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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 '조명가게' 이후 '무빙2'.."세계관에 몰두할 것"[★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4-12-25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까지. 강풀 작가가 위대한 '강풀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

24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의 강풀 작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누적 조회수 1.5억 뷰를 돌파한 웹툰 '조명가게'가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이뤄냈고, 디즈니+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

강풀은 '조명가게'의 시작에 대해 과거 의사에게 '환자분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라고 했다. 그는 "만화가를 하기 전이었는데도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의식도 없는데 의지가 어떻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입장에서 호러는 좋은 소재다. 가장 창작하기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라며 "귀신도 죽기 전에 사람이었을 거고, 그거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무빙'이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는데 저는 어찌됐든 '조명가게'를 했을 것 같다. 만화 그릴 때도 장르를 왔다갔다 했다. 그럼 내 자신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작품을 하는 게 가장 보람이다"라며 "저도 쓰면서 재밌어야 한다. 깊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음은 당연히 '무빙2' 아니야?'라고 놀라기도 했는데 차기작 얘기가 나왔을 때 '조명가게'를 너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명가게'를 통해 연민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온 '무빙' 이후 '조명가게'로 돌아온 강풀 작가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같은 장르물이지만 '무빙'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고, 호러물은 진입장벽이 높다. 제가 호러물을 써보니까 왜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지 알겠더라. 호러물은 영화에 적합한 장르인 건 맞다. 대부분 귀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맥이 풀린다. 귀신이 등장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한 꺼풀씩 벗겨가는 방식을 택했는데 요즘처럼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조명가게'는 비로소 5화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전통적인 드라마 흥행 공식과는 다르다. 불친절하기도 하고, 회당 시점이 바뀌고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인데 4화까지 끌고 가다가 막바지에 하나로 맺는 방식"이라며 "이걸 받아들여 준 디즈니에 감사하다. 다른 곳이었다면 기획 단계부터 엎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만화 그릴 때는 두려움이 없었다. 근데 드라마를 할 때는 많은 자본에 팀 작업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자체가 낯선 방식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잘 따라와 주셔야 뒷부분에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위험한 시도일 수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시청자분들이 잘 따라와 주시고, 좋은 성적까지 나왔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다. 너무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강풀 작가는 김희원 감독 덕분에 부담감을 덜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희원에게 직접 연출을 제안했다며 "근거 없이 제안했을리는 없고 '무빙' 끝나고 '조명가게' 쓸 때쯤 감독님이 연출에 관심이 있는 걸 알게 됐다. 그동안 감독들과 소통할 때마다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십가지 선택의 순간을 이겨내는 게 감독의 역할인데 (김희원은) 연출 이전에 베테랑 배우고, 현장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배우들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감독님한테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로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무빙' 때는 대본을 세세하게 짰는데 '조명가게'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변화를 줬다. 감독님 집과 우리 집이 굉장히 먼데도 뭐 하나 마음에 걸리면 바로 오셨다. 당시 가족 말고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었다. 열정이 대단했고, 머릿속에 '조명가게' 생각밖에 없는 게 보여서 신뢰하게 됐고, 촬영 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의 연출 호평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앞서 '무빙'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강풀 작가는 '조명가게'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무빙' 때는 제가 뭘 몰랐다. 이번엔 시스템이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감독님한테 많이 의존했다. 감독님이 저에게 항상 의논했고, 저는 좋다고 의견을 낸 것"이라며 "박혁권 배우는 제가 추천했는데 알고 보니 감독님과도 친하더라. 주름살이 좋았다. 많이 우는 역할이고, 사과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박혁권 배우를 적극 추천했다"고 전했다.


특히 강풀 작가는 연기에 감탄했던 배우로 설현을 꼽았다. 설현은 밤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미스터리한 여자 지영을 연기했다. 그는 "설현 씨에게 너무 고마웠다. 감독님이 여러 캐스팅안을 가져왔을 때 설현 배우를 말씀하시더라. 제가 이전에 설현 씨의 연기를 본 게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이었는데 지영은 쓸쓸하고 애쓰고, 처연한 역할인데 (제가 느낀) 설현 씨는 젊은 20대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감독님이 뭔가를 보셨을 거라는 생각에 알겠다고 했는데 실제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장에 갔는데 지영이가 앉아있었고,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설현 씨가 진짜 좋은 배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풀 작가는 그 중 지영과 현민(엄태구 분)의 연인 서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여러 추측이 있는데 기울어진 사랑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현민은 큰 사고를 당한 상태인데 지영이 생명연장 시켜서 기어이 살려낸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과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 '현민이의 마음 크기가 지영이만큼은 아니었나'라는 질문에 제가 답하기는 싫다"라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도 궁금해하지만, 제가 답하면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현민이 지영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그래서 엄태구 씨한테 고맙다. 우리 캐릭터 대부분이 지고지순하고 애달픈 사랑을 하는데 모든 사랑의 종류가 그랬으면 이 드라마가 붕 떴을 것 같다. 엄태구 씨가 다리 위의 신, 피폐하진 모습을 잘 표현해줬다. 제 입장에서 정말 고마운 배우다. 현민 같은 캐릭터가 없었으면 이 드라마가 너무 판타지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딩과 함께 공개된 '무빙' 세계관과 연결되는 쿠키 영상의 공개도 화제를 모았다. 공개된 쿠키 영상에는 '무빙'에서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진 체대 입시생 '희수' 역을 맡은 고윤정이 등장해 놀라움을 안기는가 하면 '강풀 유니버스'의 주요 인물로 꼽히는 캐릭터 '영탁' 역으로 박정민이 깜짝 출연했다.

강풀 작가는 "저는 박정민 씨를 3년 전부터 섭외했다. '무빙' 할 때 뒷모습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서 주변 분들한테 (박정민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당시 ''무빙'이라는 드라마를 쓰고 제작할 거다. '타이밍'이라는 제 만화에서 중요한 역할인데 정민 씨가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긍정적으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무빙'에도 정민 씨를 카메오로 섭외하고 싶었다. 근데 상황이 안 맞아서 뒷모습만 다른 배우로 썼던 거고, 처음부터 박정민 씨를 생각했다. '조명가게'에서 '무빙'의 뒷이야기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바로 정민 씨한테 전화해 '드디어 때가 왔다'고 했다. 박정민 씨는 딱 한 페이지여서 바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풀 유니버스'에 주요 캐릭터인 영탁 역에 박정민을 낙점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 원래 대본을 쓸 때 원작 만화와 배우들의 싱크로율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정민 씨는 유난히 영탁과 비슷하고, 닮았다. 영탁은 제가 유난히 애정을 가진 캐릭터다. 본성은 착한지만, 다 귀찮고 하기 싫은데 한다. '하기 싫은데 해보자'가 대표적인 대사다. 마지못해서 하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초능력자인데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역할이다. 그게 박정민 씨의 연기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더라. 처음부터 영탁이라는 역할에 박정민 씨 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무빙' 할 때는 드라마가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카메오로 나와달라는 게 실례가 될 것 같았다. 근데 이제는 부족하지만, 유니버스를 쌓아나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오래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나와달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풀 작가는 '강풀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이제 막 두 편이 나온 시점이라 아직 이르다"라면서도 "차기작은 '무빙2'를 기획 중이고, 극본 작업을 정확하게 들어가진 않았다. 머릿속에 어느 정도 설계는 해놓는데 '무빙2'를 작업하면서 다음 작품도 생각할 거다. 제 생각엔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 나가도 될 것 같다. '무빙2' 끝나고 뭐가 나올지 예상 못하게 하고 싶고, 이 세계관에 몰두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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