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오정세가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연출 차영훈, 극본 박해영, 이하 '모자무싸')에선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속사포처럼 열등감을 쏟아냈지만, 실제 '인간 오정세'는 반대로 시기질투가 없으며 감정 기복이 없는 편이라 했다.
'동백꽃 필 무렵', '폭싹 속았수다' 등 여러 필모그래피에서 '불안형' 캐릭터를 능란하게 보여줬던 그가 알고 보니 요즘 많은 이들의 추구미인 '안정형'이었던 거다. INFP인의 부끄러움과 다소의 낯가림, 다정함이 기본 장착된 오정세에게서 '모자무싸' 속 박경세 감독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면 그가 얼마만큼 연기파인지 새삼 와닿는다.

오정세는 '모자무싸' 종영과 맞물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 속 발라드 가수 최성곤 역으로 또 달리 변신, 조신한 감성으로 부른 '니가 좋아'가 강한 중독성으로 대박이 터졌다. 또 그는 MBC 새 금토드라마 '오십프로'에서 겁 많고 짠내 나는 조폭 금강식 역으로 유쾌함을 거듭 주고 있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와 '동백꽃 필 무렵', '웰컴 투 삼달리'를 연출한 차영훈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오정세는 극 중 지독한 열등감을 가진 감독 박경세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박경세는 영화를 5편이나 만든 잘나가는 감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강력한 찌질함과 자격지심을 가진 불안형 인물. 황동만(구교환 분)과 '혐관 케미'를 보이면서, 아내 고혜진(강말금 분)의 앞에선 한껏 주눅 든 모습으로 유쾌함을 전했다. 이 외에 고윤정(변은아 역), 박해준(황진만 역), 배종옥(오정희 역), 한선화(장미란 역), 최원영(최동현 역) 등이 출연했다.

오정세에게 먼저 '모자무싸'에서 자신이 맡은 박경세 감독 역할처럼 스스로 무가치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스스로 크게 무가치하다고 생각해서 동굴에 들어간 적은 없다. 나란 인물과 경세가 닮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누구를 미워하거나 실패했을 때 되게 많이 힘들어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실제 '인간 오정세'는 자존감이 높은 편일까, 낮은 편일까. 오정세는 "업다운이 많이 없으려고 하고, 시기질투 하지 않으려 하고 잘 될 때와 안 됐을 때 기복이 없으려 한다. 내가 나를 볼 때는 부족한 점이 보이긴 한다"라고 말했다.
'안정형' 오정세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어떻게 극복하려고 할까. 그는 "제 자산 중에 하나가 '긍정적인 사고'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서 해결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열등감으로 가득 찬 박경세의 지질함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묻자 오정세는 "1차 목표는 대본대로 하자였다. 한 자 한 자 잘 구현하려고 했다. 촬영 10~20프로가 지났을 땐 아주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경세가 대사가 많다 보니 대본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경세가 자유로워 보이고 싶었다. 경세나 모든 인물이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동만이가 저에게 '축하한다'고 얘기했을 때 경세가 기분이 나빠하는 장면이 제일 지질해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이번 '모자무싸'까지 차영훈 감독과 작품을 할 때 특히 악랄하면서 지질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는 "저는 감독님을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동백꽃' 끝날 때쯤에 차영훈 감독님에게서 노규태를 봤다. 이번에도 이런 결의 인물을 만났는데 감독님에게서 그런 면을 발견했다. 현존하는 정세가 현장에 있어서 연기하기 든든했다. '동백꽃' 때 쫑파티를 할 때 다들 신나하는 분위기인데 감독님은 행복함과 벅참에 엄청 우셨다. 아기처럼 우시는데 되게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노규태 같았다"라고 자신의 역할 모델이 차영훈 감독이었다고 밝혔다.
박경세와 인물의 성격은 달랐을지언정, '영화인'으로서 느끼는 녹록치 않은 영화계의 환경적인 부분은 공감갔을 터. 오정세는 "영화를 만드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누가 돈 벌려고 영화 만드냐? 놀려고 만들지'란 대사가 속 시원했다"고 전했다.



'와일드 씽' 속 최성곤 역할의 화제성은 언론 공개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오정세는 '와일드 씽' 작품 참여 과정으로 "손재곤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다가 이번에 함께 했다. '와일드 씽'도 저는 수면 아래에서 발을 많이 저었다. 감독님께 많은 제안을 했다. 긴 머리도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거다. 멧돼지 사냥꾼으로 변신했을 때는 이 친구랑 대비됐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니가 좋아' 안무는 추임새 같은 게 좋겠다고 현장에서 얘기가 나왔다. 이런 반응을 생각하진 못했다. 현장에선 저와의 싸움이었다. 제가 노래를 잘하진 못하는데 현장에서 '니가 좋아'를 불러야 했고 표정도 최고가 돼야 했다. 그 신만 끝나면 수치스러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와일드 씽'이 잘 되면 최성곤으로서 노래를 보여줄 기회가 있을지 묻자 "생각도 해봤는데 집에서 해보니 잘 안 되더라. 홍보 차원에서 음악방송 출연 얘기도 나왔는데, 립싱크를 하면서 음악방송을 하는 게 누군가에겐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니가 좋아'는 1시간 연속재생 영상도 나왔더라"라고 답했다.
같은 연기도 오정세가 하면 유독 '신스틸러'가 되는 효과가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오정세는 "수면 아래에서 발을 막 젓는 것이 원동력이 돼서 어떤 작품에선 신스틸러가 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선 그냥 그렇게 나오기도 한다"라며 "관객들이 즐거워하면 좋겠단 생각으로 진정성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 최성곤 역을 위해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는데 '빨대 호흡법'을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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