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 속 얽히고설킨 관계, 생존과 직결된 밥그릇 싸움.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 다채로운 인물들의 눈 뗄 수 없는 '연기 파티'가 펼쳐진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97년 IMF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국희와 가족들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다. 국희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쥔 박병장 밑에서 일을 시작하고, 성실함 하나로 박병장의 눈에 띈다. 그는 의류 밀수 현장에 가담하게 되고, 콜롬비아 세관에게 걸릴 위기 상황 속에서 목숨 걸고 박병장의 물건을 지켜내며 박병장은 물론 통관 브로커 수영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의류 밀수를 소재로 한솥밥을 먹는 듯하지만,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은 국희를 시험에 들게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국희는 본인의 선택으로 보고타 한인 사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되고, 점점 더 큰 성공을 열망하면서 여러 인물과 얽히고설킨 관계에 놓이게 된다.

모든 관계의 중심에는 국희가 있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국희의 변화와 성장을 따라가게 된다. 국희의 성장과 성공을 향한 질주를 그린 전개가 한 길로 빠질 만하지만, 끝까지 눈 뗄 수 없는 이유는 국희의 행동의 이유가 되는 인물들이 예측 불가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보고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 통관 브로커 수영 역의 이희준은 짙은 콧수염과 구릿빛 피부까지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선보이는 가운데,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과 팽팽하게 대립한다. 영화가 중반부로 치달을수록 두 사람의 촘촘하고 밀도 높은 수 싸움이 지속되며 관객들을 한순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희준이 믿음과 의심 사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 듯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는 한편 권해효는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연기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두 사람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극적인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러닝타임 내내 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계속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수영과 계속해서 각을 세우는 작은 박사장(박지환 분), 수영의 후배이자 국희를 견제하며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는 재웅(조현철 분), 보고타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끝도 없이 망가져 가는 국희의 아버지 근태(김종수 분)까지. 분량이 크진 않지만, 강렬한 연기로 '보고타'의 서사를 채운다. 이들의 연기 앙상블은 '보고타'를 볼만한 영화로 만드는 힘이다.

'보고타'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