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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도취 금물" 이도현, 믿고 보는 '성장형 배우' [★FULL인터뷰]

  • 윤성열 기자
  • 2022-03-20
이도현(27·임동현)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오묘하게 공존하는 배우다. 베일 듯 날렵한 턱선과 오뚝한 콧날에 중저음의 보이스가 묘하게 섞이니 더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매 작품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해온 그는 202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2020년 첫 주연을 맡은 JTBC 드라마 '18 어게인'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눈도장을 찍더니 이듬해 KBS 2TV 드라마 '오월의 청춘'과 tvN 드라마 '멜랑꼴리아'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며 각종 시상식 트로피를 휩쓸었다.

특히 그는 '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21 Asia Artist Awards, 이하 2021 AAA)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며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최근 몇 년 간 가장 주목받은 20대 남자 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이도현이 스타뉴스를 찾았다. 그는 차가운 첫인상과 달리 진솔하고 편안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작년에 상을 정말 많이 받았더라고요.

▶이렇게 상을 많이 받아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솔직히 초, 중, 고등학교 때도 1년에 한 번 받지 않나요? 하하. 말도 안 되는 한 해가 됐죠.

-트로피들은 어디에 뒀나요?

▶상을 받으면 다 본집 부모님 댁에 드려요. 부모님이 진열장에 두시더라고요. 거기가 제 자랑하는 장소인가 봐요. 대학 합격 통지서부터 시작해서 나름 자랑할 만한 것들을 두셨어요. 저는 오글거리긴 한데, 부모님은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연기로 탄 상이니까, 스스로도 자랑스럽지 않아요?

▶제가 순간 자아도취해버리면 한순간에 기고만장해버리는 성격이라서요. 고3 입시 때 크게 느꼈어요. 재수를 하면서 제 성격이 많이 변했죠. 그때부터는 최대한 겸손하고, 남을 인정하고, 오히려 남의 칭찬할 부분을 보면서 살려고 해요. 상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 하루 동안만 취해서 살고, 그 뒤로는 다시 초심을 되찾으려고 해요.

-고3 때 너무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아, 고3 때 선생님께서 저에게 '학교 좋은 데 다 써', '넌 다 갈 수 있어' 해 주셨거든요. 저도 자신만만해져서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험을 봤는데 한 군데도 못 붙고 다 떨어졌어요. 그러고 나서 정시를 봤는데 유일하게 세종대에서 예비 번호를 받았죠. 결국 떨어져서 재수를 했어요. 생각해 보면 당시엔 하늘이랑 어깨가 동급에 있었던 거 같아요. 하하. 자아도취가 심각했죠.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고 날뛰었던 거 같아요.

-AAA 때 많이 떠는 것 같더라고요. 어땠어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신기했어요. 대단하신 스타분들이 무대 위에서 멋있고 예쁘게 퍼포먼스를 하면서 노래를 하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저도 혼자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눈앞에서 그분들의 모습을 보니까 나는 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제가 하는 일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분들 앞에서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하려니까 너무 떨렸어요. 제가 동경하는 분들이 눈앞에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이도현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성장형 배우'다. 2017년 데뷔한 그는 꼼꼼한 캐릭터 해석과 한층 깊어진 연기로 어느새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오월의 청춘'에선 의대생 황희태 역을 맡아 멜로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고, 사제 로맨스를 소재로 다룬 '멜랑꼴리아'에선 수학천재 백승유 역으로 분해 16세 연상의 임수정과 이질감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작년에 '오월의 청춘', '멜랑꼴리아' 두 작품을 했어요. 각각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항상 책임감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 편인데 '오월의 청춘'은 유독 그랬어요. 아무래도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보니까요. 그 당시에 살아있던 한 인물을 연기하는 거니까 그 인물의 색깔과 삶을 최대한 잘 표현하지 않으면 그때 계셨던 분들에 대한 피해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이 항상 들었어요. 작품 끝나고 후회도 되고 아쉽기도 했는데 좋게 봐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잊을 수 없는 작품이죠.

