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얼굴'에 이어 또 한 번 저예산 영화 제작에 나섰다.18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실낙원'(감독 연상호)의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 공식 초청됐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전작 '얼굴'과 '실낙원'의 연결고리로 '저예산 제작'을 꼽았다.
그는 "'실낙원'은 14회차 촬영했다"며 "'얼굴'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투자를 받으면 책무감이 생긴다. 그런데 '얼굴'은 직접 투자를 하다 보니 마음이 편하더라. '내 마음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생겼고, 그게 중독돼 '실낙원'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들, 스태프들과 마음 편하게 작업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실낙원'의 기획 과정도 공개했다. 연상호 감독은 어머니가 직접 쓴 이야기가 작품의 원안이 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그는 "전에 '군체' 때도 말씀드렸지만 어머니가 저를 유독 많이 아끼신다. 오냐오냐 키우셨다"며 "어느 날 '군체' 개봉 당시 메이킹 예고편을 보시고는 '네가 그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면서 전화를 해 우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명절에 본가에 갔더니 어머니가 '이야기를 어떻게 쓰니'라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다 쓸 수 있어'라고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다음 명절에 가보니 어머니가 세 페이지 정도 되는 이야기를 직접 써놓으셨더라. 그게 '실낙원'의 원안이었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그래서 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샀다. '이걸 영화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세 가지 버전으로 영화를 썼는데 '실낙원'이 마지막 버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밌는 건 아내가 영화를 본 뒤 자기 이야기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더라"며 "그 이야기 때문에 또 쓰고 있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아내 이야기는 더 어렵더라"고 웃었다.
'실낙원'은 AI로 재현된 아들과 9년 만에 돌아온 실제 아들 사이에서 무너져 가는 엄마의 심리를 따라간다. 돌아온 아들의 낯선 모습에 흔들리는 엄마 류소영 역은 김현주가 맡았다.연상호 감독은 "단순한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 묘한 느낌과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현주 배우님과는 작업을 많이 해봤고, 어떻게 연기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으로 대본을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을 다녀온 뒤 읽어보겠다고 하더라. 두세 시간 뒤에 '해볼 만하다'고 연락이 와서 함께하게 됐다"며 "보안 문서 같은 것도 없었다. 정말 동아리 활동처럼 제작된 영화"라고 웃었다.
9년 만에 돌아온 낯선 아들 선우 역의 배현성에 대해서는 "여기서부터는 동아리 활동에서 조금 벗어났다. 이 정도 미남 배우를 캐스팅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옥' 시즌2에 한 회차 출연했는데, 그때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우리 딸이 배현성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조립식 가족'의 팬이다. 대본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영화는 김현주 배우가 30년 동안 쌓아온 '김현주표 연기'의 진가를 보여주고, 배현성 배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현주는 "제가 경력에 비해서 연기하는 기술은 약한 편이다. 감정에 매달리는 편이라 대본도 한 번 읽을 때 각을 잡고 읽어야 한다. 처음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이 거의 다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연기 방식을 밝혔다.이어 "마음을 다잡고 읽으려고 했다. 연기의 결이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여러 작품을 함께한 연상호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김현주는 "감독님이 큰 대화를 하거나 요구 사항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저를 믿어주시는 신뢰의 눈빛이 강하다"며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그런 김현주의 연기를 "김현주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 초사이언 같다. 그런 느낌이 있다"며 "F1 운전사 같다. 밟으면 바로 시속 200km까지 올라간다"고 표현했다.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폭발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김현주의 집중력을 강조한 것이다.
'실낙원'으로 첫 영화에 도전한 배현성은 기존에 보여준 모습과 다른 얼굴을 예고했다.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배현성은 "어떤 작품이든 촬영할 때마다 부담감은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부담감이 심했다. 제가 보여드렸던 연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첫 주연작이다 보니까 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잘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선배님, 감독님과 얘기도 나누고, 조언도 들으면서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긴장감을 떨쳐내고, 제 연기에 잘 보여드리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배현성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본을 읽으면서 몰입도 되고 재미있었다. 이 역할을 통해 지금까지 제가 보여드린 연기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김현주 역시 배현성의 변신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 얼굴의 느낌이 맞을까?' 싶었는데 막상 현장에 나타났을 때는 너무 달라져 있었다. 연기할 때 시너지를 내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는 정말 순둥한데 갑자기 눈을 마주치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별안간 선우의 눈빛이 나타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는 못 보겠더라"며 "평소에는 귀엽고 순둥한데 촬영에 들어가 선우가 되면 눈빛이 달라지고 서늘한 공기를 만든다. 굉장히 놀라웠다"고 극찬했다.
특히 김현주는 "배우에게는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현성 씨의 눈을 들여다보면 깊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배우"라고 덧붙였다.
배현성 역시 김현주와의 호흡이 연기에 큰 힘이 됐다고 화답했다. 그는 "눈을 마주보면서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선배님의 눈을 보면 감정이 저절로 올라와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편하게 계시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정말 초사이언처럼 연기하신다. 그 에너지를 많이 받으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저예산 영화 '얼굴'(107만)에 이어 올해 '군체'(595만), '실낙원'까지 선보이는 연상호 감독은 "상업 영화 스트레스를 시리즈로 해소하고, 그 스트레스를 또 저예산 영화로 해소한다. 멈추면 큰일나고, 계속 돌려야 한다. 일 스트레스를 일로 푼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낙원'은 10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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