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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군대' 손석구·최희서, 200만원 대관→9년만 연극 복귀 [종합]

  • 강서=이승훈 기자
  • 2023-06-27
배우 손석구와 최희서가 9년 만에 무대에서 다시 만난 가운데,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가 개최된 가운데, 민새롬 연출과 박용호 프로듀서, 배우 손석구, 이도엽, 김용준, 최희서가 참석했다.

이날 박용호 프로듀서는 "온전히 이 공연을 관람하시는 관객들의 생각에 맡기고 싶다. 다만 연극은 하루하루 살아있는 극이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돼 매일매일 공연에 오시는 분들께서 함께 호흡하고 웃고 울고 즐기면서 이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시면 좋겠다. 지난 4개월 동안 사전 제작 회의부터 오프닝까지 함께 했다"라며 '나무 위의 군대' 공개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민새롬 연출은 네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기가 막힌 캐스팅이었다"면서 "서로 다른 나라에 대한 믿음을 가진 배우가 필요한데 이도엽 상관은 그 상관의 믿음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여리고 섬세하게, 마치 유리잔이 균열되고 깨지는 과정처럼 보여졌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도엽이 유리잔 같았다면 같은 상관 역을 맡은 김용준은 커다란 뚝배기가 깨지는 느낌이었다. 관객들에게 공감되는 정서의 결이 달라서 각자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손석구가 연기하는 신병은 상관을, 나라를, 이 섬을, 본인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배신감이 크고 추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절대적으로 내 삶 전체를 휘감고 있는 믿음을 한 사람에게서 봐야 하는 역할을 연기해야하는데 그 통증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최희서가 맡은 '여자'는 결국 이 이야기를 왜 봐야하고 고통스러운 풍경을 왜 관객들에게 전해야하는지 주제를 탑재해야하는 배우인데 최희서는 연출보다 작품에 대한 혜안, 통찰력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나무 위의 맞물리지 않는 두 병사에게 투영, 감각적이고 솔직하게 그려냈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파병된, 전쟁 경험이 풍부한 본토 출신의 상관 역에는 김용준과 이도엽이 나선다. 손석구는 나고 자란 섬을 지키기 위해 입대한, 오키나와 출신의 전쟁을 처음 겪는 신병 역을 맡았다. 아무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인 여자 역은 최희서가 연기한다.

손석구는 과거 이라크 파병을 지원, 아르빌 자이툰 부대에서 6개월 동안 파병 생활을 했다. 때문에 '나무 위의 군대'에서 신병 역할을 맡게 돼 과거 군 생활이 실제 연기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됐을지도 관전 포인트.

이와 관련해 손석구는 "사병으로 있었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건 없는 것 같다. 자이툰 부대도 전시 상황인 부대였지만 시대도, 배경도, 워낙 달랐다. 내가 맡고 있는 신병 역은 군인의 옷을 입고 있지만, 군인의 마인드나 정신이 탑재돼있지 않은 순수한 청년에 가깝기 때문에 나의 개인적인 군대 경험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최희서와 손석구는 2014년 대학로 부근 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던 바. '나무 위의 군대'를 통해 손석구와 9년 만에 다시 만난 최희서는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벌써 9년 전에 대학로 외곽에 있는 소극장에서 한 작품을 했었다. 그때도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각자 100만원씩 통장에서 꺼내 대관료를 내고 5일 정도 공연을 했었다. 돈도 없었지만 여러모로 재밌게 했었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최희서는 "이후 각자의 일로 바빠지면서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손석구가 '나무 위의 군대'를 하게 되면서 '여자 역할이 있다'라며 연락을 줬다. 나도 대본을 읽었는데 재미도, 의미도,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서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됐다"라며 손석구와 함께 하게된 비화를 털어놨다.

"9년 전에는 불과 50석만 있었던 소극장에서 연기를 했었는데 9년 만에 새롭게 선 이번 무대는 너무 넓고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돼서 너무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지금도,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할 예정이에요."


