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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 유연석에 손가락 욕 "농인 혐오" 항의..'지거전', 수어 희화화 사과 [전문][종합]

  • 김나라 기자
  • 2024-12-01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수어 희화화' 지적에 공식 사과했다.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여주인공 홍희주(채수빈 분)가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수어 통역사라는 설정. 이에 채수빈이 대사 한마디 없이 수어로만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11월 22일 1회 초반 뉴스 장면에서 쓰인 '산'이라는 뜻의 수어를 '손가락 욕설'로 희화화시키며 빈축을 샀다. 뉴스 생방송 송출 오류로 '산'을 표현하는 수어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는데, 이를 두고 나유리(장규리 분) 앵커가 홍희주에게 "이거 산이죠? 뫼~ 산? 잘했어요, 통역사님. 어우 안 그래도 윤 PD 선배랍시고 '야야' 거리는 거 꼴 보기 싫었는데, 제대로 먹여줬다. 엿. 아, 아니, 뫼 산"이라고 짓궂게 웃으며 말한다. 이 발언으로 제작진이 수어를 '욕설'로 우스꽝스럽게 풀이했음을 분명히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이어진 장면에선 홍희주가 화면에 비춘 '쇼윈도 남편' 백사언(유연석 분)을 향해 해당 동작을 취하며 '희화화'에 쐐기를 박는다.

이에 11월 24일 '지금 거신 전화는' 시청자 게시판엔 '청각장애인 수어 통역을 조롱거리로 삼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항의글이 게재됐다.

이 시청자는 "MBC 드라마를 늘 즐겁게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라며 "오늘 이렇게 유감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적게 된 것에 매우 안타까움을 느낀다. '지금 거신 전화는'의 첫 화에서, 뉴스의 방송 송출에 오류가 발생하여 수어 통역사의 손짓이 마치 욕설인 것처럼 되는 바람에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 뒤에 아나운서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수어 통역사에게 두 손으로 중지를 세워 보이며 웃는다. 뒤에 깔린 BGM을 들어보면 굉장히 장난스럽고 재미있어 보이는 장면으로 의도하신 게 분명한 것 같다. 통역사에게 '잘했어요' 하면서 '제대로 먹여줬네요' 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모욕적이고 당황스러웠다. 시청자가 통역사의 얼굴이 되어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소통 수단인 수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어째서 이게 개그가 될 수 있다 생각하신 건지 참으로 곤혹스럽다. 발랄한 BGM을 들으며, 아주 신이 난 나유리 아나운서를 보며,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 되어 통역사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면 이에 대해 철저히 사과해 주시고, 차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의사를 표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정중히 요구했다.

26일엔 중앙대학교 수어동아리 '손끝사이'가 나서 사과를 요구하고 제작진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금 거신 전화는'의 1화에서는 수어 통역사가 '산사태'를 통역하던 중 송출 오류로 '산' 수어가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장면을 연출하였으며, 이로 인해 작중 제작진 및 아나운서가 해당 수어를 가운데 손가락을 편 손가락 욕과 결부 짓는 장면을 삽입했다. 하지만 '산' 수어는 해당 손가락 욕과 수형이 다를뿐더러 청인에 의해 농담거리로 소비되어 오며 농인에게는 트라우마와 같은 수어 단어로, 이는 농인과 수어에 대한 무례를 넘은 차별과 조롱이자 혐오이다. 우리는 수어를 청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귀사 드라마의 부적절한 행태를 규탄하며, 귀사가 해당 드라마의 장면에 대해 농인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손가락 욕을 의도하면서 마치 자신은 '산' 수어를 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유희 삼으며 농인들의 고유한 언어로서의 수어를 철저히 무시하였다. 이는 무례를 넘어 차별과 조롱"이라면서 "맥락을 싸그리 무시한 채 청인들의 유희 대상으로 삼고자 '산' 수어를 의도적으로 손가락 욕처럼 보이도록 재현한 것은 농인과 수어에 대한 존중이 아닐뿐더러 혐오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해당 드라마는 농문화와 수어에 대한 이해를 전혀 담아내지 못한 채로 서사를 위한 도구로서 소비했다. 이제는 이런 무지하고 무책임한 제작 관행을 멈춰야 한다.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은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고 조롱한 점에 책임지고 농인에게 사과하라. 또한 업계 관계자 모두 농인과 수어, 그리고 장애를 단순히 청인과 비장애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것을 중단하라"라고 강조했다.

결국 제작진은 29일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측은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라며 "'지금 거신 전화는'이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어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금 거신 전화는'은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테마로 삼아 기획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반성했다.

끝으로 제작진은 "수어는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이다. 두 사람이 어렵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에 다다르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소통 도구인 수어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으로 남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작품을 관심 있게 시청해 주시고, 모자란 점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총 12부작으로 현재 4부까지 방영됐다. 11월 30일 방영된 4회 시청률은 5.7%를 돌파(닐슨코리아 기준)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 이하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 사과문 전문.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의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립니다.

제작진은 드 <지금 거신 전화는>이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어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테마로 삼아 기획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수어는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입니다. 두 사람이 어렵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에 다다르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소통 도구인 수어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으로 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작품을 관심 있게 시청해 주시고, 모자란 점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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