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43)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한결 단단해진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정우는 17일 개봉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각본 김민수)(이하 '더러운 돈')로 관객들을 찾아갔다. 수사는 '본업' 뒷돈은 '부업', 두 형사 명득(정우 분)과 동혁(김대명 분)이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정우는 낮에는 수사하고, 밤에는 불법업소의 뒤를 봐주며 뒷돈을 챙기는 형사 명득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더러운 돈'은 정우와 같은 서울예대(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출신인 김민수 감독의 연출 입봉작으로, 이들의 특별한 인연이 결실을 맺어 주목을 끌었다.
이에 정우 역시 최근 진행된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민수는 대학교 때 저랑 같은 꿈을 꾸던 동생이다. 다만 재학 당시 큰 친분은 없었다. 처음에 '더러운 돈'은 내가 아는 김민수인지 모르고 대본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읽는데 문득 '내가 아는 김민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제가 대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다거나 동기들과 가깝게 지낸 편이 아니었는데도, 왠지 모를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데, 본능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얼떨떨해했다.
그러면서 정우는 김민수 감독으로부터 대학 시절 본인과 아내인 배우 김유미에 얽힌 뜻밖의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다고. 정우는 "민수를 만나 되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유미 씨도 서울예대 출신인데, 유미 씨는 방송연예학과로 저랑 과는 달랐다. 근데 다른 과끼리 같이 수업을 들을 날이 있었다. 민수 말로는 그때 민수 뒷자리에 앉아있던 제가 갑자기 민수 의자를 탁탁 치면서 '민수야, 저런 사람은 누구랑 결혼할까' 물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바로 유미 씨였다고 하는 거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 민수와 재회하면서, 2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알게 된 얘기다"라고 회상하며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민수가 저랑 유미 씨의 결혼 기사가 나왔을 때 '이 형 뭐지?' 하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웃음). 하지만 저는 정말 기억이 안 난다. 근데 유미 씨는 당시에도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을 때라, 학생들 사이 유명해서 민수가 그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던 거라더라"라고 웃어 보였다.
이 일화를 접한 아내 김유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정우는 "얘기했더니 유미 씨도 무섭다고 했다"라면서 "저는 사실 유미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저희 학교 출신인 줄도 몰랐다. 서울예대 출신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저랑 작품 했던 사람들 거의 다가 서울예대를 나왔을 정도다. 정말 몰랐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다"라고 김유미와 '천생연분'임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정우는 대학 동문 김민수 감독의 뒤늦은 입봉을 자신의 일처럼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큰 친분은 없었지만 이 친구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너무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첫 미팅 자리를 가졌었다. 사실 데뷔작이고 주연 배우한테 본인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는 게 얼마나 긴장되고 부담스럽겠냐. 더군다나 같이 학교를 다녔던 형 앞에서. 저도 실제로 제 친구 앞에서 오디션을 본 적이 있어서, 당시 여러 복합적인 기분이 들고 정말 희한한 감정이 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오디션장에서 받은 배려, 매너는 감사함과 리스펙트가 있었는데 거기를 가기까지가.. 처음에 오디션을 안 본다고 했을 정도였다. 스무 살에 만난 친구 앞에서 오디션을 본다는 자체가 기분이 묘해서. 그래서 민수가 말한 적은 없지만 민수도 그런 엇비슷한 감정이 있진 않았을까 싶었다. 난 먼저 데뷔한 상태이니, 어떻게 보면 민수가 저를 꼬셔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우는 "근데 민수는 너무 대찼다. 이런 대포를 가진 친구라면 내가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제가 입봉 감독님들과 작업을 좀 해본 편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찼다. 작품 수가 서너 편 넘어가면 내공이라는 게 생겨 흔히 말해 기센 감독님도 만나고 하는데 이 친구는 첫 작품이지 않나. 장르 자체도 아주 다크하고 거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단 한 번도 주눅 든 적이 없었다. 예를 하나 들면 제가 액션신 전에 집중도를 올리기 위해 저 혼자 기합을 넣곤 하는데 그럴 때면 민수가 저보다 더 큰 기합으로 화답해 줬다. 그런 티키타카도 좋았다. 또 보통 촬영 시간이 오버되는 게 다반수인데 민수는 약속을 정확하게 지킬 줄 아는 감독이었다. 제작사들이 좋아할 감독이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다만 정우는 '더러운 돈'이 지난 2019년 크랭크업에도 불구, 코로나19 여파로 개봉까지 무려 5년이란 시간이 걸린 만큼 "민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미어졌다"라고 애틋하게 얘기했다.
