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와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라는 상상치도 못한 이질적인 조합이 현실이 됐다.

방탄소년단이 5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예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아시아계 미국인 및 하와이/태평양 도서 원주민 유산의 달(AANHPI Heritage Month)'을 맞아 성사된 이 만남에서는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와 포용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 등을 언급하며 "증오는 단지 숨어 버릴 뿐이다. 선한 사람이 증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증오는 점차 줄어든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의 해결책을 찾는 데 저희도 조그만 노력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서명 및 발효한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 법안(COVID-19 HATE CRIMES ACT)'에 대해서도 감사를 전했다.


방탄소년단이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일찍이 '소우주'(소우주 중 사람에 하나의 역사 / 한 사람에 하나의 별 /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 70억 가지의 world)라는 노래를 통해 다양성의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지난해 발표된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에도 여러 인종, 직업, 연령의 사람들이 등장해 어울려 춤을 추고 어깨동무를 하는 등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았다.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는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와 2017년부터 올해로 6년째 이어오고 있는 'LOVE MYSELF' 캠페인은 전 세계인들에게 울림을 안겼다.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ENDviolence 후원을 위해 진행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란 의미의 'LOVE MYSELF' 캠페인은 전 세계 팬 아미도 함께 참여하면서 기부금 45억 원(2021년 12월 기준)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영향력과 성과를 인정 받으며 유니세프의 2021년 '세계아동현황 보고서'에 성공 캠페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트위터를 통해 'StopAsianHate' 지지 메시지를 내면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전했으며, 같은 해 11월 LA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 기자회견에서는 아시안 혐오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항상 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2020년에는 'BLM(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참여,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방탄소년단의 'BLM' 지지 트윗은 100만 회 가까이 리트윗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진행된 브리핑에서도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며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이기에 가능한 행보다. 또 한 번 전 세계를 향해 희망의 방아쇠를 당긴 방탄소년단이 일으킬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에 관심이 모인다.


문완식 기자(munwansi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