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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배우도 할 수 있다"..'청설' 홍경·노윤서, 눈부신 증명 [김나연의 사선]

  • 김나연 기자
  • 2024-11-03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영화다. 누군가의 세계에 속하고 싶어 치열하게 건네는 고요한 언어는 우리의 시선을 붙들어 놓고, 말보다 더 빨리 와닿는 마음을 목격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 분)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 분)의 청량한 진심을 담은 이야기.

'용준'은 대학 생활은 마쳤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다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다. 그는 수영장에서 완벽한 이상형 '여름'과 마주치고, 첫눈엔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간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한다. 두 사람의 세계는 마침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청설'은 청량한 여름을 배경으로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설렘'을 선사하고, 또 묻어뒀던 나의 감정을 추억하게 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단단한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이 가슴 벅차게 그려졌다.

서로를 청각장애인이라 생각하는 두 사람이 수어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만큼, '청설'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손짓으로 마음을 전하면서 인물들의 눈과 섬세한 표정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렇듯 '청설' 속 캐릭터들은 고요함 속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배우들이다. 로맨스 영화의 시작점은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설'은 시작부터 성공적이다. 나무 사이로 비친 햇살 아래 서로에게 스며드는 홍경과 노윤서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자체만으로 설렘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그간 장르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극적인 연기를 주로 선보여왔던 홍경은 '청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상에 발을 붙인 그는 누군가에게 속절없이 끌리고, 다가가고, 설렘과 아픔을 느끼는 첫사랑의 과정을 물 흐르듯 그려냈다. 사랑 앞에서는 직진뿐인 그의 진심 어린 눈빛과 표정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고, 홍경은 다시 한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여름' 역을 맡은 노윤서는 '용준'이 첫눈에 반하는 순간부터 존재만으로 설득력을 높이더니 청량한 미소와 가슴 아픈 눈물 사이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사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청설'의 중심에서 극을 성공적으로 끌고 간다. 또한 '청설'에서 가장 놀라운 배우를 꼽자면, 단연 김민주다. 첫 상업영화 데뷔에 도전한 김민주는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가을'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며 '청설'을 무지갯빛으로 만든다.

홍경은 '청설'의 의미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20대 배우들도 작품을 이끌 수 있고, 스크린 안에서 춤출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고, 이들이 증명한 작품이 관객들에의 마음에도 와닿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오는 6일 개봉.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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