그는 "왜 그러냐면, 저는 다른 작품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데 민수는 이 작품을 하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렸으니까. 우리가 스무 살 대학교 때 만나서 서로 같은 꿈을 꾸며 걸어 나갔던 동기였는데, 나는 어쨌든 다른 작품이 있는데, 민수에겐 이 작품밖에 없어서 마음이 더 그랬다. 그게 배우와 감독의 차이인 거 같다. 물론, 다작하는 감독님이 많이 계시긴 하겠지만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이 더 위축되다 보니 여러 많은 감독님이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라서, 가슴이 아팠다"라고 터놓았다.
이어 정우는 "'더러운 돈' 촬영을 다 마치고 일주일 후, 민수에게 전화를 했는데 물류시장에서 박스를 나르고 있다고 하더라. 개인적인 얘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 친구도 젊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감독이라고 글만 쓰기보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박스를 나르든 막노동을 하든 가정이 있으니 가장으로서 그에 걸맞게 자식새끼들, 아내를 책임지고 행동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민수를 존경하고 멋지고 남자다운 친구라고 생각한다. 민수는 정말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라고 김민수 감독의 뚝심을 높이 샀다.
하지만 '더러운 돈'은 김민수 감독과의 숨은 인연을 떠나 정우에게도 큰 깨달음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갈망이 '더러운 돈'을 만나며 터졌다는 것. 정우는 "'더러운 돈'은 대학 동문, 친구라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봤다. 무엇보다 제목이 강렬해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고, 제가 생각도 많고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 대본을 받아서 무척 심플하게 읽힌 점도 끌렸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모르겠는데 고뇌, 갈등하는 명득을 연기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발광하는 제 모습이 너무 보이는 거다. 이 무렵 찍은 영화 '뜨거운 피'도 마찬가지로 이때가 가장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임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작품, 캐릭터이긴 했지만 현장에서 웃고 농담할 여유조차 없었다. 결국 이 두 작품을 끝내고 2년 반 정도를 쉬었다"라고 고백했다.
정우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이대로 가면 정말로 잘못될 거 같아 휴식을 취한 거다. 그때 지금 회사인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님을 만나게 되어 제가 많이 바뀌었다. 이전엔 제가 야생마처럼 에너지 넘치고 힘도 좋긴 했지만 컨트롤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근데 BH엔터테인먼트엔 많은 배우가 소속돼 있고, 이들의 고민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과 노하우를 터득한 회사인 만큼 함께 대화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배우로서 고민이) 잘 풀렸다. 바뀌게 된 그 시작이 BH엔터테인먼트 워크숍 덕분이기도 하다. 동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운 거 같다. 좋은 선배님들, 배우분들과 구성원으로 있다는 게 든든하고 지금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우는 "'더러운 돈' 이전엔 연기 잘하고 싶고 '고생했다, 잘했다' 칭찬받고 싶고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 여겼던 거 같다. 결과물로 봤을 때 '잘했냐, 못했냐' 그게 가장 중요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그거보다 중요한 건 결국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그 사람들과는 다시 만날 수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작품의 '대박, 쪽박'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 않나. '더러운 돈'도 그렇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도 그게 그렇게 잘 될 거라 아무도 예상 못했었다"라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근데 저는 그간 결과를 중요하다 착각해 잘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서 '응사' 이후 10년간 드라마를 못했다. 이걸 뛰어넘을 거 같았으면 다른 걸 했을 거다. 또 '응사' 이후 저랑 잘 맞지 않는 상황에 놓여졌다 생각했다. 내가 한 거에 비해 너무 많은 걸 누리게 됐으니까.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거다. 물론, 내 나름 최선을 다한 건 '응사'도 '더러운 돈'도 다 마찬가지로 똑같이 했다.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감당을 못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나의 시작은 영화였으니, 단역 오디션부터 봐서 시작을 했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되새겼다. 다시 바닥부터 다져간다는 자세를 가지려 했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정우는 "'붕' 떴는데, 같이 뜨고 싶지는 않았다. 인기도 너무 중요한 거고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할 수 있지만 배우로서 본질을 다시 찾고자 했다. 그래서 '응사' 이후 차기작을 하기까지 1년 정도 걸렸었다. 당시 '왜 빨리 나오지 않느냐' 여러 관계자들이 그랬는데, 그때 사실 수많은 작품 제안을 거절했었다. 요즘도 관계되신 분들을 만나면 사과하고 다닌다. 제가 배우로서 고집이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제 출연작 중 흥행을 떠나 배우로서 성장함에 있어서 단 한 작품도 버릴 작품은 없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게 본질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본업에 대한 진정성을 엿보게 했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정우는 17일 개봉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각본 김민수)(이하 '더러운 돈')로 관객들을 찾아갔다. 수사는 '본업' 뒷돈은 '부업', 두 형사 명득(정우 분)과 동혁(김대명 분)이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정우는 낮에는 수사하고, 밤에는 불법업소의 뒤를 봐주며 뒷돈을 챙기는 형사 명득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더러운 돈'은 정우와 같은 서울예대(서울예술대학) 영화과 출신인 김민수 감독의 연출 입봉작으로, 이들의 특별한 인연이 결실을 맺어 주목을 끌었다.
