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안치환이 소소한 행복을 노래하게 된 배경에는 가까운 지인의 상실과 뼈저린 투병 생활이 자리하고 있었다.
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안치환의 열다섯 번째 정규앨범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이날 안치환은 자신의 삶과 음악관을 바꿔놓은 두 가지 결정적 계기를 고백했다. 그 첫 번째는 다름 아닌 절친했던 동료 고(故) 김광석의 죽음이었다.
그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묻는 질문에 "나는 김광석과 2년 터울의 동생이다. 함께 공연도 많이 했고 누구보다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바쁘다는 이유로 그를 외롭게 내버려 둔 것을 너무 많이 후회했다"고 가슴 아픈 속내를 털어놨다.
또한 안치환은 "인기가 많아지면 축하해주는 마음도 있겠지만, 세상과의 거리가 생기고 결국 유명해진 사람은 외로워지기 마련이다. 그 외로움을 지켜줄 든든한 삶이나 가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훗날 내가 더 유명해졌을 때 나는 인기로 인해 얽히는 관계들을 냉정하고 단호하게 설정하며 거리를 뒀다"며 상실의 아픔이 남긴 흉터와 깨달음을 전했다.

두 번째 계기는 혹독했던 직장암 투병이었다. 안치환은 "스스로 잘못 살아온 결과일 수도 있지만, 투병을 거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먹고 입는 기본적인 것부터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는 그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 굉장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상실과 투병이라는 깊은 터널을 지나온 안치환은 비로소 일상의 소소함을 지킬 수 있는 단단함을 얻었다. 안치환은 "이러한 어려움들을 겪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면서 "앞으로는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두며 소소한 일상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치환은 "연예인은 세상에 근접해야 하지만, 아티스트는 세상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봐야만 아티스트로서 견딜 수 있다"며 40여년 음악 인생이 빚어낸 묵직한 통찰을 남겼다.
'시즈 더 데이'는 정규 14집 '인간계' 이후 약 11개월 만의 신보로 거대한 담론 대신 하루하루 쌓여가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현재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찬사를 담아냈다. 지난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얽매이기 보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지금 주어진 삶을 보다 더 가치있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도 그려냈다.
타이틀곡은 '나는 오늘만 산다'다.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트랙으로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열심히 헤쳐온 동세대인들에게, 더 나아가 동시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안치환의 마음을 녹여냈다.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18일, 19일에는 단독 콘서트 '가을을 노래하다'가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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