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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괜찮으면 끝까지"..'귀공자' 김선호의 재도약 [★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3-06-17
이 인터뷰는 '귀공자'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배우 김선호가 스크린에 돌아왔다. 분명히 우리가 아는 김선호의 얼굴인데, 광기와 비릿한 미소를 장착했다. 위기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김선호의 시작은 '귀공자'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의 배우 김선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 김선호가 극과 극 상반된 매력을 지닌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로 색다른 변신에 도전,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이날 김선호는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본 소감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언론시사회라는 것도 처음 했는데 제 모습을 못 보겠더라. 제 연기의 단점만 보여서 얼굴이랑 연기가 큰 화면에 보이는데 여러 번 제 연기에 소리 지를 뻔했다. 특히 영어 하는 장면에서는 일어날 뻔했는데 (김) 강우 선배가 '처음에는 다 그래. 괜찮아'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며 "보다 보니까 익숙해졌지만, 신기하고 어색했다. 매 장면 열심히 했지만, '만약 이렇게 했다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렇듯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김선호는 "'귀공자'는 위트가 있었고, 완전한 누아르라고 보긴 어려워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보여드리면 거부감이 덜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를 기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고, 설렜다. 첫 영화인데 과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고, 괜히 주변인, 친구들에게 '궁금하대?'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산책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시작하는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김선호는 '귀공자'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감독님의 팬으로 만났고, 대본 보기도 전에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대본보다 감독님과 함께하는 데 의의를 뒀다. 저는 누군가가 '김선호면 같이 하고 싶지'라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이하고 싶다는 얘기를 먼저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보기 전부터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한 상태였다. 제가 어떤 역할인지 알고 있었다. 킬러고 추격을 펼친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제가 이해하기 힘들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서 진행할 수 있고, 감독님이 수정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재밌게 읽었고, 감독님에게 재밌는 부분과 어려운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의 전사에 대해 많이 생각했지만, 한계가 있다. 감독님께 질문하면서 1시간 넘게 산책했다. '귀공자'가 왜 '마르코'를 따라다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했다"며 "감독님이 단순하게 이 인물이 누군가를 추격하는 걸 즐긴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귀공자' 인생에서도 마지막 의뢰니까 즐기는 마음으로 시작하라고 했다. 그렇게 캐릭터를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욕설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도 밝혔다. 김선호는 "처음에는 욕하는 게 조금 어색하다고 얘기하셨다. 감독님이 웃으면서 '너 평소 말투가 너무 호의적이야'라고 하시면서 연습하라고 하셨다. 또 분노했을 때 참는 연기는 필요 없고, 더 분노하는 연기가 필요하다고 하셨던 것 같다.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를 추천해 주셔서 급하니까 유튜브로 볼 수 있는 모든 영상을 봤는데 혼났던 기억이 난다. '집에 가서 결제해서 다시 보고 와'라고 해서 다시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건 다르긴 하더라"라고 웃었다.

또한 그는 '귀공자'라는 작품을 통해 박훈정 감독과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이후 영화 '폭군'에서도 박훈정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김선호다. 그는 "저는 배우로서 연출자의 말을 알아듣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한 스타일인데 시간이 걸린 만큼 중, 후반부에는 감독님이 원하는 디렉팅을 빠르게 알아들었다. 이에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믿음이 좀 더 생기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폭군' 때는 적응의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감독님도 첫 장면을 제외하고 큰 디렉팅이 없었다. 첫날에는 '너는 그거보다 더 잘 할 수 있어'라는 말만 하신 것 같다"며 "첫 장면을 찍고 나서 카메라 감독님이 오셔서 손뼉을 쳐주셨다. 감독님과 잘 맞는다는 걸 증명했다는 생각도 들고, 칭찬받는다는 게 그 어떤 것보다 기분이 좋더라. 다음 장면 찍기 전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3일 후에 그 기분이 사라졌다. '역시 나는 부족하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훈정 감독에게 많은 기회를 얻었다는 김선호는 "사전에 감독님과 정한 애드리브도 있지만, 김선호로서가 아니라 귀공자 역할에 녹아들 수 있게끔 시간을 주셨던 것 같다. 가장 염두에 뒀던 건 의외성이었다. 골목에서 차를 타고 빠져나오는 장면도 감독님이 '차를 아끼는 귀공자가 사이드미러가 부러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아?'라고 물어보셨고, 저는 여러 애드리브를 해봤다"며 "예를 들면 마지막에 '다신 오지 마. 거지 XX들아'라고 할 때도 '너 부르잖아. 네 해야지'라는 것도 즉흥적으로 나왔다. 점점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감독님도 좋아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귀공자'는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사생활 논란 이후 복귀작이기도 하다. 김선호는 "당시 박훈정 감독님의 심정은 제가 알 길이 없다. 저와 함께 가기로 결정해 주신 데 대해 송구스럽고, 또 감사하고,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며 "감독님과 스튜디오앤뉴 제작사 대표님이 같이 회의하고, '너만 괜찮으면 우리는 끝까지 할 생각이 있다'고 얘기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저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시면서 '하기로 했으면 하는 거지'라고 하셨는데 제 입장에서는 영화가 이미 미뤄졌고,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에 저 역시도 하겠다고 했던 것 같다"며 "제가 안 한다고 하면 더 미뤄지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어떤 감정보다는 감사하고, 무조건 해야겠다. 더 이상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또한 김선호는 "당시 저는 송구스러운 마음이 제일 컸고, 저로 인해서 제 주변 분들, 영화 관계자들,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간 것 같아서 죄송했다"며 "오히려 그 시간이 저를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고, 논란으로 인해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지거나 좁아지지 않는다. '귀공자'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큰 변화는 없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촬영하면서 후회라는 감정을 생각해볼 틈도 없었고, 감사했다. 배우로서 이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지금은 괜찮아졌다는 말은 좀 조심스럽고,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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