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호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영화 '암살자(들)'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꺼내들며 1974년 한복판으로 들어갔다.'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이민호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사건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패기 넘치는 신입 기자 '영일' 역으로 분한다.
이민호에게 '암살자(들)' 촬영 현장은 특별한 분위기로 기억됐다. 그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감독님과 선배님들까지 이번 영화 현장이 마치 도서관 같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큰 소리가 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 컷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 조용히 도란도란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현장이었다"며 "그게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했다. 그런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현장"이라고 돌아봤다.
1974년을 살아가는 인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역시 이민호에게는 중요한 과제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이민호에 대해 "다 내려놓고 연기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저는 인생을 늘 내려놓고 사는 편인데, 저를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아마 상상하지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이번 현장에서는 저조차도 그 시대 인물 속에 잘 묻힐 수 있을지가 숙제였다"며 "그걸 염두에 두고 연기했지만, 현장에서 특별히 애써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있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많이 내려놓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해진, 박해일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두 선배님 사이에서 제가 잘 묻어가야 한다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촬영을 하고 모니터를 해보니 '마음 놓고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선배님들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면서 저 역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는 "커피차가 많이 왔는데 선배님들이 커피 드실 때 굉장히 좋아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당초 '영일'은 지금보다 비중이 크지 않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민호 역시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수정이 된 대본이었지만, 기존에 제가 해왔던 역할들에 비해 분량이 적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량 자체가 작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은 아니었다. 그는 "그 안에서 인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 방식도 전했다. 이민호는 "감독님이 말씀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며 "나 역시 완벽하지 않고,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던 지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촬영 초반 두 번째 촬영까지는 감독님이 명확하게 원하시는 요구 사항이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온전히 저에게 맡겨주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이민호는 지난해 7월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106만 명) 이후 약 1년 만에 '암살자(들)'로 스크린에 컴백하게 됐다.
그는 이날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민호는 "사실 큰 기획 안에서는 유중혁과 김독자가 만나면서 독자가 유중혁화되고, 유중혁이 독자화되는 지점까지 표현하고 싶었다"며 "두 번째 이야기부터 관계가 더 깊어지고 얽히고설키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기까지 표현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전지적 독자 시점'은 한국을 대표하는 IP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소생이 가능하다면 저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이민호의 필모그래피에는 분명한 변화가 엿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왔던 그는 최근 '파친코', '전지적 독자 시점', '암살자(들)' 등 한 인물보다 이야기 전체와 여러 캐릭터의 관계에 무게가 실린 작품을 연이어 선택하고 있다.이민호는 "한 5년 동안은 '로코는 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으로 있었던 것 같다"며 "한 인물이 부각되는 작품보다는 이야기가 우선시되고, 여러 배우에게 포커스가 돌아가는 작품을 위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로맨스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나이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호는 "허진호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한 작품을 하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멜로라고 하시더라. 결국 사랑은 마지막까지 가져가야 하는 이야기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그 역시 사랑이라는 소재에는 여전히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이민호는 "이제는 20대 때처럼 첫눈에 반하고 불꽃같이 사랑하는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른 종류의 사랑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청춘을 대변하는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지금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로맨스, 지금의 제 정서를 담을 수 있는 로코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20대 때 했던 로코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저에게도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사랑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크고,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류스타'인 이민호는 "당시 작품 속 인물들이 서툴고 순수한 사랑을 많이 표현했던 것 같다. 그런 감정과 경험은 문화나 언어를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그 시대에 그런 작품들을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시에는 '왜 자꾸 로맨스물만 하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작품을 많이 남겨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