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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한강 '노벨문학상', 난 예측했다" [★FULL인터뷰]

  • 김나라 기자
  • 2024-10-20
배우 박정민(37)이 신작 '전,란'을 이끈 주연, 그리고 출판사 대표로 다방면에서 맹활약 중이다.

박정민은 11일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세계적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공동 각본가로 참여하고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했다.

극 중 박정민은 천영 역의 강동원을 '몸종'으로 둔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 종려 역할로 변신했다. 종려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함께 연습하며 무예를 가르쳐준 몸종 천영과 우정을 쌓는 인물. 또한 천영이 자신의 일가족을 모두 살해했다는 오해를 하고 배신감에 휩싸여 복수를 다짐, 가장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펼쳐내며 박정민의 '명품 연기' 진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박정민의 호연에 힘입어 '전,란'은 공개 단 3일 만에 7,5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한민국에서 1위를 차지했을뿐만 아니라 프랑스, 포르투갈, 스웨덴, 브라질, 일본을 포함한 총 58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에 박정민은 14일 진행한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톱3' 기록이 체감이 잘 안 된다. 아무래도 개봉용 영화는 수치가 신경이 쓰이는데 OTT 영화다 보니까 그렇다. 지금의 저로서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오히려 중요한데 다행히 잘 봤다고 해주시더라"라며 얼떨떨한 소감을 남겼다.

'전,란' 출연에 대해선 "제가 제일 먼저 섭외가 됐다. 박찬욱 감독님의 단편영화 '일장춘몽'(2022)을 찍고 바로 대본을 받았다. 하기로 결정이 된 후 오래 기다렸다. 저도 캐스팅이 궁금하여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했는데, 강동원 선배님이 출연하신다고 하더라. 선배님의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2023)에 제가 특별출연해서, 잠깐 만난 적이 있어서 좋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란'은 저한테 첫 사극이었다. 안 해본 거라서 보시는 분들이 괜찮으실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라며 "한복 입고 수염 붙이고 갓 쓰고. 그러다 보니 갓을 썼을 때 고개 각도라던가 세심하게 상의를 해야 하고 생전 안 해봤던 부분들을 겪었다. 액션 연습에 계산할 것도 많고 피도 많이 묻혀야 하고 여러 가지 할 게 많았다. 너무 힘들어서, '5년간 사극을 안 하겠다' 하는 말까지 나왔었다"라고 솔직하게 터놓았다.

이내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 자체가.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한 작품들을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게 확실한 거였는데 '전,란'이 그랬다. 우화적으로 표현한 거 같기도 하고 역사에 비교에 현재를 말하는 것도 좋았다. 또 수락하고 말고 할 게 크게 없는 게, 박찬욱 감독님이 하자고 하시니까. 저의 우상이시니 너무 좋았다. 이런 이유가 없진 않았는데 마침 받은 대본까지 너무 좋아서 '넙죽' 한다고 했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또 그는 "제가 양반이고 강동원 선배님이 '몸종'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는 그림이 되겠다 싶었다. 사실상 제가 '양반상'인 게 맞긴 하다. 댓글을 봤는데 제가 '놀부상'이라서 양반이 맞다더라"라고 짚어 웃음을 자아냈다.
수려한 검술 액션에 대해선 "보통 액션 영화할 때처럼 액션 스쿨을 다니며 두 세 달 정도 연습했던 거 같다. 근데 이번 영화가 달랐던 건 두 가지가 있다. 종려가 쓰는 칼이 좀 크고 무거워서 중세시대 때 썼던 검들 느낌이 좀 난다. 우리나라에 중세시대 무술을 연구하는 협회가 있다고 해서, 이 협회장님을 만나 그분한테 따로 칼을 쓰는 연습을 받았다. 협회장님께 칼에 대한 기본기를 배운 다음에 액션 스쿨에서 동작들, 합을 만들었다는 게 다른 점이다"라고 놀라운 디테일을 자랑했다.

이어 박정민은 "저는 사실 이전 작품에선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전,란'은 좀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감정적인 액션이 많으니까, 멋있는 액션이 없더라도 이건 종려의 감정이 보여야 하고 캐릭터성이 보여야 한다고 봤다. 그 두 가지가 좀 다른 액션들과는 달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 쇠로 된 칼을 썼다. 제가 힘이 장사라면 그 칼이 조절이 될 텐데 힘이 약하다 보니 가끔씩 상대 배우를 때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저 때문에 정성일(겐신 역) 형 몸이 두 동강 날 뻔했다. 형이 갑옷을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미안해했다.
강동원과 정식으로 첫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떨까. 박정민은 "강동원 선배님을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고 느꼈다. 남자다우면서, 또 생각보다 섬세하다. 지방 촬영이 많았는데 맛집에서 자기 먹을 거를 사면 꼭 항상 제 거까지 같이 사다 주셨다. 사실 제가 엄청 막역하게 하지는 못했다. 너무 좋으니까 가끔씩 뭐 물어보면 선배님이 대답을 잘해주시고 친절하게 해 주셨다. 흠모하는 감정이었다"라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사실 사극이 밤 촬영도 많고 분장에, 더운 날 찍고 정말 많이 힘들다. 그런 데다가 현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영향이 큰데 우리 현장은 이런 게 전혀 없었다. 강동원 선배님이 워낙 신나게 임하시니까. 저도 좀 실수해도 서로 웃으면서 넘기고 하니까,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강동원 선배님도 그렇고 차승원 선배님도 짜증을 안 내셔서, 저도 짜증을 못 냈다. 혼자 몰래 짜증 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더했다.

