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가 5월 1일 대망의 20주년을 맞이했다. 2006년 첫 방송부터 마이크를 잡은 DJ 김태균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동안 청취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컬투쇼'의 역사를 써 내려왔다. 최근 20주년을 앞두고 서울 양천구 SBS홀에 위치한 '컬투쇼' 라디오 부스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태균은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할 거란 생각을 못 했다"며 얼떨떨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2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감정이 들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꿈이었던 DJ를 20년 동안 했다는 건 그날이 돼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컬투쇼'는 '인생 그 자체'다. "라디오는 내 삶과 닮아 있다"며 "인생은 생방송이고, 나는 그 안에서 DJ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내게 '컬투쇼'는 아들과 함께 커온 존재이자, 아들 같은 느낌"이라는 말에는 20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0주년을 맞아 '컬투쇼'는 대규모 축제를 준비했다. 김태균은 "5월 1일 당일뿐만 아니라 그 주 월요일부터 5일 내내 특집 포스터를 걸고 '보는 라디오'로 축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슬로건은 그가 평소 자주 쓰는 말에서 따온 '20살 나이스'. "내가 직접 스페셜 DJ, 게스트들을 다 섭외했다"며 특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7일 배우 차승원을 시작으로 특집 주간의 문이 열렸다. 28일에는 뮤지가 스페셜 DJ를 맡은 가운데 가수 김조한, 이소라가 출연했고, 29일에는 '컬투쇼'의 단골 스페셜 DJ인 배우 박보영이 이광수, 김성훈 감독과 함께했다. 30일에는 가수 이적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김태균은 "이적은 자칭 '컬투쇼 산증인'이라며 본인이 직접 20년의 역사를 얘기해주고 싶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이라이트는 5월 1일이다. god 박준형, 김보성, 브라이언 등 역대 출연진 약 20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김태균은 "20명 넘는 인원이 어디에 다 앉을지 모를 정도로 북적북적한 생일 파티 같은 분위기가 될 거다. 20주년 특집은 저 혼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지난 20년을 함께해준 모든 분을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20년치 기억이 쌓여 있다. 김태균이 가장 먼저 꺼낸 건 청취자들의 사연이었다. 그는 "택시를 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러 가던 분이 있었다. 그런데 택시에서 기사님이 틀어놓은 '컬투쇼'를 듣다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서 '내가 지금 웃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마음을 바꿨다는 사연을 보내왔다"며 "그분이 이후 다시 삶을 이어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사연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태균은 "한 남성이 이혼 후 7년이 지나 전 아내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는 사연을 보내왔다"며 "평소라면 소개하지 않았을 사연인데 그날따라 읽게 됐고, 실제로 두 사람이 재결합해 함께 방청을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 사연에 근처 청취자가 직접 달려가거나, 도난 차량을 찾거나, 희귀 혈액을 구한 일도 있었다. 그는 "전국 어디서든 동시에 듣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라디오가 단순한 방송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 연결의 무게는 자연스레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공황장애나 우울증으로 힘들었는데 방송을 듣고 좋아졌다고 직접 찾아와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었다"는 김태균은 "그럴 때마다 이 시간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컬투쇼'가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며 "그래서 매일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20년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오후 2시부터 4시, 하루 한가운데를 채우는 방송은 그만큼의 포기를 요구했다. 김태균은 "라디오를 하면서 포기한 것들이 분명히 있다"며 "장시간 촬영하는 프로그램이나 해외 일정을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특히 여행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20년 동안 1년에 길어야 4박 5일 정도였다"며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나지 못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라고도 했다.버틸 수 있었던 건 생각의 전환이었다. 김태균은 "처음에는 '왜 나만 계속 이 자리에 있어야 하나'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기가 여행지다'라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청객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오는 걸 보면 내가 지쳐 있을 수 없었다"며 "나도 이 시간을 즐기지 않으면 오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명감 아닌 사명감을 가지고, 늘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방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힘든 시간은 따로 있었다. 2014년 어머니를 떠나보낼 때였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4남매를 키워낸 어머니가 투병 중에도 매일 '컬투쇼'를 들었다고 했다. 병상의 어머니를 두고도 오후 2시면 마이크 앞에 서야 했던 그는 "방송 끝날 때마다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했던 시간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태균은 "그 시기가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방송을 이어가면서 스스로도 성장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 단단함이 지금의 여유로 남았다. 김태균은 "예전에는 잘하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그냥 편하게 한다"며 "억지로 웃기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즐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담을 갖고 하면 재미가 없다"며 "편안한 상태에서 해야 듣는 사람도 편하게 느낀다"고 전했다.20년간 한자리를 지킨 '컬투쇼'는 이제 청취자들의 '한결같은 친구'가 됐다. 김태균은 "청취자들은 바쁘게 살다가 라디오를 떠날 수도 있지만,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있다"며 "언제든 돌아오면 반겨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친구가 얼마나 있겠냐"는 말이 긴 여운을 남겼다.
"힘들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순간이 오면, 그냥 와서 듣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며 "그 자리에 계속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전한 김태균. 그가 이끄는 '컬투쇼'의 20년은 그렇게 다음 20년을 향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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