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서.
-최근 K팝 시장에 밴드 붐이 불고 있어요.
▶정용화=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밴드 음악하면 메탈 음악을 떠올렸었죠.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음악도 다양해지고 밴드 안에도 많은 종류의 밴드가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 이런 문화 자체가 넓어진 느낌은 저희도 체감하고 있어요. 사실 밴드 붐이 온다기보다는 '밴드를 바라보는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렇게 돼서 '많은 분들이 이제는 구별을 하겠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시대가 왔겠다'라는 생각에 저희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진짜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어요.
▶이정신=개인적으로 다른 밴드분들도 떠오르고 있고 인기 많은 밴드들이 많아져서 반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데뷔한지 15년 되기도 했지만 15년 동안 갈고닦아온 씨엔블루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올해는 록 페스티벌이나 대학 축제에 조금씩 나가기 시작하면서 TV에서만 보던 씨엔블루 느낌보다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라이브 한 무대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기대하고 있어요. 밴드 붐이 온다고 해서 저희한테 득이 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잘해야 저희한테 득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참에 앨범도 나오게 돼 시기가 좋은 것 같아요.
-밴드 후배도 많아진 만큼 선배로서 부담감도 느낄 것 같아요.
▶정용화=후배라는 느낌보다는, 저희는 예전부터 후배를 이끌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었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저희가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요즘 레슨도 다시 받으면서 음악 자체를 엄청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저희가 잘해야 이끌어줄 수 있지, 저희가 이끌려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페스티벌이 처음이지만, 15년간 공연수로 따지면 저희가 진짜 많이 했어요. 1년의 반 이상을 공연했죠. '이제 보여주면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다가가고 있고, 대중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두려운 마음은 전혀 없고 '보여줄게'라는 마음이 강해요.
▶강민혁=솔직히 부담은 돼요. 많은 관심이 있는 만큼 부담을 가져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죠. 다만 엄청 큰 부담을 느낄 줄 알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부담을 느끼는 건 그동안 저희가 열심히 해온 것들 때문에 부담의 크기가 줄어든 거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굴하지 않고 저희의 음악을 해왔고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 또한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올해로 데뷔 15년차면 이미 많이 보여준 시기인데 또 어떤 걸 보여주고 싶나요?
▶정용화=저희는 진짜 못 보여준 것 같아요.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죠. 보여줄 수 있는 무대도 많이 없었고 음악방송 이외에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건 '유희열의 스케치북', '김정은의 초콜릿' 등 밖에 없었거든요. 이제는 유튜브에서도 라이브를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졌잖아요. 저희는 라이브 하는 게 재밌고 즐거운데 데뷔 초부터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어서 '해외 투어를 더 열심히 해서, 더 유명해져서, 라이브를 계속 보여줄 수 있는 밴드가 돼야지', '더 유명해지고 더 커지면 우리가 더 이끌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월드 투어도 씨엔블루가 한국 밴드 최초로 했어요. 지금은 유튜브 등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아서 '이제야 진짜 보여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설레고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더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정용화=매번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속 잘 보이고 싶고, 계속 멋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음악도 똑같죠. 저희가 싫어하는 느낌이 무엇이냐면, '오래 돼서 멋있다' 보다는 '오래 돼도 멋있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SNS도 맨날 보면서 유행 밈에 안 늦춰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씨엔블루와 연차가 비슷한 걸 그룹 2NE1 콘서트 현장에서 포착돼 화제를 모았어요.
▶정용화=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헀던 걸 그룹이 투애니원이었거든요. 앨범 수록곡도 다 좋아했었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나를 추억할 수 있는 노래를 현장에서 들었을 때 이런 감정이 드는구나' 싶었어요. 전 항상 노래하는 입장이어서 몰랐는데 '우리도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그룹이구나' 싶었어요. 사실 '데뷔곡인 '외톨이야'가 우리 발목을 잡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걸 뛰어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는데 이것 또한 어떤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게 옛날 나의 시기를 극복하게 해줬던 노래'라는 걸 선사할 수 있는 그룹이구나 싶었어요. 2NE1이 아직까지 있다는 것 자체로도, 그냥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그냥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씨엔블루도 계속 해나가면 해나가는 대로 멋있는 그룹이겠구나', '히트곡이 더 많아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아티스트는 히트곡이 많아야 되는 것 같아요.
-끝으로 씨엔블루는 어떤 밴드가 되고 싶나요?
▶정용화=밴드 붐에서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밴드 음악은 와인처럼 오래 되면 오래될수록 멋있는 음악'이라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희 위에도 멋진 선배가 많고 그 선배들도 설 수 있는 자리가 꼭 있었으면 좋겠죠. 밴드가 붐이라고 해서 '새로운 그룹이 신선하고, 신선한 그룹만 좋아할 거야' 보다는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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