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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강매강' 박지환, 기쁨보다 "살려달라" 호소한 이유[★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4-10-25

"박지환이란 배우가 유행처럼 '코미디의 절정', '대세'로 불리는데 저는 제가 그 정도의 실력이 아니란 걸 알아요. 오만해지기 쉽고, 여기서 쓰러지면 쓰레기가 되기 싶지 않나요. 그래서 요즘 전 제일 괴로워요. 제가 뭘 하면 대접해주기 바빠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제 실력이 들통날까봐 늘 두려워요. 제가 연극을 진짜 열심히 할 때 '잘한다'는 말을 해준 적도 있는데, 한 선배가 '지환이 연기는 과대평가 돼있지 않아?'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지금의 나를 완벽하게 평가한 단어'라고 생각해서 통쾌했어요. 지금 그때의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박지환이란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진 말이었다. 고통을 호소하는 그라니. 영화 '범죄도시'에 이어 디즈니+ '강매강'(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 연출 안종연, 신중훈, 극본 이영철, 이광재)으로 코믹 연기의 절정을 달렸고,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도 급상승한 요즘이기에, 박지환의 싱글벙글한 얼굴만을 예상했다가 생각 이상으로 깊은 그의 고민거리를 듣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경사인 줄만 알았던 이 시기를 오히려 무섭게 느끼고 경계할 수도 있구나. 이것 또한 '연기'를 애정하는 하나의 형태이겠구나.

박지환은 순간에 들떠있지도 않았고, 코믹연기나 특정 장르에 대한 편협한 철학을 가지려 하지도 않았다. 박지환은 촬영현장 그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에 집중해 연기할 뿐이었다.

'강매강'은 강력반이 어린이집으로 유배를 당한다는 유니크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송원서 강력 2반은 잡으라는 범인은 못 잡고 반장만 줄줄이 좌천시키는 전국 꼴찌의 문제적 형사 집단. 볼수록 매력적인 강력반이 오합지졸을 뛰어넘어 최강 원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라켓소년단'을 공동 연출한 안종연 감독과 '하이킥', '감자별' 등 시트콤 장인 이영철, 이광재 작가가 호흡을 맞춰 코믹 액션 수사극을 선보였다.

극 중 박지환은 산적 같은 외모와 달리 겉바속촉의 매력을 지닌 마성의 카사노바, 송원서 강력 2반 형사 무중력 역으로 분했다. 박지환은 무중력 역을 통해 코믹은 물론, 절절한 로맨스도 완벽하게 소화해 '강매강'의 다양한 재미를 이끌어냈다.


-'범죄도시'에선 범인으로 잡히는 역을 하다가 이번엔 범인을 잡는 역을 맡았다.

▶부모님이 연극을 보러오면 '또 죽냐' 이런 말을 할 때도 있던데, 지금은 도망다니지 않아서 좋다. 잡으러 갈 땐 마음이 더 편하더라.

-'강매강' 출연 결심 계기는? '범죄도시' 제작사와의 인연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강매강' 시나리오가 7가지 버전으로 나왔는데 말맛이 있고 재미있더라. 요즘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참전하게 됐다. 대본을 읽은 건 6, 7개월 전에 읽었고 출연 얘기가 나오고선 한 달 만에 촬영에 들어갔다.

-모니터링은 했는지.

▶잘 안 보는 편이다. 현장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찍으면 제 일은 거기까지인 것 같다.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그거에 대한 미덕이 좋아 보이더라. 스태프들은 믿는다. 반응도 잘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주변에서 얘기해주면 '아 진짜?', '좋은데?'라고 한다. 그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반응이라 생각하고, 중요한 건 제가 잘 찍은 마음이 드는지다. 제가 하는 방식이 어릴 때부터 그랬다. 연극을 다시 못 보는 방식이 익숙해져서 인 것 같고 부끄러워서는 아니다. 제가 한때 모니터링을 자주한 적이 있는데 연기가 뭔가 깎이는 느낌이 들고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더라. 제가 잘생긴 얼굴이 아니고 막 사용할 수 있는 얼굴이지 않냐.

