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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응원, 이방인 장점 됐다"..'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비화[종합]

  • 중구=한해선 기자
  • 2025-06-2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 6관왕을 달성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제78회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천휴 작가, 한경숙 프로듀서(NHN링크 공연 제작 이사)가 참석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을 느끼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6년 국내 초연 후 지난해 11월 뉴욕 맨하탄 벨라스코 극장(Belasco Theatre)에서 정식 개막하며, 오리지널 스토리의 국내 창작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 쾌거로 화제를 모았다.

현지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공연 전문 사이트 브로드웨이월드닷컴에 따르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의 주간 티켓 판매 금액은 12월 넷째 주(2024년 12월 23~29일)에 한화 15억원에 가까운 1,019,324달러를 기록했다.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열린 제78회 '토니 어워즈(Tony Awards)' 시상식에서 작품상(Best Musical), 극본상(Best Book of a Musical), 음악상(Best Original Score) 등 6개 부문 수상의 쾌거를 달성했다. 또한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6관왕, 외부비평가협회상 4관왕 등 미국의 각종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그 작품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월 30일부터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천휴 작가는 2012년 '번지점프를 하다', 2016년 '어쩌면 해피엔딩', 2023년 '일 테노레', 2024년 '고스트 베이커리'를 선보였다. 그는 2013년 '제8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번지점프를 하다'로 작곡작사상을 수상,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극본 작사상을 수상, 2024년 '제18회 차범석 희곡상'에서 '일 테노레'로 뮤지컬 극본 부문 수상을 한 바 있다.


박천휴 작가는 지난 8일 토니상을 수상한 소감으로 "많이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수상 후 어떤 점을 실감했는지 묻자 "트로피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서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었는데 신기했다. 그렇게 상징적인 트로피가 제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외부비평가협회상 4관왕 등을 휩쓴 소감으로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할까봐 기대를 많이 하려고 했다. 후보 발표가 났을 때 기뻤지만 '우리가 되겠어?'라고 생각했다"라며 토니상 6관왕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다 끝났으니까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싶었고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 작품 탄생 후 수상까지 10년이 걸린 것에 대해 "'번지점프를 하다'를 2013년에 초연을 했다. 그때 관심을 보인 제작사가 연락을 주셔서 '어쩌면 해피엔딩'을 쓰게 됐다. 뉴욕에서도 공연이 올라갈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셔서 저는 그때만 해도 '뉴욕 실정을 모른다'라고 했지만 미국에서도 리딩을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낭독 공연 후 2시간 만에 프로듀서가 연락을 주셔서 이 작품을 브로드웨이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브로드웨이에 신인 창작자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저희가 애틀란타에서 트아이 아웃 공연을 성공적으로 했지만 코로나가 터졌다. 이후에 딜레이가 됐지만 작년에 다행스럽게 개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저는 이민자고 나이가 들어서 유학을 간 사람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이민자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 그들의 문화를 쓰려고 해도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 일을 할까. 차라리 한국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한국 작가 최초로 기회를 얻게 됐고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이번 수상에 대해 많은 이들은 'K-뮤지컬의 쾌커'라고 극찬한다. 그는 "'K-팝'처럼 아직 'K-뮤지컬'이란 말을 많이 쓰진 않는다. 제가 극장에 가면 관객분들이 '이 뮤지컬을 한국 뮤지컬이야'라는 말을 해주실 때 뿌듯하다. 대기실에서 어느 순간부터 배우분들이 '밥 먹었어요?'라며 한국어를 하더라. 우리가 쓴 뮤지컬이 이들에게 한국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박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소재를 선보인 이유로 "당시 내가 오래 사귄 친구와 헤어졌고, 친구가 암으로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내가 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 받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다가 카페에서 노래를 듣게 됐다. '우리는 모두 핸드폰을 바라보며 집에 가는 로봇들'이란 가사를 들으니 카페 사람 모두가 로봇 같아 보이더라. 이별의 상실감을 로봇으로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밝혔다.

