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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를 지켜라![2024 연말결산⑩]

  • 윤상근 기자
  • 2024-12-31
1.혜리·류준열·한소희 '재밌네' 대첩
2.황정음, 남편 불륜 폭로와 두번째 파경
3.김호중 음주 뺑소니 거짓 해명
4.별이 된 박보람, 송재림, 김수미 등
5.방탄소년단 슈가 음주 스쿠터 운전
6.이혼 최동석-박지윤 진흙탕 싸움
7.최민환-율희 이혼 갈등..성매매 출입 논란
8.고 이선균 떠난 그 후
9.정우성 혼외자 논란
10.하이브-민희진, 어도어 경영권 분쟁

우여곡절(迂餘曲折).
'여러 가지로 뒤얽힌 복잡한 사정이나 변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에게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도 혼란스러웠던 한해가 될 것 같다. 자신을 캐스팅한 하이브와의 다툼으로 K팝 신을 넘어 엄청난 타격감을 선사하고 급기야 올해 대한민국 연예계 최대 이슈메이커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맞다이'를 시전하면서 '개저씨'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모자라 자신을 향한 부정적 이슈까지 줄소송으로 받아치고 뉴진스 하니를 국회에 입성시키는 데 일조했다. 민희진 전 대표의 핵폭탄급 폭로들은 하이브 주가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거센 역풍을 맞이하며 끊이지 않는 설왕설래를 만들게 하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이자 논란의 중심이다.

2025년이 돼서도, 민희진의 우여곡절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될 것 같다.



◆ 감사권 발동, 파장의 시작


"K팝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다. 제게 많은 선택지가 있었는데 하이브를 선택한 거다. 이야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지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저만의 도전이 아니다. 저와 함께 하고 있는 모두의 인생이 걸린 도전이기 때문에 싸우고 있다. 사필귀정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한 번 해보는 거다. 지금은 조금 멈춰 있을 뿐, 싸움이 끝났을 때를 대비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난을 충분히 극복할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 다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계획이 있다."(10월 16일 일본 TV아사히·ANN 종합 뉴스 프로그램 보도스테이션 인터뷰)

4월 22일.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권을 발동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갈등을 빚고 있었던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는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가 본질"이라며 방시혁 의장을 공개 저격, 뉴진스 컴백을 코앞에 둔 와중에 기어이 이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 자체만으로 하이브 시가총액에서 7000억원이 사라졌다.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렸고 대중의 시선도 다양했다. 하이브의 자본금 161억원 출자를 통해 어도어가 만들어지고 2대 주주이자 사실상의 메인 프로듀서였던 민희진이 경영진 2명과 작당모의해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독립하려 한다고? 하이브는 "증거가 있다"라고 주장했고 민희진 전 대표는 "어이없는 언론플레이"라고 맞섰다.

'아일릿 표절' 이슈로 스타트를 끊었던 민희진 전 대표의 다음 타깃은 쏘스뮤직의 르세라핌이었다. 자청해 마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멤버 실명까지 언급하면서 뉴진스의 차별대우를 언급하는 등 민희진 전 대표는 그야말로 폭주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성향에 대해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라고 말하며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쏟아냈던 민희진 전 대표는 2024년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이 내뱉은 말로 인해 화를 부른 상대들과 곧 법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측은 보도자료를 거듭 내놓으며 끈질기게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했다. 경영권 탈취가 농담인지를 놓고서부터 뉴진스 차별, 본인 보상, 음반 밀어내기 의혹, 무속인 친구 논란 등이 이야깃거리로 나왔다. 하이브는 즉각 주주총회를 통해 민희진 해임을, 민희진 전 대표는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으로 대응했다. 증거 싸움에 추가 폭로와 논란 해명, 경찰 고발 등이 덧붙여졌다.



◆ "뉴진스는 괜찮은 건가요?"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다툼을 바라보며 많은 대중이 걱정하고 우려했던 부분은 바로 뉴진스였다. 이 다툼은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해 K팝 신에서 신인왕과 대상을 석권하고 2023년 순항을 거쳐 더욱 기대되는 2024년 5월 컴백에 끼얹어진 청천벽력과도 같은 뉴스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싸울 게 많아도 소속 아티스트는 지켜야 하는게 아니냐는 시선과 함께 항간에는 앞서 템퍼링 논란으로 결국 원년 멤버가 찢어지고 시즌2 격으로 재데뷔한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떠올리며 적잖이 우려하는 목소리도 스멀스멀 피어나오기도 했다.

다행히도, 일단 올해 뉴진스의 컴백은 무사히 잘 진행됐다고 볼수 있겠다.

리드 싱글 'Bubble Gum'에 이어 'How Sweet'와 'Right Now', 'Supernatural'까지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발표한 4곡 모두 뉴진스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을 완성하면서 '대상 가수'의 여운을 이어갔다. 첫 지상파 예능으로 KBS 2TV '1박 2일'을 택하고 강원도 철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예능감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나영석 PD와 '채널 십오야'로 조우, 멤버 혜인의 공백 비하인드 에피소드까지 들고 궁금해했을 법한 여러 썰도 풀었다. 여기에 6월 일본 팬미팅과 대학가 및 주요 행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합류했다. 다만 하이브 사태 여파로 2022-2023 시즌만큼은 성과가 덜했다는 지표도 눈에 띈 것 역시 사실이었다.