이에 정우 역시 최근 진행된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민수는 대학교 때 저랑 같은 꿈을 꾸던 동생이다. 다만 재학 당시 큰 친분은 없었다. 처음에 '더러운 돈'은 내가 아는 김민수인지 모르고 대본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읽는데 문득 '내가 아는 김민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제가 대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다거나 동기들과 가깝게 지낸 편이 아니었는데도, 왠지 모를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데, 본능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얼떨떨해했다.
그러면서 정우는 김민수 감독으로부터 대학 시절 본인과 아내인 배우 김유미에 얽힌 뜻밖의 에피소드를 전해 들었다고. 정우는 "민수를 만나 되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유미 씨도 서울예대 출신인데, 유미 씨는 방송연예학과로 저랑 과는 달랐다. 근데 다른 과끼리 같이 수업을 들을 날이 있었다. 민수 말로는 그때 민수 뒷자리에 앉아있던 제가 갑자기 민수 의자를 탁탁 치면서 '민수야, 저런 사람은 누구랑 결혼할까' 물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바로 유미 씨였다고 하는 거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 민수와 재회하면서, 2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알게 된 얘기다"라고 회상하며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민수가 저랑 유미 씨의 결혼 기사가 나왔을 때 '이 형 뭐지?' 하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웃음). 하지만 저는 정말 기억이 안 난다. 근데 유미 씨는 당시에도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을 때라, 학생들 사이 유명해서 민수가 그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던 거라더라"라고 웃어 보였다.
이 일화를 접한 아내 김유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정우는 "얘기했더니 유미 씨도 무섭다고 했다"라면서 "저는 사실 유미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저희 학교 출신인 줄도 몰랐다. 서울예대 출신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저랑 작품 했던 사람들 거의 다가 서울예대를 나왔을 정도다. 정말 몰랐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다"라고 김유미와 '천생연분'임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정우는 대학 동문 김민수 감독의 뒤늦은 입봉을 자신의 일처럼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큰 친분은 없었지만 이 친구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너무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첫 미팅 자리를 가졌었다. 사실 데뷔작이고 주연 배우한테 본인 작품을 직접 소개한다는 게 얼마나 긴장되고 부담스럽겠냐. 더군다나 같이 학교를 다녔던 형 앞에서. 저도 실제로 제 친구 앞에서 오디션을 본 적이 있어서, 당시 여러 복합적인 기분이 들고 정말 희한한 감정이 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오디션장에서 받은 배려, 매너는 감사함과 리스펙트가 있었는데 거기를 가기까지가.. 처음에 오디션을 안 본다고 했을 정도였다. 스무 살에 만난 친구 앞에서 오디션을 본다는 자체가 기분이 묘해서. 그래서 민수가 말한 적은 없지만 민수도 그런 엇비슷한 감정이 있진 않았을까 싶었다. 난 먼저 데뷔한 상태이니, 어떻게 보면 민수가 저를 꼬셔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우는 "근데 민수는 너무 대찼다. 이런 대포를 가진 친구라면 내가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제가 입봉 감독님들과 작업을 좀 해본 편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찼다. 작품 수가 서너 편 넘어가면 내공이라는 게 생겨 흔히 말해 기센 감독님도 만나고 하는데 이 친구는 첫 작품이지 않나. 장르 자체도 아주 다크하고 거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단 한 번도 주눅 든 적이 없었다. 예를 하나 들면 제가 액션신 전에 집중도를 올리기 위해 저 혼자 기합을 넣곤 하는데 그럴 때면 민수가 저보다 더 큰 기합으로 화답해 줬다. 그런 티키타카도 좋았다. 또 보통 촬영 시간이 오버되는 게 다반수인데 민수는 약속을 정확하게 지킬 줄 아는 감독이었다. 제작사들이 좋아할 감독이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다만 정우는 '더러운 돈'이 지난 2019년 크랭크업에도 불구, 코로나19 여파로 개봉까지 무려 5년이란 시간이 걸린 만큼 "민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미어졌다"라고 애틋하게 얘기했다.