-연기에서 날것의 느낌을 추구하기 때문인가.

▶굳이 날것이라기 보다 내가 걸어가는 길에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건데, 스태프들이 다 조정해 주시는 거다. 제가 의도하지 않았을 때 더 자연스럽고 더 잘 안 읽히고 좋은 것 같다. 저는 대부분은 주변에서 오는 걸 더 생각하고 느끼고 싶어한다. 저도 하는 사람이지만 제가 먼저 즐기고 싶다. 연기를 25년 해오면서 현장감을 느끼고 싶더라.

-'강매강'에서 분장 요소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노숙자 분장은 워낙 잘 어울렸고 고바야시 분장이 재미있었다.(웃음) 나중엔 무슨 분장이 나올까 싶더라. 배우들이 처음엔 어색함을 느꼈다면 나중엔 그 상황을 즐기더라. 분장하는 누나가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라고 했지만 제가 '해도 돼요. 해도 돼요'라면서 받아들였다. 한번은 (박)세완이가 평범하게 분장을 하고 왔더라. 그래서 제가 '완아, 꿈에서라도 할 법한 분장을 해도 된다'라고 했고 완이가 이에 분장을 하더라.(웃음) 카톡방에 사진이 뜨면 '이렇게까지 하기야?'라는 반응도 보였다.


-'강매강'은 안종연 감독의 입봉작이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배우들끼리의 분위기를 잘 보시고 늘어지지 않게 조절을 잘해주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강단도 있으셔서 '선배님 이렇게밖에 안 되십니까'라고 농담을 하면서 알아서 풀어봐 주신다. 저희가 답답해 할 때도 '이런 건 어떻습니까'라고 제안도 해주셨다.

-웃음이 많아서 촬영이 어려웠던 때도 있지 않았을까.

▶장난치다가 소소하게 웃겼던 적은 있는데 저희가 (웃음에 대해) 고민한 적이 더 많았다. 치열하게 빌드업해야 하는데 막연하게 웃기면 망하는 거라서 회의도 많이 하고 아이디어 공유도 많이 했다.

-촬영장에선 실제로 어느 배우가 제일 웃겼나.

▶누가 웃겼는지보다 저희는 상황이 망가지지 않도록 열심히 연기하려고 했다. 다들 이루 말할 수 없는 매력들이 있는데, 각자 불사르면서 돋보인 때가 있었다.

-무중력이 극 중 마성의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는지.

▶감독님이 저한테 '페로몬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해 달라'라고 하셨다. '소라게 연기'도 했는데 믿고 연기했다. 저에게 그런 마성의 매력이 없는데 그런 연기를 하라니까 혼자 빵 터졌다.

-코믹 연기에 도전한 박세완, 이승우 배우의 실제 현장 모습은 어땠나.

▶박세완 배우는 활기차고 사람이 어떻게 에너지가 저렇게 좋을까 싶었다. 이승우 배우는 수천억을 가져다 줘도 못 가질 순수한 매력이 있었다.


-배우들끼리 호흡과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촬영 전에 저희끼리 모여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대본도 바꿔 읽어보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약속을 하자고 했다. 주인공은 손님들을 편하게 모시는 것이니 수많은 조단역 분들을 어색하지 않게 하자고 했다. 신을 할 때도 잘 보이고 싶겠지만 팀워크가 중요해서 몰아줄 때는 확실하게 몰아주고 이 사람을 위한 연기가 뭔지 고민해서 오자고도 했다. 순간마다 그 사람을 위해서 전부가 연기하고 있는 게 좋더라. 서로 친절과 배려가 넘쳤고 다 같은 생각을 가졌다.

