤하지 않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남자의 매력을 KBS 2TV 예능 '1박 2일' 제작진도 진즉 알아봤을까. KBS 2TV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하 '달뜨강')에 이어 '1박 2일'까지 구원투수로 합류한 라이징 스타, '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21 Asia Artist Awards, 이하 2021 AAA) 뉴웨이브상 배우 부문 수상자, 나인우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2021 AAA' 뉴웨이브상, '2021 KBS 연기대상' 신인상, 베스트 커플상... 작년에 상을 많이 받았더라고요. 데뷔하고 처음인가요?
▶인생을 살면서 처음이죠. 개근상도 못 받아봤거든요. 지각을 많이 해서...
-수상은 2013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로 데뷔 이후 8년 만이네요. 작년이 정말 특별하겠어요.
▶아니요. 저한텐 그냥 과정이니까요. 그 과정이 다른 것 뿐이지... 저는 그냥 똑같이 열심히 하고 살았는데, 상을 주시니까 감사한 거죠.
-'2021 AAA' 수상 때 떨리진 않았어요?
▶엄청 떨렸죠. 사람들이 막 있잖아요. 그러면 이제... 뭐라도 말을 해야 하고 안 그러면 큰일 나니까 순간순간 느껴지는 대로 말했어요.
-수상 후 가장 처음 떠올랐던 사람이 있어요?
▶그냥 하얬어요. 혼자 서 있으면 압박감이 있거든요. 왜냐면 얘기를 해야 하고, 다들 저를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게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도 발표하는 건 잘했어요. 제가 준비해간 걸 발표하는 거니까요. 점수도 받아야 하고...
-작년에 특별했던 걸 꼽아줄 수 있어요?
▶없어요. 저는 뭔가 행복한 거, 즐길 수 있는 거, 특별했던 순간, 슬펐던 순간 이런 질문이 왔을 때 대답을 잘 못하겠어요. 왜냐면 저는 다 똑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해서요. '이날은 이랬고, 저날은 저랬다'라며 계속 살았거든요.
-배우로서 과정에 있어서 어느 지점 정도 왔다고 생각해요? 육상에 비교한다면.
▶이제 '탕' 소리가 나서, 막 출발한 상황이요. 출발하고 0.00001초요.
-'달뜨강'으로 지상파 첫 주연을 했어요. 출발치곤 상당히 괜찮네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기회가 주어져서 한 거니까요. 그냥 맡은 것에 대해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역할이 크든 적든 옛날부터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첫 주연이라고 해서 달랐던 건 없어요. 아, 그래도 주인공을 할 때는 어쨌든 많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 칭찬을 해주면 '아,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구나' 생각은 들어요. 근데 그만큼 걱정이 생기는 거죠. 조금이라도 못하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그 순간뿐이었나'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각한 건 없어요.
-'달뜨강'은 칭찬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적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칭찬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 칭찬 안에 상황을 알고 보는 시청자들도 많았겠지만, 모르고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많았을 거예요. 모르고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보시고, 상황을 아시는 분들은 고생하면서 찍은 걸 아니까 더 돈독하게 보셨을 거예요. 어찌 됐든 그 캐릭터랑 매치가 잘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게 오히려 플러스가 돼서 시청자분들이 많이 칭찬해 주시고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중간에 합류한 만큼 부담감은 없었는지.
▶부담감은 나중에 생겼어요. 일단은 '이 드라마를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먼저였죠. 중후반부를 찍으면서 방송을 하는 상황이니까 시간이 없어서 모니터도 제대로 못했어요. 대본을 보고 찍고 보고 찍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나중에 생겼어요. 그전에는 그럴 틈도 없었어요.
'달뜨강'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나인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방송 초반 주인공 온달 역을 맡았던 배우가 학교폭력 논란으로 갑작스럽게 하차함에 따라, 서둘러 빈자리를 메울 대체 배우가 필요했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카카오TV '그녀의 버킷리스트' 촬영 중 급하게 대본을 건네받은 나인우는 불과 한 시간 만에 제안을 수락했고, 이틀 뒤 촬영에 들어갔다. 이질감이 있을 법했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나인우는 단번에 온달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잠시 삐걱대던 '달뜨강'은 나인우의 활약에 힘입어 흔들림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달뜨강' 섭외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처음에 제안왔을 때 고민하진 않았어요?
