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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곁에서 깨달은 진정한 평화..안치환 "나는 오늘만 산다" [스타현장][종합]

  • 연남스페이스=이승훈 기자
  • 2026-09-08

가수 안치환이 내면의 묵직한 이야기와 식지 않는 음악적 열정을 안고 컴백했다.

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안치환의 열다섯 번째 정규앨범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이번 신보는 전작 14집 '인간계' 이후 1년 만에 초고속으로 발매됐다. 안치환은 "작년 비슷한 시기에 14집을 내고 돌아왔으니 빠른 편이다. 지금 발표하는 곡들은 모두 미리 작업해 둔 것들"이라며 "늘 이 노래를 빨리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좋게 말하면 부지런한 것이고 때로는 다작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내 노래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다"고 창작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새 앨범의 탄생 배경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며 "14집 수록곡들은 아무래도 내란의 시기를 겪으며 만든 터라 시대성이 짙고 메시지가 강했다면, 지금의 노래들은 그런 시기 속에서도 내면적인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짚었다.


거대한 시대의 담론 대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좇게 된 데에는 가까운 지인의 상실과 뼈저린 투병 생활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절친했던 동료 고(故) 김광석을 회상하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바쁘다는 이유로 그를 외롭게 내버려 둔 것을 너무 많이 후회했다"고 가슴 아픈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유명해진 사람은 외로워지기 마련이다. 훗날 내가 더 유명해졌을 때 인기로 인해 얽히는 관계들을 단호하고 냉정하게 설정하며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혹독했던 직장암 투병 역시 그를 크게 변화시켰다. 안치환은 "투병을 거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나를 옭아매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겪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상실과 투병을 겪으며 그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일상을 지켜나가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안치환은 "엔터테이너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각자가 선택하는 삶이고, 나는 이 길을 선택했을 뿐이다. 성향상 TV에 나와 노래하면 몸이 굳고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세상에 연예인만큼 나르시시스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쁘게 얘기하면 관종이고 좋게 얘기하면 나르시시스트다. 하지만 그걸 능가하는 인물, 즉 '정직한 나르시시스트'가 바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며 묵직한 소신을 피력했다.

또한 "연예인은 세상에 근접해야 하지만, 아티스트는 세상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봐야만 아티스트로서 견딜 수 있다"고 전했다.


정직한 아티스트로서 그가 마주한 현재는 '평화'와 '위로'다. 지난해 "내란이 종식되는 날 행복하게 노래 부르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안치환은 "국가 폭력과 같은 야만적인 방해물이 없는 세상에서 시민들이 열심히 살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이 곧 삶의 평화"라며 "내란의 주범들은 감옥에 가 있고 사람들은 잊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시대가 워낙 노골적이기에 우리는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뼈있는 일침을 가했다.

시대의 아픔을 짚어낸 그는 이제 팍팍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든든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안치환은 "어두운 시기들을 지나왔으니, 이제는 일상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치얼 업 해주고 으쌰으쌰 기운을 줄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다는 걸 감각적으로 느낀다"며 "지난번 내란이 종식되는 날 신나게 놀아보자고 했었는데, 그 시기가 빨리 온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당장 다음 주에 열릴 콘서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공연하려 한다"고 덧붙이며 환하게 웃었다.


'시즈 더 데이'는 정규 14집 '인간계' 이후 약 11개월 만의 신보로 거대한 담론 대신 하루하루 쌓여가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현재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찬사를 담아냈다.

또한 안치환은 지난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얽매이기 보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지금 주어진 삶을 보다 더 가치있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그려냈다.

타이틀곡은 '나는 오늘만 산다'다.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트랙으로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열심히 헤쳐온 동세대인들에게, 더 나아가 동시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안치환의 마음을 녹여냈다.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18일, 19일에는 단독 콘서트 '가을을 노래하다'가 개최한다.
연남스페이스=이승훈 기자 |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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