-위의 마인드는 자신의 조단역 경험이 많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그런 것보단 같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서다. 중간에 와서 장면을 책임지기 힘들지 않냐. 그걸 어떻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예전 생각을 했다면 괜한 측은지심이었을 수 있다. 유아적 배려는 필요없고 좋은 작업을 위해서였다. 그렇다 보니 팀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서로 거침없이 얘기했다. 오히려 배우들끼리 술 마시는 것보다 스태프들과 수다 떠는 일이 많았다. '어디 굴 맛있대'라고 말하면 다들 나와서 밥 먹고 그랬다.

-'강매강' 팀에서 서로 코미디를 대하는 자세는 어땠나.

▶코미디는 자칫 잘못하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자기들끼리만 재미있을 수 있다. 계속 그렇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연기하려고 했고 다시 찍는 일도 많았다. 제가 엄청난 선배는 아니지만 가장 흥분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지키려고 했다. 제가 그런 얘기를 했을 때 다행히 동료들이 '맞다', '이렇게 하니까 좋은데'라고 해줬다.

-'범죄도시'에 이어 '강매강'으로 코믹 연기의 정점을 보여줬는데, 이들 작품이 코미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까.

▶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과정만 즐기면 관객들이 즐길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놓는 덫에 걸릴 수 있겠다 싶더라. 저는 매력이 있고 작품이 좋으면 다른 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감독님도 만나고 촬영장 분위기도 느낄 수 있는 정도만 생각한다. 코미디의 질과 감에 대해서 저는 '얼마나 맑아질 수 있느냐'를 생각한다. 슬랩스틱 등 그때그때 맞는 걸 찾아내는 맑은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투수처럼 뭔가를 맞추겠단 생각을 갖고 들어간 적은 없다. 상대가 신을 완성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저는 컨디션만 좋게 만들고 가려고 한다. 노림수가 없이 막연히 하다가 얻어 걸리기도 하는 장면도 있다.

-연기의 컨디션은 어떻게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 편인가.

▶컨디션을 항상 건강하게 만들어 놓으려고 한다. 저는 연기력보다 그 시간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게임 체인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저 대단한 배우와 함께 하다니. 그런데 왜 느낌이 안 나지?'라고 생각이 들어서 봤을 때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더라.


-'연기를 하면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더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연기는 놀이더라. 뭔가를 했는데 창피해 할 때도 있지 않냐. 누가 재미있게 진지하게 슬프게 까르르 웃으면서 연기를 하는가를 바라보는 개념이다. 마냥 웃고 떠드는 즐김은 아니다. 뭔가 새로운 것도 잘 안 떠오르고 고리타분한 인간이 되는 거 아닌가 싶고 요즘 완전 매너리즘이다. 그래서 어떤 행위를 할까 무척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그래서 '살려달라'며 선생님도 엄청 찾아다니고 있다. 예전엔 바람만 불어도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아무것도 안 떠오르기도 하다. 저는 죽을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컨디션 안 좋아', '우울해'라는 말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다. 그 시기를 잘 지나간 선배가 궁금해지더라. '저분들 어떻게 세상에 취하지 않고 지나가셨지' 싶다. 한 선생님에게 '저 썩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돈도 많이 벌고 잘한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됐지만 위험한 상태입니다'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수많은 후배, 제자들이 겪은 과정을 너도 겪고 있구나. 지환아 현명해야 해. 술 한 잔 마시기 전에 물 한 잔 더 마시고, 생각나는 게 있으면 몇 번 더 상대의 말을 듣고 말하기'라고 해주셨는데 저에게 자극이고 감동이었다. 선생님이 '공부하는 삶'이란 책을 추천해주셨는데 1년 동안 읽어 보라고 하더라.

-아내에게도 고민을 말하는 편인지.

▶말하면 '어디라도 갔다 와'라고 해준다.

-본인의 연기가 정체됐다고 생각하나.

▶그걸 모르겠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다.

-'범죄도시'를 통해 누아르 얼굴을 강하게 보여줬다.

▶보이는 이미지에 대해선 상관 없다. 거기서 또 바뀔 거라 생각하고 바뀌어왔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연기하려고 한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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