▶일단 대본을 좀 본다고 했어요. 그리고 본부장님께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1시간 대본 보고 '하, 쉽지 않은데...' 했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제작진이) 제안을 하셨으니까 분명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였어요.
-대본을 보고 끌리는 점이 있었나요?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있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겠구나' 생각은 했어요. 캐릭터 해석이 사람마다 다른데, 이 캐릭터는 내가 뭐든 할 수 있는 캐릭터였던 거 같아요.
-그래도 갑자기 덜컥 들어가야 한다니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당황스러웠죠. 대본은 쭉 나와있는 상태고, 저는 1부만 보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하니까요. 저는 그날 밤을 새우면서 대본을 보고 다음 날 바로 미팅을 가서 그 다음 날에 촬영을 했어요. 그리고 계속 밤을 새운거죠.
-이틀 만에 온달이 된 거네요.
▶네.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너무 찰떡이다' 해주셨는데,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갑자기 배우가 바뀌어서 시청자들에겐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꽤 잘 어울렸어요.
▶배우마다 색깔이 있고 장단점이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온달) 캐릭터와 좀 더 녹아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힘들었던 건 뭐가 있어요?
▶전부 다요. 왜냐면 다른 것도 하고 있었으니까요. 와... 아직도 아찔해요. 일단 '달뜨강'이 보통 아침 첫 콜이 오전 5시쯤 출발해야 오전 7시쯤에 도착해서 분장 다하고 슛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가서 찍고 밤 10~11시에 끝난다고 치면 그때 다른데 가서 또 찍고, 집에 가서 씻고 바로 또다시 나와고... 이게 맨날 반복이었요. 그리고 잠을 잘 수가 없는 게, 찍어야 할 게 산더미니까 계속 대본 보고 가고 보고 가고 했죠. 정말 꿈같았어요. 제 이성이 개입할 시간조차 없었거든요. 대사를 외워서만 되는 게 아니고 가서 현장 상황에도 맞춰야 했으니까요.
-짧은 시간에 대사는 어떻게 다 외웠어요?
▶모르겠어요. 모두가 저를 믿어주고 챙겨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실수해도 감싸줬고요. (촬영) 첫날부터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느낌이 들어서 믿고 같던 것 같아요. 물론 (김)소현씨도 있고, 선배 배우들도 있고요. 다 파이팅을 많이 불어넣어 줬어요. 그래서 정말 할 수 있었어요.
-애드리브도 많이 있었나요?
▶매 신마다 했어요. 갑자기 대사가 생각이 안 나면 애드리브가 튀어나오곤 했어요. 그게 잘 조화가 되면 신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감독님이 대부분 좋아하셨어요. 이 캐릭터로 보여드릴 게 정말 많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평강 역의 김소현 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첫날에 이미 끝났어요. 왜냐면 제가 연기를 어떻게 해도 소현씨는 정말 뭐든 받아주는 거예요. 제가 긴장해도 '이 친구는 여유가 있고 이끌어가는 힘이 있구나. 그래서 이 위치에 있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소현씨와는 구면이었어요. 예전에 만난 적이 있어서 그 얘기를 하면서 '소현아 너만 믿고 간다'고 했어요. 약간 전투적인 것도 있었어요. 다 힘든 상황이니까. 소현이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 모두 똑같은 걸 또 찍어야 하니까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김소현 씨와 어떤 작품에서 만났죠?
▶작품이 아니라 옛날에 헬스장에서 소현씨는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 관장님이 소개를 시켜줘서 인사를 했거든요. 소현씨가 그걸 기억하더고요.
-첫 촬영날 마지막에 소현 씨와 키스신을 찍었다고, 어색하지 않았어요?
▶어색하지 않았어요. 전투적이다 보니까.(웃음) 그래서 오히려 더 호흡이 좋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으니까요. 워낙 소현씨가 베테랑이고요.
-'달뜨강' 출연하면서 팬도 많이 늘었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팬들의 사랑은 이렇게 크잖아요. 팬들이 적든 많든 이만큼 큰데, 팬들이 많이 생겼다고 해서 이 큰 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고디바'(고구려 디게 바보), '준바'(준비된 바보) 등 별명도 많이 생겼던데요.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요?
▶'고디바'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서요. 제가 고구려 설화 속의 인물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참 감사한 거 같아요. 물론 다른 작품도 감사하지만... 특히나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온달 연기를 하면서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어요?
