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블랙핑크가 누렸던 찬란한 영광도 조금씩은 희미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마의 7년'을 앞두고 겪었던 재계약 부침과 완벽하지 못했던 결론, 홀로서기 선언으로 드러났던 YG와의 온도차, 여기에 약간의 외적인 이슈 등등. '팀 블랙핑크'는 일단 존속을 유지했지만,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를 쌓았던 K팝 걸그룹마저 (확실히 보이그룹과는 결이 다르게) 세월과 현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바라보며 이들의 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될지를 지켜보게 되고 상상하게 된다.
◆ 2NE1 이후 7년만..YG가 씌워준 '왕관의 무게'

'역대급 신인'이라는 타이틀도 그때까지는 크게 와닿진 않았다. 이미 배우 마스크로 뮤비, 광고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지수, 뉴질랜드 유학파 YG 6년 연습생 출신 제니, 호주 YG 글로벌 오디션 700대 1 경쟁률 1위의 주인공 로제, YG 태국 오디션 유일 합격생 리사 등 데뷔 전부터 멤버들의 이력은 화려했다.
이후 "드디어 YG가 비주얼도 보기 시작했다"라는 반응 속에, 블랙핑크는 소화하기 만만치 않은 걸스 힙합을 수준급 영어 랩과 소울 보컬을 곁들여 완벽히 소화했, 오히려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챙겨가는 마성의 매력을 뽐냈다. 커리어를 쌓아가며 블랙핑크는 소위 'YG빨'이라는 과대평가를 실력과 미모로 지워버리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믿고 보는 YG 연습생'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얹게 됐다.

◆ 걸그룹 역사상 최고를 찍었다

-빌보드 핫100 차트 통산 10차례 차트인. 자체 최고 기록 2020년 'Ice Cream'(with Selena Gomez) 13위.
*솔로곡 최고 기록 - 로제 3위(APT.) 제니 51위(One of the Girls) 리사 70위(ROCKSTAR),
-빌보드 200 차트 통산 4차례 차트인. 2022년 'BORN PINK' K팝 걸그룹 최초 1위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국내 2위.(5862만)
-개인 인스타그램 팔로워 1위~4위 보유. (리사 1억6701만 제니 8804만 로제 8451만 지수 7987만)
-공식 스포티파이 팔로워 국내 2위. 전세계 걸그룹 1위. 전 세계 아티스트 20위.(5504만)
-공식 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 기네스 월드레코드 등극.(13억8000만 스트리밍)
-공식 유튜브 구독자 전 세계 아티스트 채널 1위, 통합 전 세계 채널 11위.(9850만)
-공식 유튜브 뮤직비디오 12개 3억뷰 이상. 최다 조회수 2018년 '뚜두뚜두' (20억뷰)
2016년 데뷔 앨범 'SQUARE ONE'과 'SQUARE TWO', 2017년 싱글 '마지막처럼', 2018년 EP 'SQUARE UP'을 거치며 팀 정체성과 존재감, 음악성, 실력 등을 증명한 블랙핑크는 2019년 'KILL THIS LOVE'로 글로벌 영향력 장악을 위한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그래도 러블리하면서도 페미닌한 이미지가 앞섰던 데뷔 초반의 모습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강렬한 섹시미를 장착, K팝 걸그룹 신의 판도를 바꿨다. 이후 걸그룹 3세대의 새로운 표준이 설정됐고 후발주자들이 이 표준에서의 변주를 시도했지만, 임팩트와 규모 면에서 블랙핑크를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블랙핑크는 이어 2020년 'How You Like That'과 '뚜두뚜두'로 이 표준의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K팝 걸그룹 최초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찍은 정규 2집 'PINK VENOM'이 나오기까지 공백은 대중과 팬덤 입장에선 꽤 오랜 기간으로 느껴졌다. 이전보다 더 크고 새로운 패러그래프를 완성하기 위한 준비에 블랙핑크보다 YG가 더더욱 몰입하는 것 같았다. YG 역사상 최고의 아웃풋이었기에 첫 7년 커리어 중 6년차를 맞이하게 되는 2022년, 정규 2집과 180만명 규모의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총 25개 도시 월드투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결과도 대성공.
"현 음악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자타공인 세계 최고 걸그룹"(기네스 월드레코드)
"2022 올해의 엔터테이너"(미국 타임지)
"오늘날 음악산업을 변화시키는 여성 15인"(미국 피플지)
"이 시대의 최고의 슈퍼스타"(미국 그래미)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K팝 걸밴드"(영국 보그)
팀의 대성공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팀이 바로 블랙핑크다. 멤버 4명의 영향력은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솔로앨범 성적도 역대 레벨.) 지수(디올 까르띠에) 제니(샤넬 헤라) 로제(생로랑 티파니앤코) 리사(루이비통 불가리 셀린느)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멀티 앰버서더로서 활약해왔으며, 영국 유력 패션매체 '더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2022년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0인 중 하나로 블랙핑크를 꼽았다. 그리고 2024년 한국갤럽 '21세기 가장 사랑받은 걸그룹' 설문에서도 대선배 소녀시대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 쏟아진 러브콜, 쉽지 않았던 순간들

