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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윤하의 거대한 항해 "이 세계 주인공이길" [★FULL인터뷰]

  • 허지형 기자
  • 2024-09-06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된 거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발라드부터 록, 피처링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그는 '비밀번호 486'으로 시작해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 신화를 보여주기까지 치열했던 음악 인생을 보여준 윤하가 이번에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한다.

윤하는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지난 1일 정규 7집 앨범 '그로우스 띠어리'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윤하가 약 1년간 준비하며 타이틀곡 '태양물고리'를 비롯해 '맹그로브', '죽음의 나선', '케이프 혼', '은화', '로켓방정식의 저주', '코리올리 힘', '라이프리뷰', '구름의 그림자', '새녘바람' 등 총 10곡의 자작곡으로 꽉 채웠다.

윤하는 "속이 시원하다. 1년 동안 작업했다.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봤고 제 앨범 중 제일 화려할 거 같다"며 "전작보다 더 화려했으면 좋겠고 체감이 됐으면 좋겠다. 전작에서는 인셉션처럼 꿈에 들어와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바다에 들어와 같이 배를 타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앨범인 만큼 만족도도 높았다. 그는 "100% 만족한다. 이 세계에서 주인공이 된 거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해적왕'이라는 댓글을 봤다. 최고의 찬사 같다"고 기뻐했다.

음악에 과학을 접목해 새롭게 풀어낸 윤하는 이번에 바다와 다양한 생물에게 시선이 향했다. 윤하는 소녀와 개복치, 그리고 작고 낡은 요트가 함께하는 장대한 여정을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또 여정의 전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주체들과 교감하며 깨닫게 되는 성장의 의미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완전한 스토리는 리캐피지로 공개될 예정이다. 마니아적인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비주류만이 아닌, 누구나 쉽게 뜯고 맛볼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된 거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앨범 속 한글 가사가 눈에 띈다. 윤하는 "팝스타, 록스타를 동경하다 보니까 '나는 왜 해외에서 태어나지 않았지?', '영국이나 일본에선 기타를 매면 멋있는데 우리나라는 안 그러지?' 하는 마음에 원망하는 마음도 들었다"며 "조금씩 크다 보니까 시대가 달랐던 거 같다. 인터넷은 열려 있고 BTS가 활약하고 있다. 여러 가수가 국위선양 하면서 케이팝이라고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들어주고 있으니까 뭔가 차별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글의 매력은 내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작업하게 됐다. 부득이하게 영어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가능한 한글을 쓰려고 한다"고 짚었다.
타이틀곡 '태양 물고기'는 윤하의 취향이 물씬 느껴지는 록 넘버로 타인의 평가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치열히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개복치에 빗대어 표현했다.

왜 '개복치'였을까. 그는 "나약한 존재고 금방 죽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영어로 선피시(SUNFISH)인지는 몰랐다. 수많은 어종이 있는데 왜 선을 달고 있는지. 해바라기도 왜 선을 달고 있는지. '개복치의 비밀'이라는 책도 있더라. 오해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친구이더라"라면서 "20이라는 숫자가 운명으로 결착된 느낌도 들고 별생각이 다 들었던 거 같다. 이 친구가 '바다의 태양 같은 존재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드넓고 대인배가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순간들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 않나. 하늘을 닮은 바다, 바다의 태양 정도는 될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이 곡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복치와 닮은 점에 대해 "음악적으로는 욕심이 많아서 좋은 게 많으면 하고 싶다. 발라드부터 록, 피처링도 해보고 EDM이 들어간 세련된 음악도 해봤다. 윤하 하면 세대에 따라 많이 갈리더라. '사건의 지평선'이 잘 되면서 중간으로 모이긴 했지만, 어느 장르에서나 이방인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하는 2022년 발매한 '사건의 지평선'이 발매 8개월 만에 역주행하면서 음원차트는 물론 음악방송 1위를 석권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이로 인해 윤하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 데 부담감을 덜고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그는 "'사건의 지평선' 이후 부담감을 조금 덜어냈다. 언제까지 보일지 모르니까 빨리 기록해서 형태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즐겁게 작업했다"며 "'열심히 하니까 들어주네?'라고 하면서 우쭐하기도 했다. 그런데 1위에 오래 안착해 있으니까 무섭기도 하더라. 노력도 있지만 운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어떤 음악을 들려드려야 할지 초조하지만, 너무 부담가지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로 돌아오자' 마음을 다잡았다"고 털어놨다.

윤하는 2004년 9월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 2006년 12월 한국에서 재데뷔했다. 그렇게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무엇보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여성 솔로 가수로 역대 여섯 번째 입성에 이어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솔로 가수로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는 "20주년이 언제 됐는지 모르겠다. 20년 하면 너무 중견 같으니까 '두 번째 20살이라고 생각하자' 싶었다. 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일도 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만 젓다가 전완근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장기 레이스로 생각하고 꾸준히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체조경기장에서 무대를 하는데 '결혼식을 하면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치던 분들까지 다 모여서 축하해주는 느낌이라 엄청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20살을 맞은 윤하는 더 즐기면서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그는 "조용필 선배님이 50주년이 됐다고 하는데 저는 한없이 아기일 거 같다. 지나고 보면 또 청춘이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거고, 윤하의 커리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제 시작점으로 느껴질 거 같다"며 "활동하면서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인생은 한 번이니까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한다. 여행도 많이 하면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음악으로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허지형 기자 | geeh20@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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