지난 2014년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차승원에 대해선 존경심을 표했다. 박정민은 "종려가 외로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촬영했다. 순식간에 다 잃어버리지 않나. 가족, 친구, 집도 잃고. 남은 것이라곤 '이상한 왕'밖에 없다. 그런 상실감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쌓아나가야겠다 생각했다"라면서 "처음 차승원 선배님의 선조를 봤을 때 긴장이 좀 많이 됐다. 이런 해석이라면, 나도 좀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원래는 저는 선조 앞에서 위축되고 이런 생각이 없었다. 근데 이 사람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서, 7년을 지켜도 한 순간에 날 쳐낼 수 있을 거 같은 뉘앙스의 연기 해석이 나오다 보니 좀 더 바싹 수그리는 걸로 계획을 다시 수정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저는 선배님 하시는 걸 약간 구경하듯이 촬영했다. 오늘은 또 어떤 걸 준비하셨을까 생각하면서, 순간순간 받아쳐야 하니 계속 긴장하고 있고 재밌었다. 10년 전 드라마 이후 오랜만에 만나서 더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1인 출판사 대표'로 거듭, 색다른 근황을 알린 박정민. 그는 산문집을 낸 적 있는 작가이자 과거 직접 책방을 운영했던 바,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배우이긴 하다.

이 같은 행보의 이유에 대해 박정민은 "얼마 전 우리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왔는데 '어떤 계획으로 나가야 하지', '나 이거 왜 재밌지' 생각했을 때 내가 쓰지 않아도 돼서 재밌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다. 기본적으로 어떤 걸 만들어서 소개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란 걸 최근에 깨달았다. 영화를 만드는 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다른 예술은 능력이 아예 없고. 책을 좋아하니까, 그나마 비교적 내 운용 금액 안에서 만들 수 있는 게 책이겠구나 해서 하고 있는 거다. 재미를 붙여서, 오늘도 이따가 작가님 계약하러 간다"라고 터놓았다.

책을 워낙 애정하는 만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10일(현지시각)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박정민은 "한강 작가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과거 책방을 운영했을 때도 저희 책방에 한강 작가님 작품으로만 한 파트가 있었을 정도로. 실제로 제가 읽으면서 많이 울기도 울었다. '흰'을 너무 좋아하고 '소년이 온다'도 좋아한다"라고 열렬한 팬심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데 저는 사실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원래 생각했었다. 서점에 후보 작가님들의 작품이 리스트업 되어 있는데 다들 중국 작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한강 작가님의 글이 외국 사람들이 읽었을 때도 충분히 확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글이니까. 영국 맨부커상도 받았으니 언젠가 노벨문학상도 받겠다 싶었다. 그게 진짜 올해라는 건 놀라웠는데 정말 너무 좋았고 감사하다"라고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출판사 대표로서의 방향도 진정성 있게 이야기했다. 박정민은 "저는 사람들이 이 악물고 쳐다보지 않으려 하는 부분, 애써 보지 않는 영역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어떤 건 너무 작은 부분이라서 크게 배려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어쨌든 세상은 자본에 의해 굴러가니까, 구석구석에 소외되고 배려받지 못한 게 있다고 느끼는 거다. 이런 걸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그런 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게 또 누군가한테는 싫은 의견일 수도 있고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의견일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만 뭔가가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옳다' 말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그런 취지로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 또한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박정민은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직업이 남의 이야기에 너무 많이 휘둘린다는 거. 왜냐하면 또 이 시대가 남 얘기를 너무 쉽게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줘서, 어쩔 수 없이 고개만 돌리면 누가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게 들린다. 그 멘털을 부여잡으려다 보면 에너지가 깎인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란'을 보며 또 느낀 거다. '이게 지금 내가 찍은 영화라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는 괜찮게 봤는데, 근데 그 순간 '다른 사람도 이 영화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오더라. 나는 이미 내 할 일을 다 하고 나왔는데도 남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좀 슬펐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니, 내가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저의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걸 내 마음대로 좋아하게 만드는 상태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정민은 "제가 '전,란'을 좋아하는 이유는 완벽해서가 아니다. 세상에 '100점짜리' 영화는 있을 수 없다. 90점, 80점인 이유는 누군가가 얘기할 거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가 되면 당연히 듣는다. 이런 점이 안 좋다고 하면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발전을 위해 들어야 하고. 다만 몰랐으면 했던 걸 저 사람이 알고 있었네 싶을 땐 상처가 되긴 한다. 그걸 잘 극복해서 멘털 훈련을 한 다음에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야 하니까, 그런 지점을 더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제가 무지성 악플엔 상처를 안 받는데 조목조목 따질 땐 위기의식을 느낀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꺼냈다.

박정민은 오는 12월 '하얼빈'(감독 우민호), 2025년엔 '얼굴'(감독 연상호) 등 차기작 개봉을 줄줄이 앞둔 상황이지만 내년만큼은 1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라고. 이에 대해 그는 "하다 못해 새롭게 보여줄 표정이 있나 되물었을 때, 저한테서 새로운 게 떠오르지 않더라. 그걸 찾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쉬면서 이를 찾아보고, 또 노느니 출판사 일을 하면서 회사를 어엿하게 만들어볼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출판사 유튜브도 개설해 볼 계획이다"라고 답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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