'멜랑꼴리아'는 수학을 다룬 드라마라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수학 공식도 계속 쓰다 보니까 외워지긴 하더라고요. 계속 하다 보면 머릿속에 들어오고 몸이 기억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수학자의 삶도 궁금해져서 자문 선생님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왜 수학을 하게 됐는지, 정말로 수학자의 눈으로 보면 그런 수식과 기호들이 보이는지, 그런데 실제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되게 신기했어요.

-'멜랑꼴리아'의 백승유는 어떻게 연기했나요?

▶승유는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눴어요. 학창 시절과 성인이 되고 나서 지윤수 선생님을 찾은 후로 나눴죠.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준비했어요. 전반전에는 거의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처음으로 사랑이 싹터서 그 순간에만 조금씩 웃음이 새어나는 정도였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인생을 경험하고 조금 유들유들 해진 모습이었고요. 그래서 통일성을 찾는 게 좀 힘들긴 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선 성인이 된 승유에서 과거의 모습이 투영되지 않으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나와서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 중심을 잡으려고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촬영했어요.

-결과적으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시청률이 안 좋았을 땐 많이 아쉬웠죠.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때 (임)수정 누나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시청률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우리가 연기하면서 타격을 입으면 안 된다. 우리는 수학자들의 삶, 그 순수함과 고유성을 최대한 잘 전달해 드리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16부작까지 촬영했어요. 힘들었지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촬영이었어요. 지금도 임수정 선배랑 연락을 주고받아요. 더 시너지 효과도 난 것 같고요. 만약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또 자만했을 거 같아요.

이도현은 '18 어게인'에서 김하늘을, '멜랑꼴리아'에서 임수정을 만났다. 히트작을 다수 보유한 명실상부 톱스타들과 연달아 호흡을 맞춘 것.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으며 '떠오르는 기대주'로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도현의 입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도현은 '선배' 임수정과 연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임수정 선배가 지윤수 역을 안 했다면 내가 백승유 캐릭터를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연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수정 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엄청 많이 배웠어요. 선배님께 자문도 많이 했고요. 선배님도 너무 감사한 게 '네가 승유를 안 했다면 내가 끝까지 못해냈을 거야'라고 해주셨어요. 저야말로 그렇거든요. 계속 서로 그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신을 찍으면서도 막히는 게 있으면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지윤수와 백승유로서 서로 뭔가 하지 않아도 애틋한 마음이 갔고, 그래서 연기가 잘 된 것도 많아요. '네가 그렇게 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표현이 나왔어'라는 말은 배우로서 너무 행복한 순간이고, 감사한 칭찬이에요. 서로 몰입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거라 너무 좋았어요.

-평소엔 임수정 씨를 어떻게 불러요?

▶지금은 누나라고 불러요. 처음엔 선배님이라고 했는데, 편하게 부르라고 말씀해 주셔서... 음, 그런데 왔다 갔다 부르고 있어요. 하하. 워낙 대선배님이시잖아요. 누나가 먼저 다가와 주셔서 감사하죠. 제가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처음 식사 자리에서 선뜻 먼저 뭘 좋아하는지, 취미가 뭔지 등을 물어주시면서 이야기를 리드해 주셨어요.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이고 친해질 수 있었죠. 제가 인복이 많은 거 같아요.

-임수정 씨가 동안이지만, 실제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사실 나이 차이는 느끼지 못했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선배가 워낙 동안이라서 실제로 보면 더 그렇게 안 느껴져요. 같이 호흡하며 연기했다는 게 영광이에요. 항상 신기하죠. 첫 만남 식사 자리부터 신기했어요. '와, 임수정 선배랑 내가 연기하는구나' 했죠. 연예인이잖아요. 시상식 가면 떠는 게 그런 거 같아요. 평소 스크린이나 TV에서 보던 분들이 눈앞에 계시니까요.

-'멜랑꼴리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떤 걸까요?

