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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 표절, 뉴진스 빼가기..같은 쟁점 다른 결론 3가지[윤상근의 맥락]

  • 윤상근 기자
  • 2026-02-17


판사의 재량이 들어간 걸까. 아니면 그저 법리 해석의 차이인 것일까. 같은 쟁점을 두고 미묘하게 다른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 남인수, 이하 민사합의31부)는 12일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희진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판결선고기일을 열고 "하이브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하이브가 부담한다. 또한 민희진의 풋옵션 행사는 정당하며 하이브는 255억원 상당의 금액을 지급하라"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 정회일, 이하 민사합의41부)는 2025년 10월 30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 판결선고기일을 열고 어도어의 손을 들어주며 "전속계약이 유효하다고 확인된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고 밝혔다.

두 소송은 각각 민희진 전 대표와 하이브, 뉴진스와 어도어 간 다툼이고 전속계약 유효 확인과 주주간 계약 해지로 소송의 쟁점도 다르다. 하지만 2024년 4월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으로부터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의 긴급 기자회견, 그리고 민희진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직 사임을 비롯해 아일릿 표절 이슈, 뉴진스 빼가기 논란 등 일련의 많은 사건과 쟁점들을 근거로 다퉜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았고 장시간 동안 발표했던 선고를 통해 같은 쟁점을 두고 미묘하게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아일릿 표절? "증거 없다" vs "문제 제기 정당하다"




먼저 민사합의41부는 아일릿의 표절 주장에 대해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고는 봤지만 표절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복제했다고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라고 전했다. 또한 "여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는 퍼블리시티권이나 지식재산권으로 보기 어렵고, 어도어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사합의31부는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릿 데뷔 전 한 명이 탈퇴해 5인조가 됐고, 메인보컬을 부각시키지 않으며 포지션의 경계를 모호하게 가져가는 등의 형태가 뉴진스와 유사하다고 기재돼 있다"라며 "뉴진스 부모들이 탄원서를 통해 카피 문제를 제기했는데 설령 민희진이 뉴진스 부모들을 설득해 탄원서를 제출했을지라도 탄원서 자체는 부모가 작성했기에 이들의 주장은 유사성에 대한 의견으로서 사실 전제에 대한 착오라는 부분이 인정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아일릿 데뷔 티저가 공개됐을 때 빌리프랩 대표가 유사성 이슈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빌리프랩이나 하이브가 어도어와 이 이슈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거나 양해를 구한 것으로 볼만한 자료는 없어 보인다. 뉴진스 동생그룹으로 아일릿이 소개되는 것에 동의한 적 없다는 취지로 카피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빌리프랩이 '비슷하지 않다'는 반박에 대해 더 많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 논란도 완전히 사그러들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콘셉트의 고착성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도 민희진이 제기하는 카피 논란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해소돼야 할 문제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제 증거가 없다"라는 판시와 "비슷하지 않다는 반박에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라는 판시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뉴진스 빼가기? "감사 착수 사유 충분" vs "박지원 조치 없었다"





민사합의41부는 판결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민희진 해임 과정의 정당성'에 대해 "해당 사안은 부당한 감사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렵다"라고 명시하고 민희진과 이상우 전 어도어 부사장의 카톡 대화를 증거로 직접 인용했다.

이 중 "쟤네(하이브)를 힘들게 하고 우리는 자유를 얻는 것"이라는 멘트와 "계획 변경, 시점 당긴다. 여기선 언론 얘기는 안 한다. 우린 여론전 소송할 거다. 답 오는 거 보고 터뜨림"이라는 언급을 근거로 재판부는 "민희진이 뉴진스를 포함한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여론전과 소송 준비를 진행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투자자 접촉 및 멤버 부모들을 내세운 여론 형성 행위도 있었다. 이는 어도어의 감사 착수 사유로 충분하다.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며 어도어의 감사 착수는 이 같은 계획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민희진의 '뉴진스 빼가기' 시도가 어도어의 전속계약 의무 불이행으로부터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민사합의31부도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 지배할 방법을 모색한 점이 인정된다. 주주간 계약의 협상 결렬을 예상하고 동의를 얻으며 어도어 이탈을 구상한 걸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사실만으로 중대한 주주간 계약 위반이라 볼수는 없다고 봤고, "민희진 이탈은 중대한 사유이지만 빈 껍데기가 될지 아닐지는 제출된 내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빈 껍데기가 된다는 가정 하에 제대로 보상 안하면 풋옵션 행사하고 나가서 남자 뉴진스 만들겠다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되면 풋옵션을 행사하고 나가면 빈 껍데기가 된다며 어도어 지분을 저가 매수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모든 방안은 하이브의 동의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하이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런 방안은 아무런 효력이 발생할 수 없게 된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박지원 당시 하이브 대표가 민희진이 외부투자자를 만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음에도 이후 뉴진스 부모들로부터 항의 이메일을 받을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만약 외부 사모펀드를 동원해 상장을 시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이 주주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봤다면 이에 대한 조치가 있었을 거라고 보이는데, 중대한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여지도 있을 거라고 보인다"라고 전했다.

'민희진의 뉴진스 빼가기'라는 쟁점을 놓고 봤을 때 "(빼가기 위해) 여론전과 소송 준비가 있었다"라는 판시와 "'빈 껍데기' 발언만으로 빼가려고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판시가 역시 대치된다.




◆ 여론전 누가 먼저? "하이브 부당 여론 만들기 계획" vs "감사권 발동으로 갈등 표출"



앞서 '뉴진스 빼가기' 이슈와 같은 맥락으로 민사합의41부는 민희진 해임 과정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민희진이 뉴진스를 포함한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여론전과 소송 준비를 진행했으며 투자자 접촉 및 멤버 부모들을 내세운 여론 형성 행위도 있었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민사합의31부는 "민희진 기자회견과 그 이후의 공식입장 발표는 모두 양측의 반론권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된다"라며 "카피 및 밀어내기 의혹 제기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주주간 이해충돌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내부 이메일로 문제제기 이후 감사권 발동으로 갈등이 표출됐다"라고 전했다.

즉, "민희진이 여론전과 소송 준비를 계획했다"라는 판시와 "내부 이메일 문제제기 이후 감사권 발동으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라는 판시가 대치된다.
윤상근 기자 |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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