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종영 후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권선징악이 아닌, 권력자들이 죄를 짓고도 잘 살아가는 엔딩. 김재환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김재환 작가는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지니TV 시리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이스라엘 드라마 'Kvodo'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김강헌(김명민 분)이 대결하는 내용이다.
'유어 아너'는 ENA에 편성된 뒤 시청률은 1.7%에서 4.8%까지 올랐다. (닐슨코리아 제공) 이번 작품이 크게 사랑받을 줄 알았을까. 김 작가는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작가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날 써주는 사람은 이제 막 시작하거나 한번 망한 제작사들이었다. 그들도 가진 게 없었기에 더 완벽한 작품을 원했다"라며 "처음엔 내 대본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20년 세월을 쏟아붓다 보니 확신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촬영 일정이 맞지 않아 캐스팅되고도 1년 정도 밀리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는 "난 20년간 글을 썼으니 불신은 없다. 다 만들기만 하면 됐는데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도 있었다. 그러니 지진을 감지한 바퀴벌레처럼 큰일 날 수도 있을 거 같더라"며 "우여곡절 끝 제작사와 플랫폼이 잘 버텼고 가장 좋은 게 나왔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대본을 많이 고민했고 배우들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간이 지체되며 생기는 손실 때문에 모든 이가 절실하게 만들었다.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된 거 같다"라고 전했다.
손현주와 김명민, 김도훈, 허남준 등 배우들의 열연도 큰 이목을 끌었다. 김 작가는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20년간 확신 있는 글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거다. 두 분이 내 대본을 선택한 거다. 사실 작품이 엎어졌을 수도 있고 대본이 이면지로 쓰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선택받아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기뻤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두 분을 바라봤을 때 '정말 잘했구나' 생각했다. 내가 요리했더니 (배우들은) 좋은 불에다가 적절한 익힘, 조미료 등을 담아줬다. 손님들이 그 음식을 먹고 열광하면 재료 만든 입장에선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감탄했던 장면은 어디냐고 묻자, 김 작가는 "손현주 배우도, 김명민 배우도 표정에 감정을 담았을 때다. 글은 감정을 전달하기에 힘들었다. '뜨악하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13가지로 표현하더라. 글로 전해진 감정을 혼자 있는 시간에 고민하고 연습하고 가장 좋은 걸 보여주기 위해서 불을 태웠구나, 란 생각이었다"라고 감탄했다.
보통 미니시리즈 경우, 사건의 발단인 두 주인공은 초반부에서 만나 불꽃 튀는 대결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어 아너'에선 4회의 엔딩쯤 마주하게 된다. 김 작가는 "표민수 감독이 이스라엘 원작 1~8회 내용을 4회 안으로 압축시키자고 했다. 이후 내용은 한국형으로 재창조한 것이다"라며 "정말 어떻게 써야 하나 싶은 정도로 생각 없이 4회까지 압축했다. 재밌는 걸 늘어놓았으니 편성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권선징악이 없는 결말 구성에 대해선 "원작과 다르게 하고자 했다. 이 이야기가 과연 뭘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6회 대본이 나왔을 때 한 지인의 얘기가 떠올랐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 얼음이 녹는데 잠기는 건 남태평양 섬들이란 것이다. 왜 저들이 피해를 볼까. 남태평양 섬들은 정말 아름답지 않나"라며 "산업화를 활발하게 하는 선진국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물이 잠기면 아마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며 멈췄을 거다. 근데 모두가 지키고 싶어 하는 섬이 잠기는 걸 보면 경각심을 깨닫는 거다. 그러니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슬픔에 잠긴다"라고 비유했다. 이어 "두 아버지가 싸운다. 한쪽은 부성애, 한쪽은 자식을 잃은 슬픔과 분노다. 그들이 싸우다 보면 다른 인물도 붙게 되고, 각자 욕망을 위해 싸운다. 이들의 싸움 끝은 어떤 결과일지, 애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피보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김 작가는 영화 '고령화 가족' '계춘할망' '뒤틀린 집' 등에 이어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 '유어 아너' 등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써왔다. 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가족이라고 사랑을 강요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 가족은 많은 규율 속에서 살아가는 거 같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면 '아버지'라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게 당연한 거다. 단순히 가족의 일원이라고 사랑해야 할 이유는 없다"라며 "사랑한다면 사랑스러운 아버지, 증오하면 증오하는 아버지다. 난 이런 걸 말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놀랍게도 '소년시대'와 '유어 아너'는 같은 시기에 집필됐다. 두 작품은 분위기와 소재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김 작가는 "'소년시대'는 이명우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이 SBS 드라마 '열혈사제'를 연출한 적 있는데, 그 소그이 장룡 역을 좋아했다. 그래서 장룡의 고등학교 시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장룡 역의 음문석을 만났다. 음문석 씨의 과거 이야길 들었고 그걸 토대로 만들어졌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유어 아너'와 '소년시대'를 같이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플롯이 같기 때문이다. 두 작품의 본질은 절대 권력자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약자"라며 "'소년시대'는 10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세상 모든 청춘을 위해서'란 자막이 등장한다. 난 사실 '지질이'라고 했지만 말이다. 청춘들은 이미 다 잘하고 있으니 '지질이'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유어 아너' 속엔 거대한 진리가 있다. 오류가 있는 진리를 희생시키는, 반드시 존재하는 선(善)에 대한 얘기"라고
끝으로 김 작가는 "'유어 아너'는 현재 시즌2를 구상 중이다. 시즌1 엔딩과 이어지는 내용이 될 것 같다"라고 스포일러했다.
