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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밉다"..'소방관', 곽도원 리스크 이겨낼 뜨거운 '원 팀' [종합]

  • CGV용산=김나연 기자
  • 2024-11-08
4년 만에 빛을 본 영화 '소방관'이 곽도원 리스크를 이겨내고, 소방관의 피와 땀, 눈물에 대한 감사와 기억의 의미를 되새긴다.

8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곽경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소방관'은 2020년 크랭크업 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개봉하지 못하다가 약 4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곽경택 감독은 "개봉날이 드디어 왔다. 저도 4년 만에 개봉작으로 인사드리러 와서 지금껏 여러 작품을 찍었지만, 오늘 유난히 떨리고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곽경택 감독은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을 때는 거절했었다. 전작이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에서 어린 학도병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까 소방관의 이야기를 하는 게 개인적으로 힘들 것 같았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소방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항상 미안해지더라. 그분들한테 뭔갈 해드려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약간의 부채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현장에 계셨던 분이 대장님이 되셨더라. 당시 심정에 대한 질문은 못했고, 그분도 말씀 안 하셨다. 제가 여러 번 뵙고 느낌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 그분한테는 그 기억이 깊은 상처로 남아있을 텐데 그걸 꺼내는 것도 실례일 것 같아서 여러 번 만나면서 공부해 나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방관'은 불을 다루는 영화이기에 카메라 안팎으로 불을 지피고 끄기를 반복했다. 언제 어디서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제작진과 배우들은 언제나 긴장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곽경택 감독은 "기존에 보지 못한 장면을 구현해내는 게 연출자의 몫이다. 그동안 소방관이 주인공인 영화는 나왔지만, 장르적으로 부분 차용이었고, '소방관'처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는 처음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 때 소방관이 분명히 볼 거고, 실제 현장과 대단히 닮아있다고 말씀해 주시길 바랐다.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에 불도 불이지만, 연기를 잘 표현해 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서부소방서에 첫 발령 받은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은 주원이 맡았다. 주원은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가는 사회 초년생의 패기와 불안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그놈이다'(2015)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주원은 "영화관에서 개봉하니까 배우로서 기분이 너무 좋고, 또 다른 영화와 달리 소방관은 느낌이 다르다. 어쨌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찍을 때도 그렇고 현재까지 뭔가 사명감 같은 게 생기는 느낌이 있다. 다른 영화 작품할 때와는 다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개봉하게 돼서 설렌다"고 말했다.

주원은 영화를 찍으며 소방관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어렸을 때는 마냥 멋있었고, 소방차를 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는데 크면서는 좀 잊고 지내다가 영화 대본을 본 이후부터는 지나간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소방관의 노고와 헌신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세트장이지만, 들어갔을 떄는 너무 무섭고 뜨거웠다. ' 소방관분들은 매일 이런 화마와 맞서 싸우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에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용기는 용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인 것 같다"고 존경심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곽경택 감독과의 첫 호흡에 대해 "고등학교 때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보며 꿈을 키워왔는데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영광스러웠다. 곽 감독님은 (현장에서) 엄마 같으시다. 품어주시고, 특히 연기 디렉팅을 주실 때 너무 훌륭한 감독님이시다. 감독님이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예시를 보여주시면 귀에 쏙 들어왔다. 너무 좋았던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유재명은 서부소방서 구조대장 인기 역을 맡았다. 유재명 또한 곽경택 감독과 인연을 밝히며 "제가 부산에서 연극을 할 때 영화 '친구'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아시다시피 결과는 안 좋았다. 그 이후로 친구가 너무 잘 됐다"고 씁쓸해했다. 이에 곽경택은 "제가 옥석을 못 가려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유재명은 영화를 위해 배우들과 소방 교육을 수료했다며 "육군 병장 만기 전역 이후에 처음으로 훈련을 받아봤는데 낯선 경험이었다. 놀라웠던 건 너무 덥고 힘들었고, 땀 뻘뻘 흘리면서 직접 체험해 보니까 소방관들의 힘든 과정을 몸소 느꼈다"고 전했다.

소방대원들에게도 지지 않는 체력과 당찬 성격을 지닌 구급대원 서희 역할로 이유영이 스크린에 컴백한다. 그는 "홍제동 화재 사건에 대해 영화 촬영 전에 자세히는 몰랐는데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면서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 저는 소방관이 아닌 구급대원 역할을 연기했는데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대기하면서 마음 졸이면서 안전을 신경 쓰는 분들이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전과 후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며 "길 다니다 보면 사이렌 소리를 많이 듣는데 가슴이 철렁하고, 촬영 현장이 기억도 많이 난다. 무사히 아무도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현장에서 건물 밖에서 대기했기 때문에 배우들 안에서 촬영하는 걸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무거운 장비를 입고, 불 속에서 촬영하시는 배우들이 안쓰럽고, 걱정되기도 했다.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어떠한 현장도 사리지 않고 늘 선두에 서는 소방관 용재 역할은 김민재가 맡았고, 목숨이 위험했던 화재 현장에서 당한 부상도 가볍게 넘길 정도로 강한 정신력을 지닌 효종 역할은 오대환이 맡았다.

김민재는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소방관이 직접 경헐할 만한 상황 속에 놓여서 협력하고, 서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저절로 팀워크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너무 좋았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거다 보니까 소방대원들의 정서적인 교류를 체험하게 됐다. 영화 끝나고 나서 소방대원분들의 삶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는 시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준혁은 오대환이 맡은 효종의 동생과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자 업무에 있어서 누구보다 엄격한 외강내유 소방관 기철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몸에 불이 붙는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준혁은 "젤 같은 걸 바르고, 안전하게 하긴 했는데 제가 워낙 불을 무서워한다. 어릴 때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서 무섭긴 했는데 어떻게 보면 제가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도전했다는 장면이라는 생각에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역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님들도 현장에서 리얼리티를 강조해서 촬영했다. 저 혼자 대역으로 촬영하겠다고 할 수 없는 느낌이었고, 제가 단막극 이후로 소방관 역할이 두 번째인데 당연히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태프분들이 안전하게 잘 준비해 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장영남이 진섭(곽도원 분)의 아내 도순 역할로 등장한다. 그는 "남편 직업에 대한 존경심도 있지만, 남편이 안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을 것 같다. 현장에 나갔을 때 얼마나 불안한지 늘 위장장애를 달고 산다. 그 마음을 어떻게 진정성 있게 표현할지를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방관'은 음주운전 논란을 일으킨 곽도원의 스크린 주연작으로 언급됐다. 주연 배우 곽도원은 2022년 9월 제주시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소방관' 측은 개봉 전 공개되는 예고편, 스틸컷 등에서도 곽도원의 존재를 최소화했고, 그는 이날 행사에도 불참했다.

곽도원은 '소방관'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남다른 직감과 다수의 현장 경험을 통해 5년 연속 구조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등을 기록한 구조반장 진섭 역을 맡았다.

곽경택 감독은 "제가 2년 전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 (곽도원) 사건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제 심경을 말하자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깊은 반성과 자숙이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던 와중에 소방 관계자를 한 분 만났다. 그분께서 저를 위로해 주시는 말씀으로 '소방관들도 혼자 들어가는 거 아니지 않냐. 팀이 들어가서 해내는 거다.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이 있으니까 힘내라'고 하셔서 그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히 분량을 많이 드러내진 않았다. 저희 영화도 요즘 관객들하고 호흡을 맞추느라 전체적인 편집을 타이트하게 진행했고, 자연스럽게 뺄 수 있는 부분은 뺐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소방관'은 오는 12월 4일 개봉한다.
CGV용산=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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