'서비스타임 7년'은 K팝 아이돌 신에선 생각만큼 길지 않은 시간이다. 데뷔 이후 적응기와 소포모어 징크스 등을 거치며, (언제 터질지도 모를) 스타덤에 오를 때쯤이면 계약 만료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 다음 앨범을 준비하며 밀려오는 부담감과 압박, 그리고 팬덤의 무한한 지지 등을 바라보면서 온갖 복잡미묘한 생각들로 가득찬다. 이 시점에 열애 이슈나 사고라도 터지면 겨우 내 붙잡고 있던 긴장감을 억지로 머금은 채 쌓아 올린 탑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 한때 잘 나갔다가 고꾸라진 팀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려볼 수 있겠다. 결국 진정한 꽃길을 걸었던, 찬란했던 순간이 7년 중 얼마나 됐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러한 부정적인 이슈들을 잘 숨겨오며(?) 오피셜하게 찬란하게 빛났던 블랙핑크도 '마의 7년'을 아주 스무스하게 지나왔다고만 볼순 없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당시 주변 예측은, 블랙핑크가 2022년 월드투어 이후 사실상 기약 없는 공백기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었다.(사실 'PINK VENOM' 때도 앨범 발매가 확정되기 전까진 기약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블랙핑크의 업계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YG와의 불편한 듯한 동행도 숨겨지지 않았을 거란 해석이었다. 결국 제니와 지수의 (가족이 합류한) 1인 기획사 설립은 기정사실이 됐고, 리사와 로제 역시 해외를 기반으로 한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팀 재계약을 맺고 난 이후, 2024년과 2025년 네 멤버들의 행보를 보면 일단 물리적으로 팀 활동을 하기가 버겁게 느껴진다. 각자의 활동 영역과 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로서 일정을 소화하느라 비행기 타고 이동하며 화려한 옷을 치장하고 패션위크며 갈라며 셀럽 존재감을 뽐내는 와중에 유튜브 브이로그를 찍고 포장하는 데만 몇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각자의 음악(또는 연기) 활동까지 솔로로 준비하려면 규모가 만만치 않다. 결국 스케줄 우선순위 문제다. 무엇을 먼저 넣고 빼놓느냐, 또 멤버들이 어디에 가장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계획이 크게 달라진다. '팀 블랙핑크'는 멤버들은 당연히 영원할 거라 말하고는 있지만 실제론 언행이 어긋나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긴장감이 YG와 (혹시 넷 사이에서도?) 흐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의 블랙핑크의 행보를 보면 언뜻 빅뱅의 마지막 팀 활동 당시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승리의 퇴출 이후 역시나 기약 없이 공백기를 가져갔던 4명이 YG와의 합의 접점을 겨우 찾고 '봄여름가을겨울'로 마지막 불꽃을 피웠고 더 이상 팀 활동을 하지 않는 그림이다. 이후 지드래곤 태양 대성, 그리고 팀을 떠난 탑까지 모두 각자의 길을 걷고 있고, 안타깝게도 '팀 빅뱅'은 서서히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다만 20주년 빅뱅 컴백 예고는 일단 말해놨다.)



블랙핑크는 지난 7월 11일 발표한 신곡 '뛰어'(JUMP)로 다시금 건재함을 과시했다. 과감한 장르적 도전이 물씬 풍겨졌던 이 노래에서 '마지막 불꽃'이라는 건 아직까진 느껴지지 않는다. 블랙핑크는 내년 1월까지 다시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 총 16개 도시로 향한다. 여기에 YG 수장 양현석도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11월에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직접 언급했다.(의견 피력이라는 점에서 다시금 약간의 물음표가 더해지긴 한다.)
최근의 K팝 업계의 훈풍도 일단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5만원대를 왔다갔다했던 YG의 주가는 어느새 10만원에 근접했고, 증권가 역시 YG의 2분기 흑자 전환에 이은 하반기 소속 아티스트들의 확대될 활동 반경에 주목하고 있다. 블랙핑크 다음 주자로 등장한 베이비몬스터는 10월 컴백을 통해 실력에 비해 다소 미미했던 팀의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일본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데뷔 5주년의 트레저 역시 이제는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YG에 대한 이러한 3,4분기 증권가 예상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땐 또 다시 다가올 것만 같은 블랙핑크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대한 대비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크게 프로젝트를 짜오며 오랜 기간 준비하고 오랜 기간 아웃풋을 내놓았던 블랙핑크의 이번 월드투어가 마지막 불꽃이 될지 아닐지는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역시나 YG 입장에서도 멤버들 입장에서도 이 그림 이후 다음 그림을 그리려면 모두를 위한 더 큰 고심을 해야 할듯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YG는 넥스트 블랙핑크를, 블랙핑크는 내년 월드투어 이후를 일찌감치 그려나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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