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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선생 황재열이 애순이에게.."어려운 고난 줘 미안" [★FULL인터뷰]

  • 허지형 기자
  • 2025-04-20
"비정상이 정상이던 시절, 애순이가 겪었을 고난 중 하나가 나였어서 미안하다."

애순에게 첫 좌절을 안겨 줬던 '부패', '부정 선거'의 아이콘 담임 선생님. 1960년대 시대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너무도 현실적이라 공감하면서도 화도 나고, 그래서 더 불편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분)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이야기다.

황재열은 극 중 어린 애순의 담임 선생님 역을 맡았다. 그는 급장(반장) 투표에서 어린 애순이(김태연 분)가 이겼음에도 부잣집 아이한테 양보하라며 부급장으로 끌어내렸다. 결과보다는 배경이 중요하다는, 애순에게 첫 시련을 안겨준 어른이었다.

'사회생활에서 37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는 놈이 이기는 것이다', '네 발로 내려오면 하야다, 대의를 위해 양보해라' 등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주옥같았다. 또한 책상 위 '3.15부정선거 주모자'가 적힌 신문, 각종 책 등은 권력과 뒷거래, '부정'의 아이콘인 그를 그대로 나타냈다.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한 황재열이었지만, 누구보다 애순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제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어머니가 바쁘셔서 도시락을 못 싸주셨다. 등교 후 학교 밖으로 나가면 안 됐는데 학교 앞이 바로 집이라 얼른 밥 먹고 왔다. 그런데 선생님께 걸렸고, 뺨을 진짜 많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우유 급식비가 항상 늦으면서 선생님께 미운털이 박혔던 거 같다. 그때 내가 맞고 있어도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뭐 잘못했냐'며 더 뭐라 하는 시대였기에 당시가 많이 생각났다"면서도 "이번에 이 역할을 하면서 그 선생님들이 모델이 됐다. 그 선생님들이 어떤 표정이었고,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각했다.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의 '부정'과 맞선 애순이를 보며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을까. 그는 "만약에 황재열이라면 당장 가서 안아줬겠지만, 저도 캐릭터로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그 순간에는 애순이가 한심해 보였다. 저한테는 만기가 급장을 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거 가지고 울어?', '어차피 넌 안돼'라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상황을 자꾸 이겨내는 애순이를 더 찍어 누르고 싶었던 거 같다. 하나도 애처롭지 않았다. 그러다 애순이가 일기를 제출하며 굉장히 뿌듯해한다. 거기에 선생님은 자존심이 상했던 거 같다. 쫄았다는 표현이 맞을 듯"이라며 "그 연기를 너무 잘해줬다. 아이유 배우가 아역들이 연기한 걸 토대로 올라가 연기를 이어갔다고 하더라. 아역 배우들이 너무 잘 잡아놓은 거 같다. 집중력도 너무 좋고 그냥 애순이 같았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황재열 입장에서는 미안한 마음이다. 비정상이 정상인 시절, 부모님 세대에서 고난을 많이 겪었을 텐데, 그 어려운 고난 중 하나가 저였어서 미안할 따름"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어린 애순을 연기한 아역 김태연을 비롯해 애순의 엄마 광례 역의 염혜란까지, 황재열에게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그는 "제가 염혜란 선배님을 정말 좋아한다. 웃고 있어도 눈물난다. 저한테 양말을 주면서 어색하게 웃는 표정을 짓는데 정말 놀랐다. '진짜 그 인물로 존재하는구나'로 하고 많이 배웠다. 어린 애순이도 그렇고 염혜란 선배도 그 인물로 존재하니까 제가 연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더라"라고 전했다.

영화 '골든 슬럼버', '설계자', 드라마 '열혈사제', '동백꽃 필 무렵', '낭만닥터 김사부' 등에서 여러 차례 형사 역할을 맡은 그는 '형사 전문 배우'로 불렸다. 이 작품을 통해 '촌지 선생님', '부패 교사'라는 부정의 아이콘이 된 황재열은 오히려 반겼다.

그는 "형사 이미지가 잘 어울렸나 보다. 물론 더 대단한 선배님들도 계시지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거 같아 처음에는 '형사 전문 배우' 타이틀이 싫었다. 그런데 같은 형사여도 다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즐기자'라는 생각"이라며 "나쁜 타이틀이 생겨도 나쁘지 않다. 배우가 욕먹는 건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더 밉상인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폭싹 속았수다' 공개 이후 주변 반응도 달라졌다. 그는 "좀 놀랐다. 큰 역할이 아니었는데도 드라마 공개 후 전화가 너무 많이 왔다. 드라마가 잘 돼서 잘 나왔나고 생각했다. 식당에서도 저를 알아보고 하는 거 보면서, 내가 그 드라마에 작지만 일조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머니께도 뿌듯해하신다. 배우 되고 효도를 못 한 거 같은데, 큰 효도를 한 거 같다"고 전했다.

"연기가 너무 좋다"는 황재열은 비중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영화 '암수살인', '나를 찾아줘', '비상선언', '설계자', 드라마 '열혈사제', '동백꽃 필 무렵', '낭만닥터 김사부3', '루카: 더 비기닝', '모범가족' 등으로 필모그라피를 꽉 채웠다.

그는 "원래는 유도를 전공해서, 당연히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실력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유도부를 그만뒀다. 군대 갔다 오고 이런저런 일을 진짜 많이 했는데, 우연히 소개로 여행사를 다니면서 해외를 많이 다니게 됐다. 그러다 보니 견문이 넓어졌고, 30대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야 할 거 같았다. 돈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자, 연기를 선택했다"며 "사실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여행사 다닐 때 얘기하는 것도 힘들었다. 연기 하듯이 했던 거 같다. 평생 연기를 해서 살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 미련 없이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황재열은 "어떻게 하다 보니 다작하게 됐다. 한 번 캐스팅 해주신 분들이 '이 친구 괜찮네?'라며 다시 불러줬고, 그게 넓어지다 보니 발전된 거 같다.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황재열은 올해 방영 예정인 KBS 2TV 드라마 '은수 좋은 날'의 박형사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은수 좋은 날' 올해 초 촬영이 끝났는데, 감독님이 그 공간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 기대된다. 꼭 보고 싶다"며 "이외에도 공개될 작품들이 있다. 저는 주어진 거 잘 해내는 것이 제일 큰 목표다.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자아냈다.
허지형 기자 | geeh20@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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