▶명확한 차이를 두려는 건 있었어요. 바보로 살기를 택한 거지 바보는 아니라고 해석했어요. 남자가 일할 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마을 사람들과 있을 때, 장군이 됐을 때, 궁에 들어갔을 때 매력을 다르게 하려고 했어요.
-연기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 꿨나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면서 배우를 꿈 꿨다던데?
▶그땐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마치 프로게이머가 멋있으니까 되고 싶다 생각하는 것처럼요. '우와~ 소지섭 멋있다, 임수정 예쁘다' 이러면서 봤었죠. 당시 12살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약간 덕후 기질이 있었거든요. '야인시대'에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 싸우면, 저도 혼자 침대에서 얼음 물고 싸우고 쓰러지고 그랬어요. 얼음을 물고 있으면 피처럼 흐르잖아요.(웃음)
-본격적인 연기는 언제부터 했어요?
▶19살, 한창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요. 큐브(현 소속사)에서 오라고 할 때였어요. 원래 JYP에 있었는데 그땐 시키는 대로만 하면 뭔가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죠. 제가 철이 없던 거죠. 하다가 잘 안 돼서 나오고 1년을 공부에 매진했어요.
나인우는 경일관광경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되게 기분 좋아지는 모습들을 보고 '아, 나는 서비스업, 호텔경영학을 해야겠다' 생각했다"며 "입시도 이미 호텔경영학과로 본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러다 덜컥 지인의 소개로 큐브엔터테인먼트 연기 파트에 지원했고, 막연히 꿈꾸던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보통 윗분들 보셔야 하니까 연기하는 영상을 찍어요. 오랜만에 제가 할 수 있는 신들을 골라서 2개 정도 준비를 하는데... 이게 재밌더라고요. 마음 속에 뭔가 확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스트레스 받는데 막 재미있어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접어뒀던 걸 오랜만에 하니까요. 일단은 그 마음으로 큐브에 가서 배움을 받고, 그 과정에서 확고한 마음이 생겼어요."
-차기작이 '징크스의 연인'인데, 이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맡은 배역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에요.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걸 극복하고 운명이 바뀌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부분에 가장 많은 중점을 뒀어요. 한 사람으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에서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어요. 그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하고 싶은 게 뭐가 있나요?
▶기타를 잘 치고 싶어요. 골프도 잘 치고 싶고요. 지금은 미뤄왔던 걸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예전엔 오기로 '내가 독학을 해야지' 하는 게 많았어요. 그림도 있었고, 조금씩은 할 줄 아는데 제 욕심에는 못 채워졌죠. 잘하고 싶은데, 제가 하고 싶은 건 요만큼인데 패기로 했던거죠. '아, 안되는 건 안되는거구나' 깨닫고 나서 다시 겸손한 자세로 배움의 미학을 느끼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우고 싶나요?
▶골프도 독학으로 하다가 레슨을 받고 있어요. 기타도 독학으로 하다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언더 쪽에 진짜 잘 치는 선생님에게 배울 거예요. 나중에 잘 치게 되면 콘서트도 하고 싶어요. 세션으로.
-'1박 2일' 멤버로 합류하게 됐는데 첫 촬영을 해보니 어땠나요?
▶첫 촬영은 긴장 반 설렘 반이었지만 막상 현장에 가니 다들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덕분에 꾸밈없이 편안한 제 모습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박 2일' 멤버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어떤 멤버가 많이 챙겨주던가요?
▶제가 부족한 면을 보여도 형들이 하나하나 다 채워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에요. 누구 한 분 뽑을 수 없이 형들 각자 스타일로 저를 챙겨주세요.
-가장 본인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은 멤버를 꼽아준다면.
▶종민이 형과 생각하는 게 비슷한 것 같아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닮고 싶은 사람 있나요?
▶맨 처음에는 닮고 싶은 사람이 없었는데, 하도 주변에서 물어보니까 찾아봤어요. 되게 멋있고 존경하는 사람을 생각해 봤는데, 김래원 선배가 있었어요. 그런데 한참 생각하다가 제가 저를 모르겠더라고요. 초창기 인터뷰에선 '저는 저를 닮고 싶다'는 대답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말씀드리면 닮고 싶은 사람이 없어요. 저를 좀 더 알아야 그런 게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과도기인 거 같아요. 좀 더 연구를 한 후에 나중에 또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끝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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