안윤지 기자
| zizirong@mtstarnews.com
김재환 작가는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지니TV 시리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어 아너'는 이스라엘 드라마 'Kvodo'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김강헌(김명민 분)이 대결하는 내용이다.
'유어 아너'는 ENA에 편성된 뒤 시청률은 1.7%에서 4.8%까지 올랐다. (닐슨코리아 제공) 이번 작품이 크게 사랑받을 줄 알았을까. 김 작가는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작가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날 써주는 사람은 이제 막 시작하거나 한번 망한 제작사들이었다. 그들도 가진 게 없었기에 더 완벽한 작품을 원했다"라며 "처음엔 내 대본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20년 세월을 쏟아붓다 보니 확신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촬영 일정이 맞지 않아 캐스팅되고도 1년 정도 밀리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는 "난 20년간 글을 썼으니 불신은 없다. 다 만들기만 하면 됐는데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도 있었다. 그러니 지진을 감지한 바퀴벌레처럼 큰일 날 수도 있을 거 같더라"며 "우여곡절 끝 제작사와 플랫폼이 잘 버텼고 가장 좋은 게 나왔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대본을 많이 고민했고 배우들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간이 지체되며 생기는 손실 때문에 모든 이가 절실하게 만들었다.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된 거 같다"라고 전했다.
손현주와 김명민, 김도훈, 허남준 등 배우들의 열연도 큰 이목을 끌었다. 김 작가는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20년간 확신 있는 글이 만들어지지 않은 건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거다. 두 분이 내 대본을 선택한 거다. 사실 작품이 엎어졌을 수도 있고 대본이 이면지로 쓰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선택받아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기뻤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두 분을 바라봤을 때 '정말 잘했구나' 생각했다. 내가 요리했더니 (배우들은) 좋은 불에다가 적절한 익힘, 조미료 등을 담아줬다. 손님들이 그 음식을 먹고 열광하면 재료 만든 입장에선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감탄했던 장면은 어디냐고 묻자, 김 작가는 "손현주 배우도, 김명민 배우도 표정에 감정을 담았을 때다. 글은 감정을 전달하기에 힘들었다. '뜨악하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13가지로 표현하더라. 글로 전해진 감정을 혼자 있는 시간에 고민하고 연습하고 가장 좋은 걸 보여주기 위해서 불을 태웠구나, 란 생각이었다"라고 감탄했다.
보통 미니시리즈 경우, 사건의 발단인 두 주인공은 초반부에서 만나 불꽃 튀는 대결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어 아너'에선 4회의 엔딩쯤 마주하게 된다. 김 작가는 "표민수 감독이 이스라엘 원작 1~8회 내용을 4회 안으로 압축시키자고 했다. 이후 내용은 한국형으로 재창조한 것이다"라며 "정말 어떻게 써야 하나 싶은 정도로 생각 없이 4회까지 압축했다. 재밌는 걸 늘어놓았으니 편성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권선징악이 없는 결말 구성에 대해선 "원작과 다르게 하고자 했다. 이 이야기가 과연 뭘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6회 대본이 나왔을 때 한 지인의 얘기가 떠올랐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 얼음이 녹는데 잠기는 건 남태평양 섬들이란 것이다. 왜 저들이 피해를 볼까. 남태평양 섬들은 정말 아름답지 않나"라며 "산업화를 활발하게 하는 선진국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물이 잠기면 아마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며 멈췄을 거다. 근데 모두가 지키고 싶어 하는 섬이 잠기는 걸 보면 경각심을 깨닫는 거다. 그러니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슬픔에 잠긴다"라고 비유했다. 이어 "두 아버지가 싸운다. 한쪽은 부성애, 한쪽은 자식을 잃은 슬픔과 분노다. 그들이 싸우다 보면 다른 인물도 붙게 되고, 각자 욕망을 위해 싸운다. 이들의 싸움 끝은 어떤 결과일지, 애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피보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김 작가는 영화 '고령화 가족' '계춘할망' '뒤틀린 집' 등에 이어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 '유어 아너' 등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써왔다. 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가족이라고 사랑을 강요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거다. 하지만 대부분 가족은 많은 규율 속에서 살아가는 거 같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면 '아버지'라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게 당연한 거다. 단순히 가족의 일원이라고 사랑해야 할 이유는 없다"라며 "사랑한다면 사랑스러운 아버지, 증오하면 증오하는 아버지다. 난 이런 걸 말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놀랍게도 '소년시대'와 '유어 아너'는 같은 시기에 집필됐다. 두 작품은 분위기와 소재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김 작가는 "'소년시대'는 이명우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이 SBS 드라마 '열혈사제'를 연출한 적 있는데, 그 소그이 장룡 역을 좋아했다. 그래서 장룡의 고등학교 시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장룡 역의 음문석을 만났다. 음문석 씨의 과거 이야길 들었고 그걸 토대로 만들어졌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유어 아너'와 '소년시대'를 같이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플롯이 같기 때문이다. 두 작품의 본질은 절대 권력자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약자"라며 "'소년시대'는 10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세상 모든 청춘을 위해서'란 자막이 등장한다. 난 사실 '지질이'라고 했지만 말이다. 청춘들은 이미 다 잘하고 있으니 '지질이'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유어 아너' 속엔 거대한 진리가 있다. 오류가 있는 진리를 희생시키는, 반드시 존재하는 선(善)에 대한 얘기"라고
끝으로 김 작가는 "'유어 아너'는 현재 시즌2를 구상 중이다. 시즌1 엔딩과 이어지는 내용이 될 것 같다"라고 스포일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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