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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우주연상' 심은경, 금의환향.."내가 개척한 것 아냐" [★FULL인터뷰]

  • 김나라 기자
  • 2024-10-23
배우 심은경(30)이 신작 '더 킬러스'로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또 한 단계 도약을 알렸다.

심은경은 영화 '더 킬러스'로, 2018년 '궁합' 이후 무려 6년 만에 충무로 컴백에 나섰다. 특히 그는 일본 영화계를 휩쓸고 그야말로 '금의환향',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9년 일본 영화 '신문기자'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외국인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 2020년 '블루 아워'로는 그해 열린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의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2003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데뷔해 여느 아역 스타들과 다른 자신만의 길을 구축해 온 심은경. 그 범상치 않은 필모그래피는 '더 킬러스'로 방점을 찍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킬러스'는 이명세 감독이 총괄 크리에이터를 맡았으며 총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의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모티브로 대한민국 대표 감독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해 탄생시켰다. 김종관 감독의 '변신'·노덕 감독의 '업자들'·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가 담겨져 있으며, 극장 개봉 후 VOD 및 OTT를 통해 윤유경 감독의 '언 땅에 사과나무 심기'·조성환 감독의 '인져리 타임'까지 총 6편이 포함된 확장판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심은경은 '더 킬러스'의 페르소나로서 6편 전편에 등장하는 유일한 배우인데, 한계 없는 스펙트럼으로 가히 '연기 차력쇼'를 펼쳐냈다. 미스터리한 바텐더('변신'), 의문의 피해자('업자들'), 타블로이드 잡지 모델('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괴짜 웨이트리스 선샤인('무성영화')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완벽 변신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심은경은 21일 진행한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한국 영화에 출연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긴장도 되고, 언젠가 선보여야지 했던 작품으로 컴백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게 다가오고 있다. '더 킬러스'가 다양한 장르의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영화라 더 남다르다. 제 필모그래피에서 옴니버스 영화도 처음 있는 거다"라고 뜻깊은 의미를 강조했다.

'더 킬러스'가 배우로서 꼭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었던 색깔의 작품이라는 것. 심은경은 "실험적인 도전,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또 마침 30대가 됐을 때 그런 기회가 찾아와서, '더 킬러스'를 보다 의미 깊게 생각하는 거다. 저한테는 전환점이 되어줬고, 배우로서 길을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그게 뭐 완벽하게 세워졌다, 이런 뜻은 아니고 제 안에서 '중심을 잡았다'라는 표현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내가 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장르 영화를 구현하면서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다. 그렇지만 '더 킬러스'도 대중성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출연한 거다. 영화라는 게 사실 관객들에게 보라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방식이나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제가 '대중성과 멀어질 거야' 그런 선언을 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다. 앞으로 나올 작품도 멜로 영화 '별빛이 내린다'이다. 계속해서 이렇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바라보고 연기하며 확장해 가고 싶다"라고 열의를 내비쳤다.
성공적인 일본 진출의 의미도 짚었다. 이에 대해 그는 "새로운 도전은 항상 제 안에 있던 갈망이었는데, 이건 저뿐만 아닌 모든 배우가 다 그러할 거다. 그래서 스스로 개척했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선배님들이 갈고닦아놓은 길이 있었고 저도 그걸 보며 영향을 받고 커왔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커나가고 싶다' 했는데, 아직 그걸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도중이다"라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심은경은 "일본 활동은 2018년 처음 시작했고, 제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 작품들이 찾아왔다. 그때는 제가 지금보다 일본어를 못할 때니까 대본을 정말 달달달 외웠다. 매일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서 읽었다. 이게 잊고 있던 제 연기 방식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때 촬영한 대본이 지금도 집에 있는데, 되게 해져있다. 그 정도로 반복해서 읽고 밑줄치고 그렇게 연습했었는데 저도 점점 성인이 되면서 어떤 시도들이 있었을 거 아니냐. 연습을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연습보다는 현장에서 확 터뜨리는 날것의 연기를 보여주려는 방식을 썼던 적이 있었다. 근데 내 안에서 뭔가 계속 맴도는 느낌이 들더라. 분명 충실했지만, 화면에 보여지는 건 저의 느낌과는 달랐다. 그게 뭘까 했었는데, 일본에서 다시 예전처럼 연습하면서 깨닫게 된 거다. 대본을 읽고 또 계속 읽다 보니 전체가 보이더라.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걸 놓치고 있었다. 연습이 참 중요하다는 것, 연기를 준비하는 관점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고 바뀐 계기가 되었다"라고 되새겼다.
어느덧 데뷔 21년 차에 접어든 심은경. 그는 "나에게 있어서 연기란 '애증'의 관계이다. 진짜 항상 너무 어렵다. 참 미울 때도 많아서 저도 '그럼 왜 계속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근데 뭔가 아직 더 해야 되고 해야 할 게 있고 보여주고 싶은 게 남아있다. 연기에 정의를 두진 않고, 너무 저한테는 광범위해서 아직도 점점 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어릴 때가 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점점 경력이 쌓일수록 연기는 정의를 내수 없는 무형인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는 "사실 요즘도 '나는 과연 배우로서 적합한 사람일까', '내가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이대로 괜찮은 건가' 생각한다. '그만둘까, 이만큼 했으면 많이 한 거 아닐까. 내가 더 이상 잘할 수 있을까' 싶은데 하면 또 빠져든다. (연기가) 너무 좋은 거다. 참 지겹고 어려워서, 애증의 관계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심은경은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일본 만화 '몬스터'(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요한 같은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남자 캐릭터이지만 상관없이 꼭 표현해 보고 싶다는 꿈이 남아있다"라며 못 말리는 연기 열정을 엿보게 했다.

그는 "하고 싶은 역할, 염원은 있지만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기준은 없다. 근데 이번 '더 킬러스'나 드라마 '머니게임'처럼 저한테 올 줄 몰랐던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 정말 힘들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느낌상 제가 할 거 같은 작품이 있더라. 운명을 믿는 성격은 아닌데 운명처럼 다가오는 게 있다"라고 전했다.

'더 킬러스'는 23일 개봉했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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