그는 "왜 그러냐면, 저는 다른 작품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데 민수는 이 작품을 하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렸으니까. 우리가 스무 살 대학교 때 만나서 서로 같은 꿈을 꾸며 걸어 나갔던 동기였는데, 나는 어쨌든 다른 작품이 있는데, 민수에겐 이 작품밖에 없어서 마음이 더 그랬다. 그게 배우와 감독의 차이인 거 같다. 물론, 다작하는 감독님이 많이 계시긴 하겠지만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이 더 위축되다 보니 여러 많은 감독님이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라서, 가슴이 아팠다"라고 터놓았다.
이어 정우는 "'더러운 돈' 촬영을 다 마치고 일주일 후, 민수에게 전화를 했는데 물류시장에서 박스를 나르고 있다고 하더라. 개인적인 얘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 친구도 젊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감독이라고 글만 쓰기보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박스를 나르든 막노동을 하든 가정이 있으니 가장으로서 그에 걸맞게 자식새끼들, 아내를 책임지고 행동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민수를 존경하고 멋지고 남자다운 친구라고 생각한다. 민수는 정말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라고 김민수 감독의 뚝심을 높이 샀다.
하지만 '더러운 돈'은 김민수 감독과의 숨은 인연을 떠나 정우에게도 큰 깨달음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갈망이 '더러운 돈'을 만나며 터졌다는 것. 정우는 "'더러운 돈'은 대학 동문, 친구라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봤다. 무엇보다 제목이 강렬해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고, 제가 생각도 많고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 대본을 받아서 무척 심플하게 읽힌 점도 끌렸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모르겠는데 고뇌, 갈등하는 명득을 연기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발광하는 제 모습이 너무 보이는 거다. 이 무렵 찍은 영화 '뜨거운 피'도 마찬가지로 이때가 가장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임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작품, 캐릭터이긴 했지만 현장에서 웃고 농담할 여유조차 없었다. 결국 이 두 작품을 끝내고 2년 반 정도를 쉬었다"라고 고백했다.
정우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이대로 가면 정말로 잘못될 거 같아 휴식을 취한 거다. 그때 지금 회사인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님을 만나게 되어 제가 많이 바뀌었다. 이전엔 제가 야생마처럼 에너지 넘치고 힘도 좋긴 했지만 컨트롤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근데 BH엔터테인먼트엔 많은 배우가 소속돼 있고, 이들의 고민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과 노하우를 터득한 회사인 만큼 함께 대화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배우로서 고민이) 잘 풀렸다. 바뀌게 된 그 시작이 BH엔터테인먼트 워크숍 덕분이기도 하다. 동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운 거 같다. 좋은 선배님들, 배우분들과 구성원으로 있다는 게 든든하고 지금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우는 "'더러운 돈' 이전엔 연기 잘하고 싶고 '고생했다, 잘했다' 칭찬받고 싶고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 여겼던 거 같다. 결과물로 봤을 때 '잘했냐, 못했냐' 그게 가장 중요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그거보다 중요한 건 결국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그 사람들과는 다시 만날 수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작품의 '대박, 쪽박'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 않나. '더러운 돈'도 그렇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도 그게 그렇게 잘 될 거라 아무도 예상 못했었다"라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근데 저는 그간 결과를 중요하다 착각해 잘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서 '응사' 이후 10년간 드라마를 못했다. 이걸 뛰어넘을 거 같았으면 다른 걸 했을 거다. 또 '응사' 이후 저랑 잘 맞지 않는 상황에 놓여졌다 생각했다. 내가 한 거에 비해 너무 많은 걸 누리게 됐으니까.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거다. 물론, 내 나름 최선을 다한 건 '응사'도 '더러운 돈'도 다 마찬가지로 똑같이 했다.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감당을 못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나의 시작은 영화였으니, 단역 오디션부터 봐서 시작을 했으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되새겼다. 다시 바닥부터 다져간다는 자세를 가지려 했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정우는 "'붕' 떴는데, 같이 뜨고 싶지는 않았다. 인기도 너무 중요한 거고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할 수 있지만 배우로서 본질을 다시 찾고자 했다. 그래서 '응사' 이후 차기작을 하기까지 1년 정도 걸렸었다. 당시 '왜 빨리 나오지 않느냐' 여러 관계자들이 그랬는데, 그때 사실 수많은 작품 제안을 거절했었다. 요즘도 관계되신 분들을 만나면 사과하고 다닌다. 제가 배우로서 고집이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제 출연작 중 흥행을 떠나 배우로서 성장함에 있어서 단 한 작품도 버릴 작품은 없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게 본질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본업에 대한 진정성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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