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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 "'백설공주'=꿀고구마? 친구 권일용에 새벽에도 자문 구하며 촬영"[인터뷰①]

  • 한해선 기자
  • 2024-09-10

변영주 감독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관련한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변영주 감독은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 극본 서주연, 이하 '백설공주') 관련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 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 고정우는 술을 먹고 기억을 잃은 두 시간의 블랙아웃 후 전 애인 심보영(정하은 분)과 박다은(한소은 분)이 살해당한 사건을 추적했고, 자신이 믿었던 친구 현건오(이가섭 분), 양병무(이태구 분), 신민수(이우제 분)와 마을 사람들이 두 여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이자 은닉자였음을 알아가며 충격을 안겼다.

'백설공주'는 독일의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최고 히트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한국적인 감성을 더해 재해석한 작품. 영화 '화차', '낮은 목소리' 등으로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 첫 데뷔작으로, 지난 4월 개최된 제7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 랑데부(RENDEZ-VOUS)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지난 7일 방송된 8회에서는 고정우(변요한 분)의 친구 양병무와 신민수가 죽은 심보영의 성폭행범으로 붙잡힌 가운데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서장 현구탁(권해효 분)의 만행이 그의 아들 현건오를 스스로 죽게 한 비극을 불러와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이날 '백설공주'는 최고 시청률 6.4%까지 올랐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백설공주' 8회까지 방송되며 시청률이 오르는 상황이다.

▶매주 금요일 개봉하는 기분이다. 토요일 아침 8시 반에서 9시쯤이 되면 여기저기서 톡이 온다. 방송국에서는 2049 시청률을 보내주기도 하고 배우들도 시청률을 알려주면서 저도 긴장하게 되더라. 봐주신 분들에게 너무 고맙다. 무엇보다 배우들에게 고맙더라. 시청자들이 무거운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 때문에 버티면서 봐주시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나쁜사람 투성이이지 않나. 생활감 있는 악인들을 어른들이 잘해주셔서 시청자들이 버텨주신 거라 생각한다.

-시청률이 오를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실 모르겠다. 이 장르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뤘는데 불호 장르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보지 않으면 통쾌하지 않을 수 있다. 미스터리는 고구마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포기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가서 통쾌함을 준다. 지난 몇 년간 채널이나 투자자에서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 되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고, 잘해볼 수 있는 장르라 생각했다.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좋으면서도 여러 마음이 들었다.

-쉽지 않은 장르임에도 '백설공주' 연출을 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오래 전에 '화차'를 만들면서 느꼈던 장르가 이런 장르였다. 문학으로든 영상으로든 나도 이런 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저에게 코미디가 들어오진 않지 않냐. 무거운 장르가 많이 들어오고 저 또한 그런 걸 즐겼다. 더 밝은 걸 해볼까가 아니라 이 장르를 어떻게 시청자들이 잘 버티면서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어떤 장치가 있으면 좀 더 즐겨주실까 싶었다.

-'백설공주'에 대해 '고구마'(답답하다)란 평도 있으면서 '꿀고구마'(재미있으면서도 답답하다)란 평도 있다.

▶저는 인간으로서도 사이다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세상이 한번도 사이다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고구마들이 버티기 때문에 세상이 어느순간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많이들 '8화쯤 왔으면'이라고 하던데, 그런다고 해서 이들이 자백할까, 자백을 한다고 해서 통쾌하질까 싶었다. 나는 정우와 상철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꿀꿀거리면서 보는 장르라 생각했다.

-드라마 연출은 영화 연출에 비해 어떤 점이 쉽지 않았던가.

▶'백설공주'에서 제가 잘 못한 게 매회 엔딩을 쫄깃하게 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과 제가 같이 있는 단톡방이 아직도 있다. 그 친구들이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감상평을 얘기해주면 너무나도 고맙지만 동시에 되게 반성의 시간도 갖게 된다. 이건 정말 다른 방식의 이야기가 필요한 매체구나 싶었다. 처음엔 이 작품이 10부까지 있었는데 엔딩을 모른 상태에서 작품을 하는 게 쉽진 않았다.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면 뒤에 영향이 어떻게 갈지도 상상해야 했다. 배우가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렸는데 12회에 그게 더 크게 있다면 감정 조절도 미리 계산해서 해야 했다. 회차마다 교집합끼리 연결을 하는 계산을 하기 되게 어려웠다.


-드라마를 하면서 좋게 다가왔던 점은?

▶제가 기본적으로 드라마를 되게 좋아했다. 내 인생 드라마가 '손 더 게스트'였다. 제작진이 어떻게 저렇게 제한된 상황에서 잘 찍었지? 싶었다. '손 더 게스트'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제 목표다. OCN의 제작비가 얼마 없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잘 찍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10년을 쉬었는데 다음엔 내년 7월에 드라마를 공개하고 그 다음엔 영화를 하고 또 드라마를 할 수도 있겠다. 그 가운데 내가 어떤 걸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드라마의 시스템적인 면도 많이 고민했겠다.

▶배우들이 저보다 드라마 경험이 많았다. 당진에서 촬영하면서 동네에서 돌아다녔다. 그러면 앉혀놓고 '그때 감정은 어떻게 했냐', '회차별 등장 계산' 등을 물어봤다. 이건 계산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도움이 컸다. 특히 (권)해효 형과는 20년 동안 안 사이였다. 그런데 한번도 뭘 같이 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처음 같이 하면서 해효 형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정말 해효 형과 작업하는 게 좋았고 언제나 기대를 하게 되더라. 권해효 배우는 절대로 자기가 선배티를 안 내는 사람인데 저 때문에 도와주고 싶어서 배우들을 모아놓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권해효의 8회 엔딩 오열신이 화제가 됐다. 해당 신은 촬영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악인의 목표 중 하나가 뽀개졌다. 형이 좀 더 센 인간이라고 사전에 디벨롭하자고 했다. 위아래가 누구냐고 화를 내는 장면도 빌드업 장면이었다. 형이 오열할 때 우리에게 여러가지 길이 있지 않냐. 불행한 상황을 보고 뛰어올라가는 게 있고, 무너지는 게 있을 텐데, 이미 오는 과정에서 예측해서 불을 켜고 오열하는 걸로 촬영했다. 되게 잘했고 컷을 부르기 싫을 정도였다. 배우가 너무 멋진 연기를 할 때 감독 입장에서는 '저 얼굴을 끊기 싫다'라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어떤 장치를 보여주려고 했나.

▶'화차'에서도 '저 여자는 가짜야'라는 걸 보여줬는데, 이것은 결말을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작품이라기보다 결말을 알아도 찾아보는 작품이 되고 싶었다. '화차'나 '백설공주'를 읽었던 팬들이 있었을 텐데 애초에 그건 각오를 했다. 미스터리 소설들은 원작에서 마을 공동체가 범인으로 많이 그려지는데 과정의 재미를 잘 주고 싶었다.

-마을 공동체가 범인이란 스토리에서 실제 사회적 사건이었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연상될 수도 있겠다.

▶그걸 염두에 두고 찍은 건 아니다. 한국사회의 다양한 감정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지푸라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있다. 미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했다. 한국사회에서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인 경우에 (징역) 10년형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드라마에서 현실 그대로 5년형을 받으면 이상하게 보이겠다. 나머지 부분이 리얼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제 친구인 권일용 교수에게도 새벽 2시에도 아침에도 전화해서 자문을 구했다. 단 한번도 싫어하지 않고 도와줘서 감사했다. 지금 준비하는 작품도 더 뻔뻔하게 부탁하려고 한다.

'백설공주'는 총 14부작으로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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