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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백설공주'=제게 '럭키보키' 같은 작품"[★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4-10-06

"하설이가 분들에게 호감형으로 다가갔구나 싶었어요. 하설이에게 좋은 평이 있더라고요. 너무나 '럭키비키' 같은 드라마였죠. '백설공주'는 공개를 기다리면서 배우들끼리 끈끈해져서도 '럭키비키'였어요. 그래서 제 이름을 넣어서 '럭키보키'라고 말하고 다녔죠."

배우 김보라에게서는 진솔함과 여유, 긍정적인 느낌이 많이 묻어났다. 김보라는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 극본 서주연, 이하 '백설공주')가 2022년 6월 촬영을 마치고 2년 만에 방영을 하게 되면서 2년간의 기다림이 있었음에도 그 상황을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역발상하는 자세, 지난 6월 조바른 감독과의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한 확신과 흔들림 없을 커리어에 대한 심플한 신념을 스스럼없이 전했다.

"'언젠간 결혼을 할 건데 이게 빠른 것도 아니고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게 최고이지 않나'라고 생각했어요. 오지랖일 수도 있는데, 제 또래의 배우들 중에 결혼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열애설이 나도, 결혼을 해도 (커리어에서) 달라질 게 없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역부터 성인 연기자까지 올해로 '데뷔 20년 차'가 된 김보라였기에 할 수 있었던 유연하면서 줏대 있는 생각이었다. 사람이든, 작품이든, 사진이든 자신이 확신하는 것에는 애정을 아끼지 않는, 선명함이 돋보이는 배우 김보라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 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 고정우는 술을 먹고 기억을 잃은 두 시간의 블랙아웃 후 전 애인 심보영(정하은 분)과 박다은(한소은 분)이 살해당한 사건을 추적했고, 자신이 믿었던 친구 현건오(이가섭 분), 양병무(이태구 분), 신민수(이우제 분)와 마을 사람들이 두 여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이자 은닉자였음을 알아가며 충격을 안겼다.

극 중 김보라는 무천시의 낯선 이방인 하설 역을 맡아 11년 전 사건 해결 조력자로 활약했다.

'백설공주'는 독일의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최고 히트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한국적인 감성을 더해 재해석한 작품. 영화 '화차', '낮은 목소리' 등으로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 첫 데뷔작으로, 지난 4월 개최된 제7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 랑데부(RENDEZ-VOUS)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백설공주'의 시청률이 회차를 거듭하면서 점점 올랐다.

▶저희가 오랫동안 촬영하고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가져주셔서 기분이 좋다. 촬영했을 때는 그 당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일적으로 생각했는데, 이게 2, 3년 만에 공개됐다. '27살 때 얼굴 젖살도 빠지기 전에 내가 저런 연기를 했구나' 싶었다. 저랑 겹치지 않는 선배님들의 신을 보면서 뭔가 더 새로움을 많이 느꼈다. 찍다가 제가 28살이 되니 감독님이 '너 숙녀됐다, 젖살이 빠졌다'고 하더라. 얘기를 듣고 보니 진짜 그런 것 같았다.

-인물 관계도가 복잡해서 관계성을 표현하기에 힘들진 않았나.

▶저는 (마을에서) 외지인 역이고 인물들을 자세히 몰랐던 역이기 때문에 그대로 표현했다. 중립적인 상태로 임했다.

-하설이 극 중 키맨으로 활약했다.

▶하설이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고 대학교 때 교수님과 학생의 부당함을 보고 휴학했다. 이런 성격이 메인이어서 극중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며 중립을 두는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하설이 의사를 준비한 친구이다 보니 여러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다가 시신의 뼈를 발견한 거다.

-김보라와 하설이 닮은 점은?

▶중립을 유지하고 자기 뚝심으로 가는 성격이 닮은 것 같다. 사교성이 있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많이 한다. 저도 하설이처럼 '카더라' 같은 소문을 바로 믿지 않고 '왜?'라고 묻는다. 중학교 동창이 말하길, 제가 그렇게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남편이 저보고 '물음표 살인마'라면서 '진정한 살인마는 하설이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웃음)

-질문을 좋아하면 기자인 직업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컴퓨터를 잘 못 만져서 기자는 잘 못 할 것 같다. 나는 아날로그를 좋아해서 뭐든 전화로 말하길 좋아하고 예약도 전화로 하려고 하는 편이다. 인스타그램도 멘트 없이 올리는 편이다. 제가 사진을 좋아해서 결과물을 올리느라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고, 블로그에도 스캔한 사진을 올린다. 제가 21살 때부터 필름 카메라를 찍어서 사진 작업물을 올리고 있다. 고심해서 찍은 한 컷이 그렇게 생생해 보이더라. 나도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백설공주' 변영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너무나도 편하고 즐겁게 찍었다. 감독님이 편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너무 명확하게 얘길하셔서 현장에서 헷갈리지 않았고 늘어지지 않았다. 저희 캐릭터 감정이 딥한 부분도 많은데 최대한 배우분들에게 맞춰서 작업해 주셨다.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에 제가 어떤 행사에 참여했을 때나 관계자를 만났을 때 '변영주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뒤에서 좋은 얘길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스카이 캐슬' 때는 비밀을 품는 인물을 연기했고, 이번엔 비밀을 캐내는 인물을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인물이 더 연기하기에 맞는 느낌이었나.

▶사실 하설이가 재미있었던 건, 하설이는 시청자를 대변하고 교류하는 인물이었다. 혜나는 비밀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범인이 누군지, '백설공주' 결말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스카이 캐슬' 때처럼 이번에도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대본 안 봐서 몰라. 내 부분밖에 안 봤다'고만 했다.(웃음)

-'백설공주'에서 변요한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로 '보라가 리틀 요한이다'라고 하시더라. 항상 쿨하게 "왔냐"며 인사하고 대해주셨다. 이번 현장은 다들 선후배를 떠나 모두가 동등한 느낌으로 지냈다.

