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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파 줄이고 곽도원 못 줄인 '소방관..뜨거운 진심만 통했다

  • 김나연 기자
  • 2024-12-01
기교 없이 투박하지만, 존재 자체로 전해지는 진심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소방관'은 영화 속 인물들을 굳이 영웅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노고와 진심을 오롯이 전한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은 당시 서울 서부소방서에 근무 중이던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알려진 바 있으며 오늘날 화마에 휩싸였던 곳을 중심으로 약 382m가량 되는 구간이 소방영웅길로 지정되어 국가적으로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있다.

'소방관'은 이처럼 안타까운 사건을 소재로, 소방관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연출을 시작했다는 곽경택 감독은 치열함과 진지함으로 승부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이 걸린 그의 노력은 작품 속에서 뜨겁게 빛났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현장인 소방관 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철웅은 호기롭게 소방관 일에 도전하지만, 보통의 신입이 그렇듯 다소 얼빠진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 과정에서 친형처럼 생각하던 사람을 화마에 잃고, 큰 슬픔에 빠진다.

소방관을 그만두려던 철웅은 '사람을 구하면서 살 수 있는 자격'을 알게 되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로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상황이 접수되고, 팀원들은 위기를 직감한다. 강한 바람에 불길은 거세지고, 불법 주차가 개선되지 않은 화재 현장에서 속도는 더뎌질 뿐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던 소방관들은 거침없이 불길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잔잔한 물결 뒤 가장 크고 거친 파도가 오는 것처럼 '소방관'은 모두가 아는 사건을 향해가면서 가장 보통의 일상을 그린다. 소방관은 슈퍼히어로가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일뿐. 소소하고 현실적인 일상이 그려지며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지닌 이들'이 더욱 큰 존재로 다가온다.

여기에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 방화 장갑이 아닌 목장갑을 착용한 채 현장에 투입돼야 했던 소방관들이 당시 처참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 곽경택 감독은 정공법으로 승부하며 신파적 요소를 최대한 덜어냈다. 감정이 터질 만한 장면에서도 덤덤하게, 그렇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안긴다.

다만, '소방관'의 유일한 걸림돌은 주연 배우인 곽도원이다. 곽도원은 '소방관' 촬영 후 음주운전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곽경택 감독은 극 중 구조반장 진섭(곽도원 분)이 술을 마시는 장면의 클로즈업을 제외하곤 편집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영화를 보면 편집을 하지 못한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소방관'은 사실상 진섭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의 분량을 덜어낸다면 영화 자체의 진행이 어려웠을 터다.

진섭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남다른 직감과 다수의 현장 경험을 통해 5년 연속 구조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등을 기록한 구조반장. 정의롭고, 용기 있는 진섭의 모습과 배우 곽도원을 분리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괴리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소방관'의 분명한 리스크이자, 영화 속 곽도원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들에게 맡겨야 할 몫이다.

한편 '소방관'은 오는 12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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