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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여전히 속시원한 입담 "대중예술은 아름답다가도 X같은 것"[다빈치모텔][종합]

  • 윤상근 기자
  • 2024-09-27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 해임 이후 첫 공식석상에서 청년들을 위한 멘토로서 다양한 조언을 전하며 환한 미소를 전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27일 오후 9시 현대카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공개된 '다빈치모텔 라이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민희진 전 대표는 'K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이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영상은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에서 해임된 이후 첫 공식석상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민희진 전 대표는 어도어 이사회의 결정이 일방적이라고 반발했고 뉴진스 멤버들도 어도어를 향해 민희진의 대표직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어도어는 대표이사직 복귀 요구는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민희진 전 대표는 "이 시간이 내게 귀한 시간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가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내 핸드폰이 불이 날 정도로 연락이 많이 왔다. 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연락주시고 그래서 많이 감사하다"라며 "그동안 응원 많이 해서 파트너십으로 끈끈한 광고주분들께도 감사하다. 버니즈에게 드리고 싶어서 사비를 털었는데 사비가 아닌 게 됐다. 내가 재정이 엄청 풍족하지 않은 걸 아시고 협찬 아닌 협찬 해준 대표님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내가 폭로를 하거나"라며 "막말 하는 스타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자리는 K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이기에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신 분들은 영상을 끄세요. 내가 최악의 상황일 때 언급된 도파민이 와닿지도 않고 중앙일보 인터뷰 때도 밈이 되고 그랬는데 그게 끝나고 너무 상처였다. 되게 힘들게 이야기했고 처절한 이야기인데 희화화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후련은 했지만 씁쓸했는데 지인들이 보내준 것들에 웃음이 나서 넘겼다. 슬퍼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하이브 이슈 갈등 당시 기자회견도 떠올리며 "욕도 별로 안했고 두번인가 밖에 안했다. 할 얘기가 많으니까 그랬고 많이 울지도 않았고 분노에 차올랐는데 마치 울고짜고 한 것처럼 나와서 열받기는 했다"라고 떠올렸다.

민희진 전 대표는 "내가 대놓고 욕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술 담배를 전혀 안하고 유흥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는다. 기자회견 이후 혈색이 돌았던 게 하고 싶은 말을 해서 풀렸기 때문이다"라며 "13년 전 공황장애가 왔고 심장내과에 갔다. 가슴이 너무 뛰어서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정신과에 이어주겠다며 공황장애라고 말씀해주셨다. 점수가 90점 가까이 나왔다. 야근도 많이 했고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다. 의사에게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한다고 하며 울었고 의사가 너무 힘들면 욕이라도 해라고 말했다. 장난처럼 욕을 하는 편인데 나를 모르니 낯설어한다. 그리고 나는 거룩한 척 하는 걸 싫어한다. 내가 멋있고 고상한 척 하려고 용어를 가려쓰거나 애티튜드를 만드는 걸 안 좋아한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스타일이라 그런 사람들에게 찬물 끼얹고 싶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내가 제작자로서 이력이 특이하다. 디자이너인데 왜 프로듀서가 됐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많다.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운데 들을만 한가 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어렸을 때 가요를 무시하는 스타일이었다. 좋은 가요도 많지만 중2병 같이 들으면 느낌이 잘 안왔다. 그러다 느낌이 오는 곡을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중음악을 안 듣게 됐다. 또 한편으로는 치기도 있었다. 지금은 디깅이 일상이지만 대학교 때 처음으로 매킨토시가 나올 정도로 포토샵을 교수님과 배울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과도기를 20대 때 맞이한 세대이고 라디오 채널을 들으며 좋은 음악이 나오면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찾아들었고 아련한 추억이었다"라며 "예전에 갖고 다닌 CD를 좋아했던 국사 선생님께 줄까 고민하다 줄 정도로 CD가 소중했는데 지금은 너무 헤퍼진 게 쓸쓸하다. 