-고준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제가 키도 제일 작았고 나이도 어린 편이어서 현장에 가면 고준 선배님이 저를 귀엽게 봐주셨다. 힘을 얻고 열심히 촬영했다.

-촬영한 지 오래됐는데, 배우들끼리의 단톡방이 아직도 있을지.

▶2, 3년 동안 저희가 방영을 기다리면서 끈끈해졌고 매달 만났다. 지금도 단톡방이 활성화돼 있다. 제가 주로 주도해서 말을 많이 하는 편이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려고 한다. 선배님들이 후배들에게 뭔가 바로 말하기 어려워서 저에게 따로 연락을 주시면 제가 모임 얘길 꺼낸다.(웃음)

-'백설공주'를 마치니 어떤 느낌인가.

▶시청자 분들도 김보라와 하설을 너무 구분해서 안 봐 주셔서 좋았다. 하설이가 미워보이지도 않고 많은 분들에게 호감형으로 다가갔구나 싶었다. 하설이에게 좋은 평이 있더라. 너무나 '럭키비키' 같은 드라마였다. 기다리면서 배우들끼리 끈끈해져서도 '럭키비키'였다. 그래서 제 이름을 넣어서 '럭키보키'라고 말하고 다녔다.(웃음)


-'백설공주'가 사실 2022년 6월에 촬영을 마쳤고 2년 만에 공개가 된 건데, 작품 방영이 늦어져서 조급해지진 않았나.

▶저는 20년 동안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엔 조급함도 없고 늘 감사하더라. 이제 언급을 당하는 것조차 감사하다. 쟁쟁한 배우가 많은데 그 와중에 제가 언급되는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스카이 캐슬' 얘기를 많이 들을 텐데, 그 작품이 자신에겐 꼬리표로 느껴질 수도 있지 않나.

▶전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작품을 내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스카이 캐슬'을 함께한 김혜윤 배우와도 계속 교류한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혜윤이는 작품을 대할 때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고 늘 느꼈다. 이번에 '드라마 어워즈' 때 혜윤이가 상 받는 걸 봤는데 기분이 좋았다. 어제도 남편한테 했던 말인데, '혜윤이가 더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혜윤이도 그런 식으로 저를 많이 언급해줬는데, 든든한 동료이자 선배가 되고 싶다. 혜윤이가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저도 지금의 상태가 딱 좋다.(웃음)

-올해 6월 조바른 감독과 결혼했다. 배우로서는 만 나이 29세에 빨리 결혼한 편이다.

▶일과 나라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돼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저는 연예인 친구보다 비연예인 친구와 더 가깝고 자주 만난다. 그래서 동창들은 결혼한 애들이 많고 절친도 올해 3월에 결혼했다. 저에겐 자연스런 흐름이었던 것 같다. 물론 고민하기도 했는데 '언젠간 결혼을 할 건데 이게 빠른 것도 아니고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게 최고이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오지랖일 수도 있는데, 제 또래의 배우들 중에 결혼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열애설이 나도, 결혼을 해도 (커리어에서) 달라질 게 없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혼 후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묵묵히 잘 살아서인지 별로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예전엔 불안했는데 이젠 그런 건 없다. 그리고 제 감정에 솔직해졌다. 사람과의 교류에 있어서 방어막이 사라진 것 같다. 한 사람의 가족들도 있고 가족과 친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많이 배웠다.

-동종업계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추천하는 편인가.

▶이 '사람'과 신뢰가 두터워져서 만난 것이어서 동종업계라고 추천하는 것으로 봐야하는진 모르겠다. 저는 일 얘기를 친구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잘 안 한다. 힘든 얘기도 안 하고. 그런데 동종업계 배우자가 있어서 무슨 얘길 하면 빨리 캐치해내서 좋다. 직설적으로 작품 피드백도 해줘서 좋다.


-이번에 추석 때 결혼 후 첫 명절을 겪었을 텐데.

▶어른을 마주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저는 딸 같은 며느리인 것 같다. 아버님도 딸 같이 잘 대해주시고 어머님도 편하게 잘 해주신다.

-작년에는 '빨리 엄마가 되고 싶다'라는 말도 했는데.

▶1학기 때랑 2학기 때 장래희망이 바뀌기도 하지 않나. 작년과 지금의 임신 계획이 또 바뀌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올해 제가 갑자기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내가 뭘 좋아했지'란 생각을 올해 특히 했다. 예전엔 오디션 보고 작품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는데 말이다. 암실에 있었던 시간이 너무 좋더라. 사진을 돌아다니면서 찍고 스캔 작업도 하면서 나에게 더 집중을 해봐야겠다 싶었다.

-김보라의 사진 전시회도 볼 수 있을까.

▶전시회까지 열겠단 생각은 없다. 저는 오래 전부터 이 일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누군가는 사진만 바라보고 살지 않았겠냐. 나보다 더 전문가의 전시회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꾸준히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는 골고루 잘 섞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너무 튀지도 않고 잘 섞일 수 있는.

-그렇다기엔 미모가 튈 수밖에 없다.(웃음)

▶저는 외모적으로는 눈이 큰 것밖에 없는 것 같다.(웃음) 훨씬 예쁘고 화려한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올해 데뷔 20주년이 됐는데.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진지해 진 것? 사교성도 더 길러졌고.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해진 것 같다. 저는 아직도 배울 게 많고 부족한 게 많아서 팬분들을 자신있을 때 만나고 싶다. 저도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인데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미안하기도 하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야 할 텐데 싶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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