공연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묻자 그는 "저에겐 늘 새로운 과정이 교육을 하는 과정이다. 한국에서 보인 만큼 브로드웨이에서도 스태프가 세분화되길 원했다. 동시에 조심스런 부분도 있었다. 내가 임무를 완수해야 피해가 가지 않겠단 생각이 있었다"라며 "저는 I인 성향인데 거기선 E처럼 모두와 잘 어울리며 작업을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국 관객과 브로드웨이 관객의 차이점도 물었다. 박 작가는 "너무 감사하게도 같은 포인트에 웃어 주시고 같은 포인트에 눈물 흘려 주셨다. 한국엔 마니가 관객들, 회전문 관객들의 재관람 비율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도 재관람 비율이 높았다. 거기선 그들을 '반딧불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차이점은 한국에선 감동하는 장면이 있으면 속으로 감동하면 브로드웨이에선 첫 키스 장면 등에서 '아' 하면서 물리적으로 반응을 해주시더라"라고 전했다.


박 작가는 영감의 원천으로 "카페에서 멍하니 있다가 노래를 듣고 영감이 떠오르기도 했고, 오페라를 듣다가 '한국에선 누가 처음 오페라를 불렀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유령이 사업을 한다면 어떤 사업을 할까 등을 생각했다. 샤워 하다가도, 산책 하다가도 영감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손석구 배우님이 저희 공연을 보러 온 적이 있다. 작가로서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이더라.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실에서 경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완전히 색다른 신인에게도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릴 때 저는 방황한다고 생각했다. 미술을 전공한 후 디자인 광고 회사에 있었다. 이러다가 나는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겠다 싶었는데, '어쩌면 해피엔딩'을 처음 하면서는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했구나' 싶었다. 저의 방황의 경험이 공연을 만드는 일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숙 프로듀서는 박 작가와의 인연에 대해 "하늘이 맺어준 인연 같다. 당시 많은 제작자의 러브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이 저희를 선택해 주셨다. 2024년에 '어쩌면 해피엔딩'을 투자하면서 저도 토니상 6관왕의 영예를 함께 할 수 있었다. 한국 관객들에게 이 공연을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돼서 감회가 뜻깊다"라고 말했다.

한 PD는 "이번 10주년 공연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보완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오랫동안 사랑을 주신 관객들에게 한국 정서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부분도 보여드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한국 공연이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앞서 선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한국 공연팀이 압박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대본과 음악 자체가 완벽하고 지문 하나하나가 섬세하다. 무대에서 선보일 부분을 디테일하게 다 적어놨다. 한국 공연을 최대한 그 감성을 지키고 거기에 새로운 감성을 더하려 한다.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저희가 2016년 초연 때 포스터 디자인을 제가 만드는 것도 허락해 주셨다.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저는 창작자로서 제작자를 바꾸는 걸 두려워한다. 한 번 손을 맞춰봤던 사이인데, 다른 회사의 피디님과 또 언제 일하지 싶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에 투자도 해주시면서 초연 PD님과 다시 손발을 맞추게 돼서 뜻깊다"고 화답했다.


박 작가는 토니상 수상 당시 "(작품과 달리) 저는 아직 싱글입니다"라는 소감이 화제가 된 것에 대해 "당시에 제작자가 '웃기게 위트있게 소감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시 많은 분들이 윌과 제가 커플인 줄 알아서 제가 '윌과 저는 커플 아니다. 난 싱글이다'라고 했다. 그게 나중에 밈처럼 됐더라"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극찬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박 작가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은 '너네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더라. 영화보다 공연이 좋은 이유는 커뮤니티가 작기 때문이다. 서로 응원해주는 공연계가 좋다'라고 편지로 응원을 주셨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제가 형제가 2명인데 어릴 때부터 저는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하니'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이방인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이방인이란 슬픔의 정서에 함몰되지 않게 작품을 쓰고 싶었다. 이방인이란 게 나란 사람의 특징이자 장점이 되겠구나도 싶었다"고 털어놨다. 박 작가는 미국 토크쇼 출연 당시 항상 '어쩌면 해피엔딩'이란 한글 제목이 영어 제목과 함께 노출된 것이 의도된 연출이었다고 밝히며 " 항상 한국 제목과 영어 제목이 함께 쇼에 나오는 것도 저희가 함께 얘기 해왔던 거다. 레이아웃과 폰트도 같이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박 작가는 향후 선보이고 싶은 신작이 있는지 묻자 "구상 단계인 것이 있는데,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를 새롭게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한국을 떠나보지 않은 분들은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란 걸 모르는데 이렇게 창작물에 지원이 잘 되는 나라도 드물다. 다만 제대로 된 정산을 받는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이 일을 하려는 분들은 각오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일을 안 할 때는 내 건강과 행복을 잘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중구=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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