▶스피치 신이요.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아 스피치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저는 백승유가 지윤수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지만 무한하게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선생님을 딱 보거든요. 남들 앞에서 '난 선생님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자리라고 해석했어요. 그래서 깊게 인상이 남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재회했을 때도 인상적이었어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는데 또 지윤수였죠. 운명의 굴레처럼 우리도 살다 보면 만날 사람은 다 만나잖아요. 언젠간 다 만나더라고요. 그래서 죄짓고 살면 안 되는 거 같아요. 항상 올바르게 살아야 하고.

-임수정 씨랑 칠판을 꽉 채우게 쓰면서 밤새도록 수학 문제를 푸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다 외워서 쓴 건가요?

▶다 외워서 쓴 거예요. 미리 만나서 공부도 하고요. 미리 치고 들어가는 타이밍 같은 부분도 잡고요. 각자 쓰면서 연습하고 그랬죠. 공책을 하나 사서 계속 쓰면서 외웠어요. 막상 칠판에서 쓸 때는 또 다르더라고요. 칠판을 보니까 머리가 새하얘지고 분필과 펜이 느낌이 아예 달라서요. 리허설도 되게 많이 했어요.

-임수정 씨와 키스신은 어땠나요?

▶놀랐죠. 그게 현장에서 이뤄진 거라서요. 원래 대본에 없었어요. 그 신을 찍기 3일 전에 다른 신을 찍다가 감독님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더라고요. 16부 엔딩에서 키스를 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저는 '흐름에 맞고 감독님 선배님이 생각이 괜찮으시면 상관 없다'고 했어요. 선배님도 비슷한 마음이셔서 현장에서 거의 즉흥적으로 들어갔죠. 임수정 선배님과 키스신 찍을지는 상상도 못했죠. 설마 했는데, 한 번 해보자고 하셔서 '선배님 죄송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했어요. 원테이크로 가야 했는데, 결과적으론 기술적인 부분 때문에 3~4테이크 갔던 거 같아요. NG는 안 냈어요. 카메라 무빙 타이밍 같은 걸 조율하면서 맞추느라 테이크를 여러 번 들어가긴 했어요.

-김하늘, 임수정 두 연상의 톱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어요. 각자 매력을 비교한다면.

▶김하늘 선배님은 단아하면서 우아한 매력이 있다면, 임수정 선배님은 기품 있으면서도 털털한 반전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선배님들 모두 각자 갖고 있는 매력이 다르면서도 연기에 따라 완벽하게 변하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매력은 다르지만 같은 아름다움을 갖고 계세요.

-또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여배우는?

▶김혜수 선배님이랑 전도연 선배님이요. 실제로 뵈면 말도 못 걸어볼 것 같은데 꼭 한 번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두 분의 작품을 보면 저도 모르게 녹아들더라고요. 그분들과 함께 연기하면 저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잘 녹아들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도움을 받고 싶은 거죠. 되게 멋있으세요. 그분들이 나오는 작품을 보면 그냥 멈춰서 보게 돼요. 노정의 배우가 김혜수 선배님이랑 영화를 찍었더라고요. 제가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현 시점에서 롤모델은 누굴까요?

▶이병헌 선배님이요.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기도 하고 작품을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죠. 연기를 하면서 어떤 걸 배울까 기대감도 있고요. 조승우 선배님도 그렇고요. 연기를 너무 잘하세요.

이도현은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다.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는 도화지처럼 어떤 캐릭터든 탁월하게 표현하는 매력을 지녔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중앙대 연극학과 2학년 시절. 이도현은 "고등학교 때 연기학원을 다닌 것은 '입시'라는 목표 때문이었지 배우가 되려 한 것은 아니었다"며 "대학생활을 하면서 공연을 하다 보니까 배우라는 직업이 좋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가 연기한 이준호의 아역으로 처음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다.

-배우라는 꿈은 언제 생겼나요?

