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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x손석구 '살인자ㅇ난감', 제목따라 난감하네 [안윤지의 돋보기]

  • 안윤지 기자
  • 2024-02-16
*기사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라마 제목을 읽다가 중간에 들어간 'ㅇ'(이응)이 마치 방지턱인 것처럼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ㅇ'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살인자의 난감'일까, '살인 장난감'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살인자인 난감'일까. 다양한 의미를 담기 위해 원작자와 배우, 감독 등은 'ㅇ'을 시청자, 독자의 상상에 맡겼다. 이런 재미는 웹툰에서 통할지는 몰라도 드라마에선 무척이나 난감한 요소로 작용한다. 아무래도 많은 걸 담으려다 결국 넘쳐흐르는 모양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극본 김다민, 연출 이창희)은 동명의 원작을 둔 작품으로,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최우식 분)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 등이 출연한다.

'살인자 ㅇ난감'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등극했다. 한국을 비롯해 볼리비아, 인도, 카타르, 홍콩, 싱가폴, 베트남 등을 포함한 총 1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원작 작가도 드라마 버전에 만족스럽다 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긴 하지만, 작품성으로 바라봤을 땐 어쩐지 아쉬움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탕의 평범한 하루에서 시작된다. 가족들과 밥을 먹고 동기들과 수업을 듣고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고 싶다며 말하는 모습. 또 작은 원룸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장면까지, 지극히 일상적인 면들을 보여주며 이탕이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과 대조되게 그려진다. 그러다 우발적 살인을 하게 된 이탕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죽어 마땅한 이'를 소개하는 노빈(김요한 분), 그의 계획대로 하나둘씩 죽이는 이탕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는 장난감의 상황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는 5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진다. 바로 송촌(이희준 분)의 등장부터다. 송촌은 또 다른 이탕의 면을 극대화한 인물. 그는 살인하는 상황 자체에 큰 죄책감을 느낀 이탕과 달리 죽음을 정당화한다. 송촌은 자기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비슷해 보이는 이탕을 만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더 가학한 짓을 벌이기도 하고 과거와 연관된 인물인 장난감과 다시 엮이기도 한다. 스토리 라인은 문제가 없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알 수 없다.

가장 의문인 구간은 드라마의 절정으로 치달을 때 등장한 불법 촬영 피해 에피소드다. 이미 불법 촬영 피해를 본 여성이 한 남성을 만나게 되고 또다시 피해를 겪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해당 에피소드는 오롯이 송촌이 이탕을 만나기 위한 플롯으로 쓰인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소모되는 구간과 다름없는데 이상하리만큼 길고 상세하다. 심지어 촬영물을 재연하는 장면까지 등장, 여성 단역 배우의 노출신도 그려진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정사신이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창희 감독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함이다. 오히려 가리면 더 야하다"라고 말했으나 이는 해당 신 존재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작품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구간이기에 충분히 우회적으로 그려도 무방하다.

이 외에도 클럽 앞에서 시비 거는 학생들, 형정국 회장 에피소드 등은 주인공들과 제대로 맞물리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다.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면서 주인공들의 서사를 알려줄 공간은 없어져 버렸다. 장난감은 부친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서도 그의 죽음으로 왜 무언가를 깨닫고 송촌을 향해 가는지, 송촌은 대체 이탕과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 장난감과 송촌이 일을 벌일 동안 사라진 이탕은 대체 뭘 하는지. 단편적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뚝뚝 끊기는 서사는 시청자들에겐 상당히 불친절하다. 또한 이게 반복되다 보니 세 캐릭터는 조화롭지 못하고 보는 이의 상상력으로 채워야 할 감정이 많아졌다.

이창희 감독에게 '주인공은 최우식이 맞냐'란 질문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 생각된다. 이탕의 깨달음이 너무 늦었고 후반부 송촌과 장난감의 이야기가 다수를 이루니 중심은 이미 장난감에 쏠려 버린 지 오래다.

드라마는 긴 호흡으로 진행돼 자칫 잘못하다간 결말에 도달하기 전에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확실한 중심이 필요하고 자유로움에 매달려 있으면 안 된다. 예상컨대 웹툰 '살인자ㅇ난감'이 워낙 호평받은지라 좋은 장면을 넣으려다 갈피를 잡지 못했던 걸로 보인다. 스토리를 돋보이게 한 연출이나 편집 방식은 놀라웠으나 자유로움을 조금만 정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윤지 기자 |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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