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회를 맞이한 한국대중음악상이 뉴진스(NewJeans,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등 K팝 4세대 걸그룹의 역대급 경쟁과 트로트계 신성에서 차세대 남자 솔로 가수로 거듭난 임영웅의 화제성을 인정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창남)는 9일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의 후보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표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악평론가, 기자, PD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2004년 시작한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어 대중음악을 예술적 창조물로 인식하고 대중음악의 다양성과 창조적 활력을 진작시키고자 제정된 시상식.

한국대중음악상은 그간 여타 시상식과는 달리 상업적 성과와 대중적 인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음악적인 완성도와 성취도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시상식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왔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덜한 아티스트들의 수상 및 노미네이트의 비중이 컸었다.

하지만 최근 라인업을 보면 한국대중음악상에도 이러한 기조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됐다. 국내외 엄청난 팬덤을 확보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했던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등 해외 차트에서의 성과에 대해 한국대중음악상도 이를 어느정도 받아들이며 멀티 노미네이트와 종합분야 수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19회에서부터는 장르분야에 최우수 케이팝 부문도 신설하며 아이돌 스타들의 노미네이트도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19회 시상식에서는 걸그룹 에스파가 올해의 신인과 올해의 노래 등 종합분야에서만 2관왕을 차지했고 빌보드 핫100 차트 1위곡이었던 방탄소년단 'Butter'도 올해의 노래로 선정되며 K팝 신 아티스트들의 다관왕이 이어졌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은 54명의 음악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2021년 12월1일부터 2022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음반과 음원을 대상으로 지난 12월부터 2개월 간 선정한 장르분야 20개 부문, 종합분야 4개 부문 후보와 공로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부문으로는 종합분야에 해당하는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등 4개 분야, 장르 분야에 해당하는 최우수 록, 최우수 모던록,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최우수 랩&힙합, 최우수 알앤비&소울, 최우수 일렉트로닉, 최우수 팝, 최우수 케이팝, 최우수 포크,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최우수 재즈 보컬 연주 등 24개 부문과 공로상 및 선정위원회 특별상까지 총 26개 부문 후보가 선정됐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 라인업도 이 기조가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2022년 최대 화두 중 하나였던 역대급 4세대 걸그룹 경쟁이 이번 노미네이트에서도 부각됐다.

먼저 뉴진스의 최다 노미네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뉴진스는 2022년 K팝 신을 강타했던 히트곡 'Attention'과 함께 앨범 'NewJeans 1st EP 'New Jeans'로 최우수 케이팝 노래 및 음반상 등 장르분야 2개 부문과 올해의 신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앨범 등 종합분야 4개 부문에 모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최우수 케이팝 부문에서도 4세대 걸그룹 경쟁이 치열했다. 최우수 케이팝 노래상 후보로는 뉴진스 'Attention', 레드벨벳 'Feel My Rhythm', 르세라핌 'ANTIFRAGILE', 아이브 'LOVE DIVE', (여자)아이들 'TOMBOY'가 포함됐다.

최우수 케이팝 음반상 후보에도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 (여자)아이들이 포함됐고 여기에 태연이 'INVU'가 포함된 동명 솔로 앨범으로 이들과 경쟁에 나섰다.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는 올해의 신인 후보에도 포함돼 김유진 시온 한로로와 경쟁한다. 이에 더해 뉴진스는 올해의 음악인과 올해의 노래 후보에도 올라 2022년 맹활약을 입증했으며 올해의 노래 후보에는 뉴진스 'Attention'과 함께 아이브 'LOVE DIVE'와 (여자)아이들 'TOMBOY'가 포함됐다.

뉴진스는 지난 2022년 Asia Artist Awards에서의 대상 등 2관왕 수상을 비롯해 연말 가요 시상식을 그야말로 싹쓸이했다. 2022년 7월 가요계 정식 데뷔 이후 채 7개월이 지난 가운데 데뷔곡 'Attention'을 시작으로 'Hype Boy' 'Cookie'가 연이은 대박을 터트렸고 'Ditto'에 이어 'OMG'까지 엄청난 성과를 이룩해냈다. 뉴진스는 'Attention'에 이어 'Hype Boy'로 데뷔 직후 역대급 흥행을 이끈데 이어 후속 선공개 곡 'Ditto'와 'OMG'로 연타석 쌍끌이에 성공, 국내 음악방송 10관왕에 이어 멜론 벅스 지니 일간 및 주간 차트 1위는 물론 앨범 밀리언셀링 달성과 함께 빌보드 핫100 동시 차트인이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했다.(K팝 아티스트 데뷔 직후 최단기간 차트인 신기록)




한편 이번 노미네이트에는 역시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고 있는 임영웅의 입성도 큰 관심을 모았다. 임영웅은 이번 라인업에서 앨범 'IM HERO'로 최우수 팝 음반 후보에 올라 빛과 소금 'Here we go'와 이찬혁 'ERROR', 장기하 '공중부양', 최백호 '찰나'와 경쟁하게 된다.

앞서 한국대중음악상은 2021년 18회 노미네이트 발표 당시 트로트 장르 인기 히트곡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 "한국대중음악상이 트로트를 의식적으로 배제하진 않는다. 과거에도 장윤정이 후보가 된 적이 있다"라며 "(트로트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고 유행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장르로 새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트로트 역시 넓은 의미에서 팝의 일부로 평가하고 있으며 트로트 안에서 충분히 새롭고 음악적으로 의미부여를 할 시도가 나온다면 후보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웅은 2020년 3월 '미스터트롯' 종영을 기점으로 1년 6개월 이후인 2021년 9월까지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그해 연말 시상식을 휩쓸다시피했다. 당시 임영웅은 골든디스크 올해의 트로트상 수상을 시작으로 지니뮤직 어워드 올해의 가수상, 2021 AAA 올해의 트로트 등 4관왕까지 주요 음악 시상식 19관왕을 달성했다. 임영웅은 2020년에는 주로 '미스터트롯' 진 등극 직후 오디션 스타로서 영향력을 인정받은 수상이 대부분이었지만 2021년에는 남자 솔로 가수상, OST상, 올해의 트로트상 등 인기 가수로 자리매김했음을 입증하는 수상의 비중을 점차 늘려갔다.

이후 임영웅은 2021년 말께부터 틈틈이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3월 해외 촬영을 무사히 소화하고 2022년 5월 완성한 커리어 첫 정규앨범 'IM HERO'를 통해 자신만의 음악성을 집대성했다. 트로트로만 국한됐던 장르적인 굴레에서 활짝 벗어나 점진적으로는 스탠다드 팝 발라드로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모습으로 새롭게 발돋움했음을 선언한 'IM HERO'에는 이적에게 받아 완성한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비롯해 '무지개', '손이 참 곱던 그대', '아버지', 'A Bientot', '사랑역', '보금자리', '사랑해 진짜', '연애편지', '사랑해요 그대를', '인생찬가' 등 주요 수록곡들의 장르가 댄스 힙합 팝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결국 한국대중음악상도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IM HERO'를 팝 앨범으로 규정하고 음악적 완성도를 인정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수 있을 것 같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