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관련한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변영주 감독은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 극본 서주연, 이하 '백설공주') 관련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 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 고정우는 술을 먹고 기억을 잃은 두 시간의 블랙아웃 후 전 애인 심보영(정하은 분)과 박다은(한소은 분)이 살해당한 사건을 추적했고, 자신이 믿었던 친구 현건오(이가섭 분), 양병무(이태구 분), 신민수(이우제 분)와 마을 사람들이 두 여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이자 은닉자였음을 알아가며 충격을 안겼다.
'백설공주'는 독일의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최고 히트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한국적인 감성을 더해 재해석한 작품. 영화 '화차', '낮은 목소리' 등으로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 첫 데뷔작으로, 지난 4월 개최된 제7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 랑데부(RENDEZ-VOUS)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지난 7일 방송된 8회에서는 고정우(변요한 분)의 친구 양병무와 신민수가 죽은 심보영의 성폭행범으로 붙잡힌 가운데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서장 현구탁(권해효 분)의 만행이 그의 아들 현건오를 스스로 죽게 한 비극을 불러와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이날 '백설공주'는 최고 시청률 6.4%까지 올랐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번 드라마로 다시 작품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배종옥 배우의 연기를 보고 느꼈다. 저는 사실 게으른 사람이다. 방송 출연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한 거다. 계획을 세우면서 산 적은 사실 잘 없다. 그날 처음으로 부끄럽고 반성했고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년에 두 작품은 해야겠다 생각했다.
-'백설공주'가 계속해서 시청률이 상승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말로 배우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화도, 드라마도 배우가 해낸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매혹당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저 마음 알 것 같아', '어떻게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노력이 통했다.
-'백설공주'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워낙 많았다. 촬영하면서도 특히 소름돋았던 장면이 있다면?
▶첫 회 때 이태구 배우가 정우에게 맑은 눈으로 얘기하는데 어쩜 저럴까 싶었다. 배우 21명과 있는 단톡방이 있는데, 방송 끝나자마자 서로 '나빴다', '잘했다'를 평가해 주더라. 김미경, 배종옥 배우는 항상 경이로웠다. 뒤로 갈수록 배종옥 배우가 얼마나 경이롭게 연기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권해효 선배도 워낙 잘해줬고 마을의 배우들이 너무 리얼하게 연기를 잘해줬다. 거기서 오는 페이소스 때문에 어이없이 웃긴 장면도 있지 않냐. 어쩔 수 없이 뛰고 올라가는 아저씨들도 보여주고. 고준 배우는 제 말투와 섞여서 만들어진 것 같다. 제가 투덜거리는 말투, 능글거리는 말투가 섞였다. 노상철은 정말 재미있는 형사 캐릭터다. 단점이 많은데 좋은 형사는 언제나 페이소스를 잘 주는 것 같다.
-'백설공주' 후반의 관전 포인트는?
▶정우와 상철이 어떻게 실마리를 잡아갈 것인가가 포인트다. 과연 이들에게 어떤 게 실마리가 될 것인가다. 보영의 사체가 발견됐고 성폭력이 밝혀졌는데, 그럼 어떻게 죽였고 목격자는 누구고 사체를 치운 사람은 누구고 이걸 누가 은폐했는가, 수사 과정에서 어떤 조작이 있었는가 등이 있겠다. 수오의 그림이 스포일러인데 그게 모여서 미스터리가 풀릴 수도 있고 노상철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어떤 악인도 피해가지 않을 것이다.
-다시 촬영하고 싶거나 추가하고 싶은 장면이 있는지?
▶없다. 결국 제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결과를 봐야 아는 것인데 어떤 작품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작품을 찍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아는 기간이 점점 짧아질 뿐이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인지.
▶호들갑을 많이 떤다.(웃음)
-'백설공주'가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재방송도 보게되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변)요한이나, (고)준이나, (고)보결이나 몇몇 배우들의 출세작으로 대표되고 싶다. 그러면 저에겐 기쁜 일이 되겠다.
-영화감독들이 드라마 연출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영화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최근 영화 티켓값이 비싸다는 논란도 있었는데.
▶어느덧 영화가 쿨 미디어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안 되는 건 또 아니다. 티켓값이 올라가면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생길 수도 있겠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모든 게 키오스크로 바뀌었는데 극장에서 어떤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 영화를 본 분들이 다양하게 피드백하는 게 필요하다. 평가를 하고 분석하는 사람은 많은데 어떻게 하면 잘 될까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저는 최근에 '핸섬가이즈'가 많은 사랑을 받은 걸 봤는데, 그런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숏폼이 많아져서 극장을 잘 안 간다는 반응도 있던데.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가 자체가 많아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여가시간의 문제인 것 같다. 저녁을 먹고 가족, 친구와 뭔가를 도모하는 것을 복원시켜야 될 문제라고 본다.
-요즘 드라마 유튜브 몰아보기도 있는데 그런 짧은 형식의 콘텐츠는 어떻게 생각하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제가 의도한 생각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도 그 분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들어서 보여주는 순간부터는 감독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고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몰아보기를 하거나 리뷰를 하거나 예측을 하는 것도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구석 1열'을 통해 감독님을 아는 대중이 많기도 하다.
▶'방구석 1열',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제 일과 관련이 있어서 나간 거였다. 시사토크쇼, 나를 불편하게 하는(움직이게 하는) 예능은 안 나갔다.(웃음) 나머지 프로그램은 제가 '역덕'(역사 덕후)이다 보니 나갔다. 하나의 영화에 대해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다. '방구석 1열' 한 회를 하면 영화 두 편을 다루는데 오랜만에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반가웠다.
-향후 드라마 대본을 쓸 생각도 있는지.
▶저는 딱 2시간 쓰는 것에 특화된 사람이다. 이번에도 작가님과 상의하면서 중간중간 대사를 바꾼 정도다.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도 있는지.
▶예전부터 사극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제가 하고 싶은 사극이 전투신이 크게 들어가는 건 아니었다.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얘기로도 가능하지 않겠나. 가벼운 사극도 해보고 싶다.
-이후엔 또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
▶제가 다음 다음 작품으로 확정한 작품이 웹툰 원작이다. 조금 슬픈 얘긴데, 얼마 전에 '화차' 원작자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 회사 대표가 와서 ('화차'의 주연배우인) 고(故) 이선균 배우의 묘소에 참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제까지 자기 작품 중에 전 세계적으로 잘 된 작품이 '화차'라고 하면서 작가님이 자신의 다른 작품인 '이유'의 판권을 저에게 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언젠가 그 작가님의 작품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변영주 감독에게는 여전히 '화차'가 대표작인데.
▶내 출발작이었다. 내가 흥분하면서 일할 수 있었고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알게 된 작품이었다.
'백설공주'는 총 14부작으로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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