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체를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폭로는 계속 된다.
무대 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환호 뒤에 가려진 K팝 시장의 씁쓸한 이면이 아티스트들의 입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수억 원의 빚, 0원에 수렴하는 정산금, 그리고 기획사 내부의 씁쓸한 방치까지. 찬란했던 영광 뒤에 숨겨진 가요계의 잔혹사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입을 연 사람은 2019년 돌연 해체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걸 그룹 프리스틴 출신 정은우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내부 경쟁에서 밀려나야 했던 뼈아픈 과거를 털어놨다.

정은우는 "중3 때부터 연습생을 시작해 '프로듀스101'을 거쳐 데뷔까지 했다. 굉장히 촉망받던 그룹이라 나도 기대를 많이 했다"면서도 "모든 전말을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회사에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들이 많았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서 점점 밀리게 되니까 우리한테까지 기회가 오지 않았다"며 허무하게 끝을 맺어야 했던 해체 비화를 고백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굉장히 값지고 좋은 경험이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열정 가득했던 과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중소 기획사의 기적'으로 불리며 음악방송 1위까지 거머쥐었던 걸 그룹 모모랜드 혜빈은 데뷔와 동시에 빚더미에 앉는 아이돌 정산 시스템의 민낯을 까발렸다.

혜빈은 지난 4일 개인 유튜브 채널 '묘혜빈'에 '아이돌이 돈을 못 버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이날 혜빈은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 기획사에서는 연습생 때 사용한 레슨비, 식비, 숙소비 등이 데뷔 후 싹 다 청구된다. 후불인 셈이라 몇 억은 빚을 지고 데뷔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데뷔 후 성공해도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혜빈은 "기본적으로 아이돌은 회사와 모든 비용을 N빵 한다. 수천만 원의 곡비, 수억 원의 뮤직비디오 제작비 절반을 멤버들이 낸다. 재킷 촬영, 매니저 월급, 차 값, 기름값 등도 다 분담한다"며 "행사 단가가 5000만 원이라 해도 회사와 나누고, 멤버 수대로 나누고, 각종 진행비를 다 빼면 한 번 행사에 200만 원 정도가 떨어진다. 그마저도 다음 뮤직비디오에 투자되니,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전에 유턴을 해버린다"며 씁쓸한 현실을 토로했다.

선배 가수들 역시 과거 불합리했던 계약 구조와 정산 시스템의 피해자였음을 고백했다.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는 지난 5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그동안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비밀 창고를 파묘하는 콘텐츠를 게재했다.
이날 타블로는 과거 2003년 신생 기획사였던 울림엔터테인먼트와 맺었던 전속계약서를 꺼내 들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당시 계약서를 보며 "이 빌어먹을 계약서 때문에 우리가 음원을 한 푼도 못 받았다"며 "내가 '플라이(Fly)'를 만들었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고 메가 히트곡을 탄생시키고도 정산금이 0원이었던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수많은 히트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컬 그룹 씨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규리는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우리는 저작권료가 없다. 받아본 적이 없다"며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많이 들어주셔도 우리에게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었다. 당시엔 요즘 같은 음원 계약 구조 자체가 없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이돌 산업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아티스트들의 처우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터져 나온 이들의 작심 폭로가 단순한 과거사 들추기를 넘어 가요계의 불합리한 수익 구조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뼈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지 가요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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