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작품성'을 우선 추구하던 SLL이 지난해부터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올해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 등 제대로 흥행세를 타고 있다. 넷플릭스 동시 방영권 확보로 콘텐츠의 글로벌 성적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상황. 이미 미국과 일본에 법인까지 세운 SLL은 앞으로도 글로벌 활동을 공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SLL 2023년 상반기 결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SLL 박준서 제작총괄, 박성은 제작1본부장, 김건홍 제작2본부장이 참석했다.
SLL은 중앙그룹 산하의 콘텐츠 제작사로, 드라마 제작과 연예 매니지먼트, 음반 유통 사업 등을 하고 있는 스튜디오다. 2011년 설립된 JTBC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제이콘텐트허브'부터 '드라마하우스'와 합병한 '드라마하우스앤드제이콘텐트허브', 'JTBC 콘텐트허브'의 이름을 거쳐 지난해 4월 'SLL'로 자리를 잡았다.
SLL은 10년간 빠르게 성장해 한해 매출 5500억 원 이상, 영업이익 150억 원 이상을 달성했고 국내 1위 콘텐츠 제작사로 성장했다. 2017년 4월 넷플릭스와 국내 최초 글로벌 동시 방영권 계약을 체결, 이때부터 JTBC의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동시방영됐다. 7월에는 크로스 미디어 조직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론칭했고, 이후 '워크맨', '와썹맨', '시즌비시즌' 등 인기 콘텐츠를 만들었다.
SLL은 2018년 1월부터 미국 OTT 'Dramafever', 동남아 OTT 'viu', 미국 OTT 'viki'와 연이어 볼륨딜을 체결했으며, 'iflix', '하우픽쳐스', '콘텐츠지음', 'nPio', '퍼펙트스톰필름', 'BA 엔터테인먼트'에 연이어 지분을 투자하면서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웠다. 2021년 6월에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프로덕션 에이치', '콘텐츠 지음' 등 콘텐츠 제작사 3곳을 추가로 인수했으며, 7월에는 미국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인 'wiip'을 인수했다.
글로벌에서 'K콘텐츠 제작사 1위'를 욕심내는 SLL은 지난해 발표에서, 3년간 3조원 규모를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고 2024년에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LL은 지난해 '재벌집 막내아들'이 30.1%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SKY 캐슬'을 넘어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에 오르는 호성적을 보였다. 이후 19.4%의 '닥터 차정숙', 12.6%의 '나쁜 엄마'도 내놓으면서 K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현재 방영 중인 '킹더랜드'도 최근 6회가 12.6%를 기록,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부문 2위에 올랐다.
박준서 제작총괄은 "타사대비 SLL의 성장이 빠르게 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저희가 SLL이란 이름으로 1년 조금 넘게 해오고 있는데, 콘텐츠 기획, 개발부터 유통, 디지털 콘텐츠까지 영상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스튜디오. 다양한 콘텐츠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글로벌 스튜디오를 지향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저희는 지금까지 383개 누적 제작 타이틀, 209명의 크리에이터, 15개 프로덕션 레이블, 17.4억뷰 디지털 오리지널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박 총괄은 "2022년 말 '재벌집 막내아들'이 30.1%의 시청률로 'SKY 캐슬'을 넘어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에 올랐다. '닥터 차정숙'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 2위에 오르면서 올해 상반기 가장 주목할 성과를 이뤄낸 것 같다. '킹더랜드'도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넷플릭스 글로벌 2위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지노'는 공개 첫 주에 최다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영화 '범죄도시3'도 천만 관객 돌파를 했고 지금 '범죄도시4'를 준비 중이다. '거미집'은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시드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쪽에서도 SLL 콘텐츠가 국내외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도 밝혔다.
