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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블랙핑크 넘은 '케데헌' 오스카도 흔드나..K팝 새 이정표[★리포트①]

  • 허지형 기자
  • 2025-07-29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BLACKPINK),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뉴진스(NewJeans) 등 K팝 대표 그룹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입증하며 K팝의 외연을 확장하고,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가상의 K팝 스타들이 악령과 싸우는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K팝과 애니메이션, 글로벌 팬덤과 디지털 문화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됐다. 단순하게 K팝을 다룬 것을 넘어 장르와 문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 혼종의 미학..미국 자본으로 만든 '한국적인' K콘텐츠


지난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슈퍼스타 루미, 미라, 조이가 무대 뒤에서 악령과 싸우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K팝과 오컬트가 결합된 이 작품은 K팝 걸그룹이 팬들을 지키기 위해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와 퇴마를 벌인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목만 보고 콘텐츠를 고르는 경우가 많은 OTT 특성상,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제목에서부터 오는 진입장벽은 꽤 컸다.

이러한 진입 장벽을 제대로 무너졌다. 공개 이후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와 독일, 포르투갈과 태국 등 41개 나라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공개 첫 주 920만 뷰에서 시작해 5주차에 약 2580만뷰를 달성, 넷플릭스 역사상 공개 5주 차에 최고 시청 기록을 경신한 작품이 됐다. 총 누적 뷰는 1억 600만 회 이상으로 집계됐다.


K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등장인물이 영어로 말하고, 노래 부른다. 미국 자본으로부터 제작된 K콘텐츠라는 점에서 '기막힌 혼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K컬처의 정체성과 글로벌 보편성을 동시에 잡았고, K팝이 음악 장르를 넘어 글로벌 복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을 만든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았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과 크리스 애플한스가 공동 연출하는 등 한국계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K팝은 물론 작품 속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 한국의 토속신앙 등을 디테일하게 반영하려는 시도가 곳곳에 보이며 글로벌 시청자와 한국 시청자 모두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단순히 K팝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한옥, 저승사자, 무당, 갓, 노리개, 작호도 호랑이 등 전통과 현대가 결합했다. 여기에 판타지를 곁들여 이질감 없이 녹여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세심한 디테일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적인 요소가 잘 담겼다. 오컬트 등 퇴마 소재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스토리 개연성도 나쁘지 않았다. 저승사자나 민화 속 동물 등이 신선했다. 무엇보다 소니 애니메이션답게 영상 퀄리티가 좋았고, 불필요한 스테레오타입이 없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도 "워낙 재밌게 잘 만들었다. 재밌게 잘 만들었다 그게 뼈대인 거 같다"며 "그 안에 들어가는 한국적 요소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핫한 상황이다. K팝에 대한 호기심이 더 신선하게 다가갔다. 또한 작품 속 노래들이 좋게 뽑혔다. 노래까지 좋다 보니까 종합적으로 인기를 얻은 거 같다"고 설명했다.



◆ BTS·블랙핑크도 넘었다..글로벌 차트 석권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장 강력한 성공 요인은 단연 OST다. OST 가운데 무려 8곡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동시 진입하며 글로벌 차트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 요인 중 1순위로 노래를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래가 가볍게 즐길 수 있고, 중독성이 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안무까지 볼 수 있어 듣고 보는 재미가 있다. 영상과 스토리, 노래까지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K팝이 이제는 아이돌 중신의 팬덤 문화뿐만 아니라 영화나 TV에서도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장이 확장됐다는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는 헌트릭스의 곡이자 트와이스 정연, 지효, 채영이 참여한 '테이트다운(TAKETOWN)',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소다 팝(Soda Pop)', '유어 아이돌(Your Idol)', '프리(Free)', '왓 잇 사운스 라이크(What It Sounds Like)' 등이 수록됐다.



'유어 아이돌'을 시작으로 OST 곡들이 글로벌 차트에서 선전했다. '유어 아이돌'은 글로벌 차트에서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미국 일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에서 TOP10에 오른 건 BTS에 이어 보이그룹 중 두 번째다. 특히 BTS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더불어 미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6월 23일 기준)를 차지했으며, 송 차트에서도 일부 곡이 톱100에 진입하기도 했다. K팝이 아닌 OST로 이러한 성적을 보여준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현시점에서 스토리의 현실고증이 적절히 녹아들었다는 점도 재미 포인트다. 특히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보이그룹, 걸그룹을 떠올렸을 때 사자 보이스, 헌트릭스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에 공감대가 잘 형성돼 OST 인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음악은 장벽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 중 하나이지 않나"라고 전했다.



음악의 흥행 뒤에는 연예기획사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진이 있었다. 이 기획사는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빅뱅, 지드래곤, 블랙핑크, 2NE1 등 K팝 스타들과 작업해 온 테디가 수장으로 있는 곳이다. K팝 아이콘들과 함께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음악을 완성시켰다.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스의 안무는 더블랙레이블 소속 안무가인 리정이 맡아 실제 K팝 무대 못지않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이처럼 K팝 트렌드를 이끈 이들의 참여로 신뢰와 몰입을 이끌었고, 자연스럽게 팬덤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공개 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로 전 세계를 달구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골든'은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 4위에 이름을 올리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전 세계 돌풍을 일으켰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 왕국'의 OST '렛 잇 고(Let It Go)'의 최고 성적인 5위를 넘어선 순위다.

또 '유어 아이돌'(14위), '하우 잇츠 던'(23위), '소다 팝'(25위)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블랙핑크 '뛰어(JUMP)'(28위)보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 OST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최고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수록된 두 곡이 미국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1위에 올랐다. 이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비롯해 어떠한 케이팝 그룹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 챌린지 열풍→아카데미까지 정조준


OST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챌린지 열풍도 거세다.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영화 속 안무를 따라 추거나 주요 장면에 대한 반응을 공유하는 영상이 수억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를 함께 부르는 '떼창' 현상도 포착됐다. 지난 7월 18일~20일 열린 독일 최대 EDM 페스티벌에서는 '골든'의 리믹스 버전이 무대에 등장했고, 현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르며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다. 또한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로스트 인 드림스(Lost in Dreams)'에서도 OST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전해지며 글로벌 K팝 팬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여기에 국내 스타들의 참여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고, 트와이스와 제로베이스원, 몬스타엑스, 차은우, 라이즈, 보이넥스트도어, 플레이브 등 여러 스타가 안무 챌린지, 혼문 챌린지 등에 참여하며 열풍을 확산시키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카데미상까지 겨냥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골든'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오리지널 주제가상 후보로 공식 출품한다고 밝혔다. 음악성과 함께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이처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한류 30년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지고 있다. 한국이 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고, 음악이 서사를 이끌며, 팬덤이 세계관에 참여하는 방식은 K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하재근 평론가는 "해외에서 이 영화를 더 관심 가지고 보게 될 것"이라며 "K문화 자체도 더 전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적으로 K팝 관심이 고조되면서 콘텐츠 만들 때 한국적인 코드를 적극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한국적인 코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대중문화 콘텐츠를 만들 때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겨날 것을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허지형 기자 | geeh20@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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