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멤버 로제의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은 그 자체로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나 K팝 여성 솔로 가수로 빌보드 핫100 차트의 장벽을 홀로 뚫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쾌거라고 할만 하다.

빌보드 핫100 차트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 온 디멘드 음원 다운로드 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이 합산돼 순위에 반영되는, 가장 공신력 있는 음악 차트. 빌보드 200 차트가 온전히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삼는데 CD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서 발매되는 추세에 맞게 빌보드 핫100 차트는 스트리밍 1500회, 다운로드 10회를 각각 음반 1장 판매로 수치화해 집계하고 있다. 빌보드는 여기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 200여 지역에서 수집된 스트리밍과 음원 판매량(다운로드)을 토대로 가장 인기있는 노래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를 최근 신설, 사실상의 '빌보드 주간 차트'의 기록도 쌓아가고 있다.

지난 12일 전 세계 발매된 로제의 데뷔 첫 솔로 앨범 'R' 타이틀 곡 'On The Ground'는 2021년 3월 27일 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70위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더해 로제는 같은 일자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와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거머쥐었다. 한국 가수의 빌보드 글로벌 차트 동시 1위는 사상 최초다.

여기에 로제가 빌보드 핫100 차트에 자신의 이름으로 진입한 것 역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간 빌보드 핫100 차트는 한국 가수 또는 K팝 가수들의 차트인 진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원더걸스가 2009년 'Nobody'로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에 성공했지만 이마저도 원더걸스가 미국으로 향하며 엄청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겨우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소위 '입소문'이 아닌 자체 홍보만으로는 결코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싸이 '강남스타일'이 이를 보란듯이 증명했다.

심지어 특히 여성 솔로 가수의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원더걸스 이후 국내 걸그룹 경쟁에 함께 했었던 2NE1 멤버 CL이 팀이 아닌 솔로로 발매했던 영어 곡 'Lifted'로 2015년 빌보드 핫100 차트 94위에 오르며 현지에서의 남다른 존재감을 입증한 것이 눈에 띄는 성과였다. 이후 미국 팝 록 장르 그룹 DNCE 멤버였던 이진주가 DNCE 데뷔 싱글 'Cake By The Ocean'로 9위, 'Toothbrush'로 44위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 기록이 한국 여성 가수(는 물론 싸이 다음 솔로 가수 최고 기록) 빌보드 핫100 차트 최고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DNCE는 조나스 브라더스 멤버 조 조나스가 결성한 밴드인데 이진주는 이 팀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했다.

그러다 점차 방탄소년단의 해외 성과가 두드러지며 빌보드 핫100 차트의 주요 기록을 방탄소년단이 가져간 가운데 블랙핑크 역시 본격 미국 시장 진출과 함께 빌보드 핫100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블랙핑크는 2018년 '뚜두뚜두' 55위, 두아 리파와 함께 부른 'Kiss and Make Up' 93위에 이어 2019년 'KILL THIS LOVE' 41위, 2020년 레이디 가가와 함께 부른 'Sour Candy' 33위,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부른 'Ice Cream' 13위, 'Lovesick Girls' 59위 등을 기록하며 발매하는 앨범마다 곧장 빌보드 핫100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로제의 이번 차트 진입도 블랙핑크의 이 행보에 연장선 상에 놓여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로제는 한국 여성 솔로 가수로는 약 5년 만에 빌보드 핫100 차트 진입에 성공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