심지어 국회 진출도 있었다. 현역 인기 아이돌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그 자체로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이슈였고 멤버 하니와 김주영 현 어도어 대표이사와의 사내 따돌림 및 괴롭힘 이슈 관련 대질은 다수의 현장감 있는 사진과 영상들을 양산해냈다.

2024년의 마지막 달을 앞둔 가운데 뉴진스는 여러 논란에도 5명 모두 굳건한 의리를 갖고 서로 흔들리지 말자며 서로 손을 꼭 잡고 버니즈를 향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거듭 외치고 있는 중이다.



◆ '기묘한 동거'는 없었다


결국 뉴진스는 하이브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고 '직접 등판'에 나섰다. 소속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회사 관련 중대한 이슈에 대해 언급을 했을 경우 따라오는 리스크가 적지 않은데도 뉴진스는 이를 감수하려 했다. 멤버들 모두 민희진 전 대표를 따르고자 발벗고 나서고 있는 중이다.

그 시작은 유튜브 라이브였다. 9월 10일 늦은 시각 새 채널을 열고 라이브를 켠 이들은 "민희진 대표님이 시킨 것 아니냐는 엉뚱한 말이 있을지 걱정이 있다. 그러나 이 라이브 방송은 우리가 확실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준비한 라이브"라며 "하이브가 정말 뉴진스를 위한 회사인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민희진 대표님이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하이브 임시주총에 따른 어도어 이사진 교체와 민희진 대표이사 해임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와중에도 뉴진스는 직접 등판을 통해 가져올 파장과 불확실성을 안고 가겠다며 어도어의 정상화 요구를 외치고 있었다. 이후 뉴진스는 재차 전속계약 해지를 언급하면서 내용증명을 보낸 끝에 다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우리가 어도어를 떠나는 이유는 굉장히 간단하다. 뉴진스는 어도어의 소속 아티스트고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회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데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여기에 계속 남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정신적인 고통도 계속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 그리고, 줄소송



민희진 전 대표는 지난 11월 20일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히며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에 주주간 계약 위반사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으려 한다. 하이브와 그 관련자들의 수많은 불법에 대하여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나하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하이브의 불법 감사로 시작된 7개월여 넘게 지속돼온 지옥 같은 하이브와의 분쟁 속에서도 저는 지금까지 주주간 계약을 지키고 어도어를 4월 이전과 같이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하이브는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변할 기미도 전혀 없기에 더 이상의 노력은 시간 낭비라는 판단으로 결단을 하게 됐다"라고 밝히고 "하이브가 벌인 2024년의 만행은 K팝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안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말 나빴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민희진 전 대표의 하이브, 어도어와의 인연은 이제 이날 이후 대척점에 서게 됐다. 물론, 이 행보가 민희진과 뉴진스의 결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의 외침에 꿈쩍도 하지 않은 하이브는 김주영 대표를 어도어 새 수장으로 앉혔고 민희진의 여러 폭탄 발언들을 근거로 한 다수의 소송을 제기, 당장 내년 1월부터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아일릿 표절 이슈가 중심이 된 빌리프랩, 르세라핌 관련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손해배상이 중점인 쏘스뮤직과의 갈등은 물론 민희진 본인의 풋옵션 이슈, 어도어 전 직원 손해배상, 경찰 조사 중인 배임 형사 건 등등. 결코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희진 전 대표는 멈추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소신 있게 사는 게 쉽지 않다. 공격을 많이 받는다. 없는 말로도 지어서 공격받는데 '이거 거짓말이에요'라고 맨날 이야기할 수 없다. 억울함도 지고 사는 거고 결과물과 행동, 진짜의 모습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말만 잘하고 보여지는 게 꽝이면 말이 물거품이 된다.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거짓말이 올라오고 해명하면 해명했다고 올라오고 아니면 아니라고 올라온다. 여러분보다 지금 괴롭다고 자신할 수 있다. 종교 전쟁처럼 됐다.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다. 소송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 모든 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는데 시간은 내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 이걸 받아들이는 게 수련 같고 죽도록 괴롭지만 본질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 시간을 인고하고 견뎌내야 하는지 방법론을 생각한다. '왜 내가 이 싸움을 시작했지' 계속 반추하고 내가 미래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다. 큰 그림을 잘 그린다. 로드맵, 마일스톤, 변곡점 등 중요한 걸 순식간에 그린다. 고민하기보다 스케치, 크로키하듯 하고 동시에 디테일을 그려 나간다. 방향성을 설정할 때, 크게 비전을 만들 때 간섭받는 게 싫어 이게(하이브 사태) 일어난 것"이라며 "뉴진스의 일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프로젝트 레이블에 당위성이 생겼다. 이 프로젝트르 보여주려는 의리를 지키려다가 분쟁을 맞이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개선이 필요하고, 해당 시점에 분명히 문제 제기를 한 뒤 해결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저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한다. (하이브와의)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고 이런 싸움이 될지도 몰랐다. 제가 부딪혔을 때 손해를 생각 안 한다. 그래서 많이 고단해진 것이다."(12월 6일 한화손해보험X폴인 토크 콘서트 '장르가 된 여자들' 강연)
윤상근 기자 |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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