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이 오컬트 장르에서 새로운 역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검은 수녀가 된 배우 송혜교, 전여빈이 스크린에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된 재미를 자신했다.

16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검은 수녀들'의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권혁재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544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오컬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의 두 번째 이야기다.

권혁재 감독은 연출에 신경쓴 데 대해 "'검은 사제들' 팬이었고, 장재현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까 부담감도 컸는데 훌륭한 배우,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하며 용기 냈고, 도전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여운이 대단했던 기억이 난다. 장재현 감독님도 전화로 많이 응원해 주셨다"며 "장르가 현실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강렬함이 큰 것 같다. 그런 부분을 꼼꼼하게 챙기려고 노력했다. '검은 수녀들'은 수녀의 신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새로운 면이 생기기 마련인데 '검은 사제들'과 비교하는 재미, 연결고리가 공존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024년 한 해 동안 열심히 작품이다. 새해 첫 소개된다고 하니까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와 스태프들의 노고가 담긴 이 영화가 빨리 스크린에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권혁재 감독은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고마움이다. 한 분 한 분 만나뵐 때 언젠간 이분들과 함께 하길 꿈꾸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까 너무 감사하더라. 이 감정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전달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송혜교가 '검은 수녀들'에서 강한 의지와 거침없는 성격의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유니아' 수녀는 냉정하고 차가운 듯한 모습 이면에 간절한 진심을 지닌 인물로, 굽히지 않는 기질로 교단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꺼이 위험에 뛰어드는 강인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송혜교는 큰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후 차기작으로 '검은 수녀들'을 선택했다. 그는 "'더 글로리'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부담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검은 수녀들'과 인연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더 글로리'로) 첫 장르물 연기 이후에 새로운 연기가 재밌어져서 아무래도 시나리오나 대본을 볼 때 장르를 많이 봤던 것 같다. '검은 수녀들'을 연기하면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도문을 외우는 게 정말 어려웠다. 감정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샤워하면서도, 설거지하면서도 수시로 외웠다. 모든 연기가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어려웠고, 도전이었던 것 같다"면서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구마신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악몽도 많이 꿨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품은 '미카엘라' 수녀 역은 배우 전여빈이 맡았다. '미카엘라' 수녀는 초면인 자신에게 태연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유니아' 수녀에 기가 막히면서도 마음이 기운다. 스스로에 대한 혼란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던 '미카엘라' 수녀가 마침내 '유니아' 수녀를 따라 소년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결심하며 용기를 내고 그 자신 또한 내면의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은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끈다.

전여빈은 캐릭터 표현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리액션이었다. 말로 내뱉은 대사로 자신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유니아' 수녀, 주변 환경에서 오는 에너지를 몸의 떨림 등으로 발산하려고 했다. 긴밀하게 그 상황을 보려고 했고, 저에게 힘이 됐던 건 '유니아' 선배님을 맡은 혜교 선배님의 눈빛이었다"고 밝혔다.

송혜교와 전여빈은 '검은 수녀들'로 첫 호흡을 맞추게 됐다. 송혜교는 "전여빈 씨와 꼭 한 번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저와 친한 배우들이 여빈 씨와 친하다.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현장에서 같이 연기하니까 들었던 것보다 더 좋더라. 저한테는 여빈 씨가 큰 힘이 됐다. 나의 구세주다. '유니엘라' 수녀가 없었으면 '유니아' 수녀는 뭐든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이에 전여빈은 "제 학창 시절에 선망의 여신님이었다. 닮고 싶고 꼭 만나고 싶었고, '청룡 시리즈 어워즈' 당시에도 배우 후배로서 인사드리고 싶어서 선배님을 기다리기도 했다. 선배님에 대한 애정이 혼자 큰 상태였는데 이번에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송혜교를 '나의 유니아'라고 불렀다며 "실제로 제 친한 친구들에게 '나의 ㅇㅇ야'라고 한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따뜻한 등불 같았다. 굳건하게 서 있으면서 조용한 카리스마로 모두를 품어주는 사람이었다. '검은 수녀들'을 보시는 관객들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의 유니아'라고 하지 않으실까 싶다"고 했다.

구마를 반대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신부 '바오로' 역은 이진욱이 맡았다. 구마를 믿지 않는 '바오로' 신부는 이상 증세에 시달리는 소년을 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니아' 수녀와 대립한다.

이진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했고, (대본을 읽고) 기회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희 팀이 믿음직스럽기 때문에 잘 묻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제복을 입은 소감에 대해 "어린 시절에 사제를 꿈꿨던 적도 있다. 커가면서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돼서 꿈과 멀어지긴 했는데 사제복을 입으면 묘하게 남의 얘기를 듣고 싶어진다"고 전했다.

배우 문우진이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희준'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더 이상 다른 누군가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문우진은 "시나리오를 읽고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배우가 생각났다.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셔서 '제가 잘할 수 있을까?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중학생인 희준이가 악령이 들리는 연기를 했을 때 성인 같은 연기를 보여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나름대로 악령 연기를 준비하고 생각해 갔는데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며 (생각한 것과) 다른 연기도 나오고 현장에서 많이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촬영 도중 시험 기간이었는데 약도 챙겨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앞서 문우진은 반 1등, 전교 6등 성적표를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송혜교는 시험 기간 때 제일 어려운 신을 찍고 있었다. 저와 제일 힘든 신을 찍고 있는데 촬영 안 하는 쉬는 시간에 공부하고, 촬영 끝나고 가서 또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 결과까지 좋으니까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 저는 그런 적이 없다"고 칭찬했다. 권혁재 감독 또한 문우진에 대해 "굉장히 스마트하고,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경이로움까지 느껴졌다"고 말해 문우진의 연기를 기대하게 했다.

한편 '검은 수녀들'은 내년 1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