손석구는 영화, 드라마 등 매체 연기를 하다가 '나무 위의 군대'를 통해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다소 오랜 시간 동안 매체 연기를 선보여왔던 터라 연극 연기에 대한 이질감은 없었을까.

"나는 모르겠다. 똑같다"라는 손석구는 "처음 연습할 때 다르게 해야하나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잘 안 한다. 차이를 굳이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지 않나. '범죄도시2' 영화를 찍었는데 '나무 위의 군대'와 뭐가 다르냐라고 물어본다면 이야기가 다른 거지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편집이 없으니까? 아니다 그냥 똑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손석구는 "다른 건 없는 것 같다"라고 재차 강조, "연극을 다시 하면서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으로 다시 왔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다. 만약 연극을 위해 연기 스타일을 바꾼다면 내가 연극을 하는 목적 중 하나를 배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하려고 했다. 라이브 관객이 있다고 하지만, 촬영장에서 감독님들이 반응하는 게 비슷하다. 똑같다. 어떻게 다른지 많은 질문을 받는데 진짜 잘 모르겠고, 달라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신병 역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과 너무 달라요. 정서적으로 맑고 연령적으로도 순수한 사람이다 보니까 괴리가 커서 '나처럼 때묻은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매체가 달라진 점에 대해 다른 점은 생각을 안 해본 것 같아요."

민새롬 연출은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에 대해 느끼시는 바가 있겠지만, 나는 작업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예술이고 진짜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일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닮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점은 매체 연기를 많이 해봤던 손석구, 최희서를 만나면서 무대 연기에서 접근하지 못했던 세세하고 미시적인 시각들, 장면 안에서 심리적인 변화, 국면, 사실적인 동선 등에 대한 접근들이 무대 연기에 익숙한 연출에게 새롭고 촘촘한 부분으로 다가왔던 경우가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나무 위의 군대' 속 신병, 여자 역은 손석구, 최희서 원캐스팅이지만 상관 역에는 김용준과 이도엽이 더블 캐스팅으로 나섰다. 상관을 대하는 신병 손석구는 매 회차마다 상대 배우가 달라져 연기에 몰입하는데 힘든 부분이 있을지도.

손석구는 "이도엽과 김용준이 상관을 연기할 때 매우 다르다. 다른 캐릭터라고 보기 때문에 나는 그 부분에 맞춰서 연기를 한다. 음식도 궁합이 있는 것처럼 다 다르지 않나. 그날 그날도 다르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내가 뭘 어떻게 다르게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다르게는 하고 있다. 너무 많이 다를 땐 이야기를 해서 좁힐 때도 있다.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에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재밌다"라고 고백했다.

손석구는 평소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도엽에 대해 "91학번이다.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라고 웃으며 "처음에는 김용준이 투입이 되지 않았었다. 이도엽과 이야기를 하는데 원캐스팅으로 했을 땐 사고가 날지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도엽은 "처음 손석구와 만나 작품 이야기를 할 때 공황(장애)이 오기 시작했다. 작품을 해야하는데 나는 혼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손석구는 내가 혼자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내가 일주일 내내 한다는 건 심정적으로 불안하다고 해서 좋은 분 만나 더블캐스팅으로 나누면 '잘 할 수 있겠다', '양해해달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손석구도 잘 받아들여줬다. 그래서 매일매일 나무 위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최희서는 "매일 오시는 다른 관객분들을 위해 매일 새로운 공연이라 생각하고 매일 최선을 다하겠다", 손석구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재밌게 봐주시길 바란다", 이도엽은 "최선을 다했고 한순간도 거짓말하지 않고 만들었다.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작품마다 호불호가 있지만,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했다.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감있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당초 8월 5일에 막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8월 8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연장 공연을 확정했다.
강서=이승훈 기자 |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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