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혐의를 모두 인정한 가운데 실형을 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은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호중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의 핵심은 김호중의 혐의 인정 여부였다. 지난달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 김호중 측은 사건 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범인도피교사·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전 모 본부장, 매니저 장 모 씨 등 3인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들은 첫 재판 후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중은 소속사 관계자들과 달리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과연 이번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김호중은 빠른 인정을 선택하며 공판은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김호중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끝난 상태"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A씨는 김호중이 자필 편지를 보내와 마음이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중 측 변호인은 김호중의 선처를 바라는 A씨의 탄원서와 함께 김호중 팬들은 1500장 분량의 탄원서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호중 측은 탄원서를 비롯해 빠른 혐의 인정으로 인해 형량을 줄이기 위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법원은 지난 12일 김호중의 구속기간을 연장했다. 김호중의 구속기간은 2개월 연장되면서 10월까지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다.

재판부는 증거 기록 등을 검토한 뒤 내달 30일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결심 공판에서는 검사의 구형과 피고인 측 변호인의 최후 변론, 김호중 등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김호중 방지법'이 발의될 정도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술 타기'나 '운전자 바꿔치기' 등을 방지하는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지난 7월 24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호중 사건의 재발을 막고 음주 운전으로 3차례 이상 적발 시 운전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경찰의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고,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음주 상태에서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아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외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다수 제출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의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는 1만 건 이상의 반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김호중의 팬들은 "젊은 가수 가슴에 대못 박지 말아라", "김호중이 음주 운전한 사람 중 처음이냐", "특정인의 이름을 붙이는 건 인격 살인이다" 등의 댓글을 달고, 방지법을 발의한 의원실에 문자 폭탄을 보내 항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주 후 김호중은 생각엔터테인먼트 직원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사고 직후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아 음주운전 정황이 있었음에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실치 않아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