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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용서에 2차 가해..곽튜브, 너 뭐 돼? [김나라의 적나라]

  • 김나라 기자
  • 2024-09-17
유튜버 곽튜브(본명 곽준빈)가 듣도 보도 못한 이나은 '대리 용서' 논란에 무성의한 사과문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곽튜브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나의 첫 이태리에서 보낸 로맨틱 일주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여기엔 그룹 에이프릴 출신 연기자 이나은과의 이탈리아 로마 여행기가 담겼다.

문제는 곽튜브가 이나은과 식사 도중, 그를 둘러싼 논란들을 경솔하게 언급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곽튜브는 학창 시절 '학폭(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사실을 인기 예능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등에서 눈물로 고백하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던 인물. 극심한 학폭·왕따에 시달려 끝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던 그가 상처를 딛고 유튜버로 성공, 가해자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인생 역전 스토리로 대중을 열광케 했다.

반면 이나은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바, 이는 최초 유포자 A 씨의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누명을 벗으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나은에겐 같은 에이프릴 멤버였던 이현주 '왕따' 가해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는 상황. 더욱이 이나은을 비롯한 에이프릴 멤버들, 당시 소속사였던 DSP미디어가 이현주 남동생과 이현주 동창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혐의 없음' 의견,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경찰은 "그룹 내 일반적인 인간관계적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이를 왕따라고 명확히 판단하기 힘들어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라며 이현주 남동생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준 것.

이러한 상황에서 곽튜브는 이나은에게 "학폭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했다. 가해자라고 해서 널 (인스타그램) 차단했는데 아니라는 기사를 보고 풀었다. 오해받는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 같았다"라는 발언을 내뱉었다.

이에 이나은은 "진짜 나를 오해하고 차단했다는 게,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속상했고 슬펐다"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곽튜브는 "내가 피해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오해받는 사람한테도 피해를 주는 것 같아 그렇더라"라고 맞장구를 쳤다.

'학폭 피해'를 호소했던 곽튜브가 '왕따 의혹'을 산 이나은을 두둔하는 꼴이라니, 이 씁쓸하기 그지없는 장면이 고스란히 노출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것이다. 게다가 곽튜브는 '유퀴즈'에서 눈물의 학폭 피해 고백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타며, 120만 명대이던 구독자 수가 211만 명으로 훌쩍 뛰었던 바. 대중의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들끓고 있으며, 구독자 수도 하루 새 1만 명이 줄었다. 곽튜브가 출연한 학교폭력 캠페인 공익광고 또한 비공개 처리, 교육부로부터도 '손절'당했다.
이번 논란은 곽튜브가 한국방송대상·청룡시리즈어워즈 등 각종 시상식의 트로피를 휩쓴 대형 유튜버로서 영향력을 간과한 언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악스러운 '대리 용서'라는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가 됐다. 이나은의 논란을 차치하고, 곽튜브의 선택적인 행동으로 인해 가해자도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부각되며 2차 가해를 낳는 상황이 버젓이 다뤄졌다는 게 가장 비판을 부른 지점이다. 또한 '학폭 피해자'가 왕따 이슈가 있는 인물의 이미지를 애써 세탁해 주려 한 점도 대중의 분노를 유발했다.

"제 개인적인 감정이 모두의 입장이 되지 않도록 깊이 생각하겠다"라는 내용의 곽튜브 사과문엔 무려 1만 68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왕따 당사자가 가해자를 세탁 돌려주는 아이러니한 세상", "'대리 용서'라는 단어가 딱 맞는 영상이었다. 이걸 보니 그럼 안 되지만, 가해자들도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어서 이렇게 보호받고 살겠지 싶다. 씁쓸하다", "본인 셀링 포인트에서 가장 엮어선 안 될 인물을 엮이다 못해 세탁을 해주려고 했으니", "이 사태가 너무 웃기다", "학폭 의혹 외에 멤버 불화설은 몰라서 게스트로 섭외했다 쳐도 사과문이 이게 맞냐? 적어도 2차 피해 입을 다른 피해 멤버한테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오늘의 교훈 어찌 됐건 예쁘면 장땡. 내 개인감정이거든", "TV만 나갔다 하면 학폭으로 울더니 가해 의혹 인물을 세탁하네", "결국 피해자라며 광고며 방송이며 나왔지만, 가해자 옆에 있었으면 가해자를 두둔했을 거라는 게 이변 영상이 사람들에게 주는 가장 큰 불쾌감이지 싶다", "본인 학폭당한 거 우리들이 용서할 테니 앞으로 피해자 호소하지 말아라. 학폭하신 가해자분 용서받았으니 당당하게 생활하게요", "내가 당한 학폭은 나쁜 학폭이고 남이 당한 왕따는 안타까운 오해인 거야?", "네 모든 가해자들이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겠죠?" 등 쓴소리를 퍼부었다.

'눈치 보기식', 심지어 대중도 아닌 이나은을 챙기려는 안일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육하원칙 다 빼놓은 사과문. 진짜 기싸움 대단하다", "안 하니만 못한 사과글을 쓰네. 주변에 좀 물어보기라도 하지. 기름을 부어버리네", "이나은 기분 안 상하게 써야겠고 뭐라도 입장은 밝혀야겠고", "사과문조차 해명보단 누군가를 의식해서 쓴 것 같네. 너무 스위트하다" 등 반응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곽튜브에게 학폭을 했던 무자비한 녀석들도 누군가에겐 의리 있고 꽤 멋진 친구였을 수 있었을 거다. 인간은 여러 면이 있으니까, 모두에게 학폭 가해자의 얼굴을 한 사람은 있을 수 없을 거다. 지금 곽튜브가 쓴 입장문의 개인적인 감정이라는 것도 그거다. 누군가에겐 가해자이지만, 나한테는 좋은 친구이고, 나는 여러 얼굴 중 그 얼굴만 만났기에 가해자라는 다른 얼굴은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불편해하니 영상을 내리겠다... 법원 판결문에 따돌림과 괴롭힘 행위는 사실이라고 엄연히 나와 있는데도 영상을 올린 것과 이런 모호한 입장문은 실망스럽다. 곽튜브 때문에 힘을 얻었던 많은 학폭 피해자도 큰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 피해자들이 '네가 원인제공 한 거잖아' '가해자라니? 나한텐 꽤 괜찮은 친구였는데 네가 모함하는 거 아냐?'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영상이었으니까. 2차 가해와 다름없는 영상과 학폭 공익광고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응원했던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이 오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보냈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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