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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K팝 "한국에는 아이돌만 있나요?"[문바세]

  • 윤상근이덕행 기자
  • 2022-09-06
[창간기획] "불균형 구조" 그들만의 K팝, 허울뿐인 스웨그

문화 콘텐츠가 지닌 파급력과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로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한국 사회의 부의 양극화를 꼬집은 영화 속 반지하는 저소득층 주거 환경을 상징하는 공간적 배경이 됐다. 정부는 당시 '기생충' 흥행을 계기로 주거 복지를 위한 반지하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획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침수 피해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현실 속 반지하는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

올해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영우 같은 능력을 지닌 자폐인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한계점도 드러냈다.

콘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은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스타뉴스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세상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거나 받아들인 콘텐츠에 대해 짚어보고,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사회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본다.




◆ '팬덤'만 열광하는 그들만의 문화..'범죄 사각지대' 우려도



"그들은 나를 짓밟았어 하나 남은 꿈도 빼앗아 갔어" - H.O.T. '전사의 후예' (1996)

"You and I, best moment is yet to come" - 방탄소년단 'Yet to Come'(2022)

10대 청소년들이 주요 팬덤이었던 H.O.T.는 학교폭력을 다룬 '전사의 후예'를 통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10대부터 기성세대까지 폭넓은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은 '당신과 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Yet to Come'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이처럼 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자신들의 주된 팬덤이 겪었을 내용을 노래하며 다양한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팬덤은 자신들의 고민거리를 담은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를 들으며 희망을 얻었다.


반대로 팬덤 역시 아이돌그룹에게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른바 '생산러'로 불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아이돌 그룹이 1차로 생산한 콘텐츠를 가공하거나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면서 다채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아가 다양한 광고, 기부 등을 통해 엔터사와는 다른 방향의 '영업'으로 그룹을 홍보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 이혜인 연구원은 "앞으로 엔터 산업의 팬덤은 단순히 '소비 수요'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생산 가능한 자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팬(fan)과 인더스트리(industry)의 합성어인 '팬더스트리'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단한 팬덤 문화는 K팝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이처럼 팬덤과 가수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최애'를 향한 팬덤의 맹목적 우상화는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범죄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그룹 비투비 출신 정일훈은 2021년 12일 대마를 매수·흡연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선고 공판이 열린 법원에는 정일훈의 팬들 수십 명이 모였다.


201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박유천 역시 선고 공판 당시 팬들이 몰려와 박유천을 응원했다. 일부 팬들은 박유천이 수감됐던 수원지방검찰청까지 따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이돌 팬덤이 아닌 다른 경우에도 볼 수 있다. 2010년 이후 확실하게 주류로 편입된 힙합신에서도 이런 경우를 볼 수 있다. 래퍼 노엘, 블랙넛, 뱃사공 등은 음주운전, 성희롱 등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던 가수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이를 비판하는 당연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범죄마저 옹호하는 일부 팬들의 모습은 맹목적인 우상화로 인한 폐해를 잘 보여준다.




◆ "한국에는 K팝 아이돌만 있나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2021년 IFPI Global Recording Artist of the Year Award에서 1위에 오르며 2년 연속 정상의 위치에 섰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는 2위에 올랐고 2019년에는 7위였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위상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참고로 해당 순위에 '범 하이브 소속' 세븐틴이 9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5년간 이룩한 성과의 뒤를 이어 세븐틴이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오고 있음이 증명된 셈이고, 결국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성과를 위한 공식이 어느정도 성립됐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었다. (지난 2020년에 이어 2021년 톱10 순위에서도 다른 아시아 국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름은 없었다. 2위 테일러 스위프트, 3위 아델, 4위 드레이크, 5위 에드 시런, 6위 위켄드, 7위 빌리 아일리시, 8위 저스틴 비버, 10위 올리비아 로드리고)

IFPI가 공개한 디지털 싱글, 앨범 차트에서도 방탄소년단은 'Butter'로 디지털 앨범 차트 4위, 'BTS, THE BEST'로 앨범 세일즈 차트 4위를 차지했으며 세븐틴은 'Attacca'로 3위, 'Your Choice'로 앨범 세일즈 차트 9위에 자리하며 방탄소년단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역시 IFPI가 발표한 뮤직 글로벌 마켓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반면 The World's favorite genres 2021년도 순위에서 K팝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1위 팝 2위 록 3위 90년대 음악 4위 80년대 음악 5위 사운드트랙 6위 힙합 랩 트랩 7위 R&B 8위 댄스 일렉트로닉 하우스 9위 70년대 음악 10위 소울 블루스) IFPI는 이에 더해 팬덤이 강한 일부 국가들의 세부 장르를 조명하면서 올해도 K트로트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고로 2019년 IFPI 발표 순위에서 K팝은 7위에 올라와 있었을 정도로 월드와이드 장르로서 존재감을 보였다. 여기에 트로트의 새로운 중흥기가 더해지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음악은 K팝과 트로트임을 다시금 입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음악 장르가 아이돌 기반의 K팝과 트로트 뿐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아이돌 기반의 K팝만이 아닌, 다른 장르의 K뮤직이 월드와이드한 장르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규 9집 '싸다9'로 5년 만에 컴백한 가수 싸이는 지난 4월 29일 여의도에서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K팝이 아이돌로 대표되지만 K팝 또는 코리안 팝이라고 하는 장르가 보이그룹이나 걸그룹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가요계 선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한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이것이 가요계의 허리 가수인 제가 가요계를 위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소위 대중가요라고 통념적으로 지칭되는 '한국어 가사가 주가 된 대중음악'이라는 틀 안에는 이른바 한국식 창법이 들어간 팝 발라드가 대표적인 스테디 셀러로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홍대 신이 주축이 된 인디밴드들이 명맥을 잇고 있는 록 장르 노래들도 하드코어에서 미니멀한 어쿠스틱까지 그 장르의 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이제는 대세 장르가 된 힙합도 한국만이 소화할 수 있는 힙합으로 그 뿌리를 새롭게 정의내리고 있을 정도다. 즉, 아이돌 기반 K팝만으로 대한민국 음악을 규정지을 수 없으며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K뮤직은 넘쳐난다.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히트메이커'로서 엄청난 명성을 쌓았던 박근태(50) 비욘드뮤직 대표는 스타뉴스에 "현재의 K팝은 와일드하지만 불균형 구조가 분명하다. 퍼포먼스 팝 스타일의 음악이 주류이긴 하지만 그것이 아닌, 좋은 K팝도 정말 많고 이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의무가 있고 그러한 바람도 있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가수 아이유를 발굴한 최갑원 플렉스엠 대표도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K팝 신에서 발라드 장르의 위치에 대해 언급하며 "발라드도 한국의 전통 장르다. 청취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슬로우 미디엄 템포 장르의 한국식 발라드도 분명 세계화를 위한 출구 전략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충분히 '발라드계 방탄소년단'도 발굴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윤상근이덕행 기자 | sgyoon@dukhaeng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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