예전엔 CD 트랙리스트를 다 들어야 하고 북클립도 헤질 때까지 볼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더 큰 물에서 보이고 싶은 포부가 생겼고 25세 때 제일 큰 회사였던 SM에 입사하게 됐다. 면접 때도 당돌하게 '음악이 좋아해서 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개념이 없어서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무대뽀로 도도하게, 재수없지 않게 얘기했고 우연찮게 좋게 봐주셨다"라며 "회사 시스템이 없는 황무지였다. 디자이너 부서도 없어서 1~2년 때는 그냥 나갈까 생각했다. 말이 안 통해서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수만 프로듀서가 단체 메일로 '얘가 대리라도 얘 말 들어'라고 보내기도 했다. 깨어있으셨다. 내게 전권이 없는 상황에서 사진을 내 마음대로 못 찍고 찍어온 사진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해야 했는데 그래도 처음부터 나대지 않고 했다. 이후 스타일리스트에게 디렉을 주고 싶어서 포토그래퍼를 내가 선정했고 그래도 성이 안차서 스타일 디렉팅을 내가 하면 안될까 라고 했지만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 아이돌 신이 고급화되지 않았고 잡지사에서 매몰차게 거절당하던 시절이었다. '어딜 감히'라며 벽이 있었고 아이돌은 촌스럽고 코어하다며 멸시받던 시절이었다"라며 "나는 H.O.T.에 관심이 없었어서 잘 모르고 회사에 들어갔고 스타일리스트에 디렉을 주며 했던 때가 소녀시대 때였다. 그런데 이젠 뮤비 관련 권한이 없어서 옷도 마음대로 입고 그랬다. 너무 속상해서 뮤비도 안 봤다"라고 말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윗사람들과 일할 때 해결 방법은 없다. 모두 성격이 다 다르고 상사도 다 다르다.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 등을 쉽게 얻으려고 하냐. 날로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저 분을 어떻게 해야 설득할 지에 대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라며 "구워삶을 방법을 찾아야지 억울해하지 말라. 내가 뭣도 없을 때 나를 거둬줬고 내 시행착오를 참아준 회사다. 조직과 사회를 배우는 거다. 돈을 받으면서 배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다 해도 자기 손해고 인생은 혼자 살아야 하고 실전이다. 예행연습이다. 그런데 그걸 미루면 늙어서 닥치게 되고 망하는 거다. 자식들에게 '어릴 때 이걸 해'라고 하는 거다. 어릴 땐 습득이 쉬운데 늙으면 외우는게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형식이 싫어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프리랜서를 왜 안하냐고 묻는데 나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고 똑똑하다"라며 "역할이 다르다. 프리랜서는 자기 스타일대로 그리면 되지만 모든 일을 디렉할 수 없고 한정적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본질과 태도에 관심이 많아서 이 업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걸 고치기 위해 뭘 해야 하고 어떻게 태도를 가져가야 할지가 숙제였고 주제파악이었다. 인하우스에서 할수 있는 역할이라는 게 있다. 프리랜서를 써도 인하우스에서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밖에서는 회사 내 실정을 모른다. 대중예술이 아름답기도 하면서 X같기도 하다는 걸 줄을 잘 타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신우석 감독님도 절대 건드리면 안돼서 이래라저래라 안했는데 내 방향성이 마음을 움직였다. 공감대가 맞았기에 함께 일을 했다. 최대한 마음대로 하셨지만 우리와 결은 같았다. 안타까운 부분이 우리와 함께 일하고 모든 곳에서 일 의뢰가 왔다. 대부분 '디토' 시즌2를 찍으려 하는 거였다. 레벨을 맞춰야 더 딥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데 잘됐다고 우르르 몰려가니까 2등이 되고 3등이 되는 거다. 트렌드가 고착화되면 새 트렌드에 맞게 되는 게 대중문화의 속성이다"라고 강조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계속 플렉서블하게 바꿔줘야 하는 게 문화다. 컬처에 왜 테크놀로지가 있어야 하느냐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SM 로고를 플렉서블하게 만든 이유가 그렇게 돼야 하기 때문이었고 하이브 슬로건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소울을 넣어서 만들었다"라며 "사람과 문화에 기술을 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트와 비즈니스를 절묘하게 붙이면 미친 시너지가 나올 것 같은데 아무도 안했다. 내가 기껏 만든 뭔가를 사업하는 아저씨가 가져가서 개차반으로 가져가는 게 너무 싫다. 모든 아저씨가 개저씨가 아니다. 그런데 근엄한 척, 거룩한 척을 잘한다. 마음속으로는 '소스가 있어야지 무슨 개소리지?'라고 생각한다"라고 유쾌하게 말하기도 했다.
윤상근 기자 |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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