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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서현진 "돈 받았으면 열심히..연기할 곳 없음 백수" [★FULL인터뷰]

  • 허지형 기자
  • 2024-12-09
걸그룹부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기까지, 데뷔 23년 차를 맞은 서현진이 꾸준히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해 밝혔다.

'트렁크'는 진짜와 가짜, 원망과 갈망, 모든 것이 뒤얽힌 비밀스러운 결혼과 의문의 살인 사건을 그린 고품격 미스터리 멜로다. 서현진은 결혼 때문에 혼자가 돼버린 노인지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부류의 드라마나 영화랑 비슷해서 좋았다. 너무 직접적이지 않고 분위기로 보여주는 것 등 앵글과 색감 모두 제 취향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소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이에 대해 서현진은 "크게 거부감을 갖거나 하지 않았던 거 같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달랐지만, 대본 그대로에 집중하려고 했다. 인지의 직업도, 처한 상황도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도하(이기우 분)와의 집을 통해 인지의 내면과 외면을 대비해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불호 반응은 알고 있다. 그 작품을 찍을 때부터도 이거는 좋아하는 사람들은 되게 좋아하고 아닌 사람들은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톤 자체가 어둡기 때문에 가볍게 하루의 마무리로 보실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주말에 푹 쉬시고 '심심한데 오늘 한 번 몰입해 볼까?' 하는 분들이 봐주시면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음에도 서현진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노인지였다. 그는 "인지는 상냥해서 좋았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도 그렇고 대신 화를 내는 것도 그렇고 '결혼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결국엔 어떤 사람의 사연을 외면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상냥한 거랑 다정한 거는 또 다르지 않나. 인지는 상냥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직업을 해석하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했던 거 같다. 인지는 스스로 고립된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 부분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기도 하다. 마지막에 좋았던 것은 인지가 땅굴에서 나오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가장 집중해서 봤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공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공유와의 호흡이었다. 서현진은 "공유 선배님은 오래 연기했는데도 여전히 열려 있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인 거 같다. 또 유머도 있다. 현장에 필요한 건 유머다. 저는 유머가 별로 없어서 가랑이 찢어지더라도 많이 따라가려고 했다"며 "선배님의 새로운 얼굴을 많이 봐서 신기했다. 캐릭터에 많이 붙어서 연기를 하시는 분 같았다. 많이 외로워 보이기도 했고 남자다운 얼굴도 좋았다"고 밝혔다.

또 '트렁크'에서는 공유와 서현진의 멜로 호흡 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인지를 스토킹하는 엄태성(김동원 분)과의 관계에서 미스터리하고 스릴 있는 장면들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서현진은 "대본을 보면서 굉장히 궁금했다. 극을 끌고 가는 큰 그림에서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김동원 배우가 너무 잘해서 더 흥미로웠다. 그 친구가 나오는 신이면 카메라 감독님께 촬영본을 돌려서 보여달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를 것 같아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공유의 전처인 이서연 역의 정윤하에 대해서는 "'알아요. 건축과 이서연'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교통사고보다 더 부딪힌 느낌이었다. 서로의 민낯을 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인상 깊었다"면서 "정윤하 배우를 보면 인상이 주는 힘이 있는 거 같다. 또 정윤하의 목소리를 좋아했던 거 같다. 분위기가 저절로 생기더라. 여러 방면으로 준비해오는 배우"라고 전했다.

서현진은 2001년 걸그룹 밀크(M.I.L.K)로 데뷔해 2006년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배우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신들의 만찬', '또 오해영', '낭만닥터 김사부', '뷰티 인사이드', '블랙독' 등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오래 활동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걸그룹 활동을 기억해주고 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친구들이 너무 예쁘지 않나. 지금 친구들은 직업이라 생각하고 하는 거 같은데 저는 아이돌을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친구들이 훨씬 훌륭하게 해내는 거 같다. 저는 직업적으로 정체성을 가지지는 않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배우'라는 직업에 임하는 자세로 "배우 서현진이라는 생각도 잘 안 하는 것 같다. 작품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한다. 돈을 받았으니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 많은 분의 생계가 걸렸으니 저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작품이 끝나고 연기를 할 곳이 없으면 백수인 거다. 시더(반려견)의 엄마,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로 잘살고 싶다"고 밝혔다.

서현진은 "저는 촬영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면서 온·오프가 확실히 되는 거 같다. 집에 들어가면 더 그런 거 같다. 모두가 다르겠지만, 저는 결국 배우가 직업이니 직업적 성취를 하고 싶은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사람으로서 잘 살고 싶은 게 있다. 예전에는 그걸 놓고 직업에만 몰두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잘 융화된 거 같다. 공유를 보면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은 거 같다. 현장에서도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다. 상식적인 사람으로 있어야, 밑에 후배들도 그렇고 아역배우들도 그렇고 내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멀쩡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배우로서 가고 싶은 방향은 없다. 좋은 대본을 타서, 얹혀서 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허지형 기자 | geeh20@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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