박 총괄은 "주말극으로 보면, 요즘엔 가족들이 같이 시청하고 싶어하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저희가 '재벌집 막내아들', '닥터 차정숙'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시청층이 나왔다. 상반기에 이어서 하반기에도 그런 성향의 드라마를 준비 중"이라며 "수목 드라마로는 기존 채널에서 하기 어려웠던, OTT와 채널의 결합형인 하이브리드 콘텐츠로 발전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저희는 신인 작가를 발굴해서 시장에 좋은 작가를 배출했다고 생각한다. 2023년 드라마 '사랑의 이해', '대행사', '닥터 차정숙', '나쁜 엄마'의 작가가 처음 집필한 작가의 작품이었다"며 크리에이터 육성에서도 힘쓰고 있는 부분을 언급했다.
SLL은 하반기에 15편 이상의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 TV 플랫폼에선 '이 연애는 불가항력', '힘쎈여자 강남순', '힙하게', '싱어게인3', '악인전기'를, OTT 플랫폼에선 영화 '발레리나', 'D.P. 시즌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크라임씬 리턴즈', '이재, 곧 죽습니다'를, 영화 부문에선 '콘크리트 유토피아', '거미집', '1947보스톤', '하이재킹' 등이 개봉 준비 중이다.
SLL은 사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드라마가 부진하다가 하반기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흥행세를 띠었다. 박 총괄은 "작품성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대중성과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을 축소시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토일드라마에서 저희 드라마가 강화를 갖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닥터 차정숙'을 진행시켰을 때 '너무 주말극 같지 않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나는 '주말극이 나쁜 건가', '주말극이 작품성이 떨어지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가족 이야기극 저희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작품성만을 추구했던 것에서 대중적인 방향으로 바꾼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했다.
김건홍 본부장은 "감독과 프로듀서의 협업이 중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박성은 본부장은 "최고의 감독님, 최고의 작가님, 최고의 배우님들을 모아놔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인 분들이 모여서 성공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묻자 박 총괄은 한국 드라마가 30년 동안 방송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바뀐 시장과 과거의 시장이 섞인 것 같다. 과거엔 시청률만 잘 나오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됐는데 지금은 시청률 20%를 넘긴 드라마가 수십 억의 적자를 낼 수도 있다. '킬러 콘텐츠'는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가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제작부서에서 드라마를 만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OTT 등 시장구조가 변화해서 스튜디오 측면에선 굉장히 손해를 볼 수 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예전보다 훨씬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박 총괄은 현재 한국시장에 대해 "최근엔 1년에 200편 넘는 드라마가 제작되는 걸 보게 됐다. 그때 해외의 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금액도 올라간 것 같다.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보다 훨씬 큰 사이즈가 만들어졌다. 광고까지 물리면서 침체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적정한 규모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저희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위상이 생겼기 때문에 높은 퀄리티를 요구받게 될 거다. 저희가 한정된 재원 안에서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 게 저희가 살아나가야 할 길이다. 저희가 샴페인을 먼저 터뜨린 것 같지만, 시장 환경에 맞게 저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SLL은 어떻게 나아갈 계획일까. 박 총괄은 "'어디 가서 기분 안 좋고 우울한 일이 있으면 JTBC 보세요'란 말이 나오게끔 기분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 총괄은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저희가 미국에 이어 일본에 법인 설립을 해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작가와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 게 있는데, 지금 미국 작가들이 파업을 한 상태다. 미국, 일본 외에 태국에서도 프로젝트 요청이 있어서 다양한 국가와의 프로젝트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발표했던 '3년간 3조원 규모를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고 2024년에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박 총괄은 "결과적으로 지금 드라마를 SBS, tvN, JTBC에서 활발하게 하고 있으면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과 함께 하고 드라마 재원이 형성되고 있다. 방송 재원을 OTT에서 구하면서 (시청자들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주인공 서사를 다룬 '대행사'가 잘 된 후 '닥터 차정숙'도 잘 됐다. 이런 드라마가 잘 된 후에 다른 드라마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라며 "상반기엔 적자였지만 하반기에 흑자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 저희가 3조를 유지해서 투자하기 보다는 저희가 할 수 있는대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