▶연기라는 꿈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그냥 연기가 해보고 싶어서 아버지 몰래 연기 학원을 다녔죠. 대학교 2학년 1학기 때부터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 활발하게 외부로 나갈 준비를 했어요. 매체 연기 학원은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오디션 프로필도 만들고 회사를 찾아다녔죠. 알바로 헤어 모델을 했었는데, 그런 사진을 모아서 나름대로 프로필을 만들어서 돌리고 다녔어요. 그때 사진 보면 되게 귀여워요. 하하.

-군대는 아직 안 갔죠?

▶미필이에요. 입대 전에 팬들을 만나면 좋을 거 같긴 한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론 군대 갔다 온 뒤 제 모습이 궁금해요. 더 성장해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커요. 군대라는 게 마음에 크게 걸리진 않아요. 오히려 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더 성숙해지고 많이 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아서요. 아직은 일을 계속하고 있고 주어진 것에 집중하다 보니까 상세하게 입대 시기를 정하진 않았어요. 때가 되면 가야죠.

-군대 다녀오면 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군대에 가서 100kg 찍어 보는 게 목표예요. 어떤 모습이 또 나한테 있는지 궁금해서요. 언제 무게를 그렇게 늘려 보겠어요. 작품을 나중에 하게 되면 또 그것에 맞춰서 다이어트를 하고요. 지금은 74kg이에요.

-예능에 대한 관심도 있나요?

▶'아는형님', '런닝맨' 정도 나갔던 기억이 있어요. 너무 어려웠어요.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주셨는데도요. 그분들도 제가 경이롭게 생각하는 한 직종이에요. 그렇게 '하이텐션'으로 하루 종일 유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뱉는 말이 다 재밌더라고요. 저는 질문이 들어오면 편집될까 걱정하다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원래 성격대로 표현도 못 하겠더라고요. 잘 하고 싶긴 한데 잘 해낼 자신이 없어요. '놀면 뭐하니?' 보니까 (이)상이 형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재미있게 잘 녹아들더라고요.

-쉴 때는 뭘 하나요?

▶'멜랑꼴리아' 끝나고는 계속 잤어요. 제가 잠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못 잤던 잠을 계속 자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7개월 동안 촬영할 때의 패턴들과 달리 너무 게을러졌어요. 요즘엔 집을 헬스장처럼 만들어서 다시 운동도 시작하고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있어요. 제 취미가 스노보드 타기인데, 이번 겨울엔 대표님이 감사하게 보드를 선물해주셔서 많이 타러 다녔어요. 보드는 접촉을 안하고 혼자 할 수 있어서 밤에 혼자 다녀오곤 해요.

-시상식에서 보면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거 같아요. 연기하는데 동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요.(동생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는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동생이 되게 특이해요. 표현 방식도 화술도 특이해서 보면서 기술적인 부분들을 배우기도 해요. 그 아이의 감정선도 되게 특이해요. 남들 다 감동받을 때 오히려 무덤덤한다든가, 이상한 부분에서 화를 낸다든가, 그런 거 보면서 배움과 동시에 애틋해지는 거죠. 동생은 남들과 다르게 표현할 수밖에 없구나... 그렇다 보니까 감정이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어요?

▶얼마 전에 아버지랑 회사 실장 형이랑 함께 여행을 다녀왔어요. 실장 형이 저희 아버지랑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그때를 후회하시냐'고 물어봤대요. 예전엔 아버지가 건설업을 하시면서 돈을 많이 벌어서 풍요로웠거든요. 그런데 지방 발령이 많아서 자식들 교육 때문에 다 포기하셨어요. 그리고 저희 집이 좀 힘들어졌죠. 그런데 아버지가 '도현이가 잘 돼서 안 바꿀 거다. 그때 가도 건설업을 포기할 거다'고 하셨대요. 그래서 저는 그게 목표로 잡혔어요. 시청자도, 팬들도, 가족도 저를 사랑하는 걸 후회하지 않게끔 만들어 드리는 거요. 그런 배우가 돼야겠다,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목표점이 생겼어요.

-끝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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