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시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THE FINAL'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정병국 위원장을 비롯해 배우 신구, 박근형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실체가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공연되었으며 한국에서는 1969년 극단 산울림을 통해 초연된 이래 5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신구, 박근형이 함께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신구와 박근형, 두 거장이 함께하는 마지막 연극인 셈. 박근형은 "노년의 배우로서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해낼 수 있는지 실험적인 면도 있었다. 이 연극을 통해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조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게 과연 관객들에게 환영받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많은 호응 주셔서 감개무량하다"라고 밝혔다.

박근형은 "(신구) 형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 계기로 뭔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이 열악한 연극계를 위해서 작은 힘이지만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눴다"며 "공연이 총 102회차 매진됐는데 관객들에게도, 우리 배우들에게도 뜻깊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구 또한 "박근형이 말한 내용에 동감한다. 저희가 젊었을 때와 지금 (연극계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서울 공연, 지방 공연이 전석 매진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 이런 기회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극계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특히 젊은 청년들이 연극을 시작하면서 너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기회에 조금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위원장 또한 "신구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린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문화예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활약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위해 (신구, 박근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셨던 분들이다. 다른 장르보다 연극 분야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다. 대학로에 150여개의 소극장이 있고, 전 세계에 유례없는 장소적 환경을 갖고 있지만,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배우들은 배가 고프다"고 밝혔다.
이어 "연극배우들의 50%가 순수하게 연극을 통해 받는 돈이 25만 원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연극 무대에 서고 싶어도 막상 무대가 만들어졌을 때 몸이 망가져서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서글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라며 "이번에 신구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께서 이제 연극을 통한 수익금을 통해 후배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결심하셨다. 이 자리가 모든 연극인, 문화 예술계의 심금을 울리고, 새로운 씨앗이 돼서 큰 예술 나무를 키워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박근형은 "K-드라마의 모체는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연극이 거의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자원이 풍성해지길 바란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 단지 희망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가 활동하는 동안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 거다. 다행히도 우리를 도와주는 곳이 많다. 다른 연극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연극내일기금을 통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청년 배우들을 위해 현장에 최적화된 맞춤형 훈련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보급하는 데 집중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들이 직접 나와서 지도하고 싶다는 말씀이 있었다. 선생님들의 뜻을 살리기 위해 연극인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선생님들이 멘토가 되는 장을 마련해서 두 선생님의 뜻이 오롯이 청년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박근형은 '고도를 기다리며'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탐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연령층보다 공감대가 높다. 청년들에게 희망적인 걸 보여주고 싶고, 연극계도 바탕이 튼튼해야 앞장서서 나아갈 수 있다. 우리의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봉사 정신으로 하고 싶다"고 했고, 신구 또한 "우리 사회의 각종 불합리, 부조리한 일이 작품 안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신구, 박근형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고, 힘이 닿는 데까지 연극 활동, 연기 생활을 할 거다. 앞으로 계속해서 고도를 기다리며보다 더 나은 작품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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